의료 정상화, 수가 30% 인상만이 정답

김명성
발행날짜: 2015-01-03 05:59:02
  • 성남 김안과의원 김명성 원장

병의원이 낮은 수가로 어렵다고 할 때마다 의사의 탈세나 뇌물사건을 기다렸다는 듯이 터트린다. 10만 명이 넘는 의사들 중에 극히 일부분의 사건을 침소봉대하는 것은 메스컴을 타고 큰 효과를 발휘한다.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의 활약으로 환자인 국민과 의사들과의 관계를 이간질시키고서 수가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복지부 공무원은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고장난 녹음기처럼 말한다.

의사는 환자 치료하는 사람이고 국민적 합의를 위한 정책이나 일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복지부와 산하기관의 할 일이다. 낮은 수가의 폐해로 이제 대학병원의 교수들마저 진료수입을 위해 주5일제가 없어지고 토요일도 진료하다보니 의학의 발전을 위한 연구가 뒷전이 된 지 오래이다.

세계적 수준의 의료는 벌써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전 세계에 유례없는 심지어 동남아나 아프리카보다 수가가 낮은 '박리다매'식 싸구려진료를 향해 야간진료까지 마다하지 않는 실정이다. 다음 이야기는 진료수가를 대중교통요금에 빗대 패러디한 것이다.

모든 의료기관은 국가에 의해 수가가 통제된다는 점에서 대중교통과 비슷하다. 대중교통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철도나 지하철-지방의료원에 해당)에 의해서 뿐만 아니라 회사(버스와 택시회사-병원에 해당)나 개인(개인택시-개인의원에 해당)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이 갑자기 멈추면 요즘 같은 한겨울 출퇴근길을 몇 시간씩 걸어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니 길거리에 동사자가 속출할 것이다. 의료가 멈추면 아픈 사람만 피해를 입지만 대중교통이 멈추면 국가경제는 물론 건강한 사람도 피해를 입게 된다. 의료기관만큼 중요하고 공공성과 건강한 사람의 건강을 해치고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므로 건강보험정책심의 위원회처럼 대중교통 정책심의위원회에서 그 요금을 결정하도록 한다.

당연히 요금인상은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버스, 택시, 지하철, 철도, 비행기요금 총액을 고정하고 버스요금이 낮다고 생각될 때는 지하철요금을 인하시켜 그 재정으로 버스요금을 인상시키는 돌려막기를 한다. 엄감생심 모든 대중교통 요금의 인상은 꿈도 꾸지마라. 국민적합의 없이 대중교통 요금인상은 없다.

택시기사가 연료비절약을 위해 싼 주유소 찾아다녀도 연료실거래가 제도로 다음해 요금에 즉시 반영하므로 싼 연료를 쓴 일부 기사들 때문에 전체 택시요금 인하요인이 된다. 대중교통요금을 인상하고 싶으면 모든 대중교통회사는 물론 개인택시업자도 기름값, 식사비용, 타이어 교체비용, 세차비, 엔진오일 교체비용 등 모든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

대중교통요금을 올리지 않아도 지휘 감독할 공무원을 많이 늘려 수시로 서비스의 질을 평가해 요금을 삭감하거나 환수하므로 원가에 못 미치는 요금에도 대중교통이 멈추는 일은 없다. 낮은 요금으로 인한 수입보충을 위해 주40시간을 넘어 50~60시간씩 운전대를 잡아야하므로 졸음운전으로 인한 운전자와 승객의 안전은 물론 완벽하게 보장할 수 없다.

서비스의 질이 저하돼 사고위험까지 생기더라도 정부산하 연구기관을 통해 요금이 충분하다고 홍보하면 그만이므로 요금인상은 없다, 대중교통요금을 인상시키지 않을수록 정부의 물가관리에 도움이 되고 담당공무원은 업무평가에 유리하고 승진할 수 있으므로 절대로 대중교통요금의 현실화는 없다. 낮은 교통요금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승객의 불만은 즉시 전국 방방곡곡에 지부까지 설치된 대중교통분쟁심의 위원회를 거쳐 요금의 수백 배에 해당하는 신체적, 정신적 피해까지 배상토록 하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낮은 택시요금으로 수입이 모자라서 자살하는 기사가 생겨도 손님을 못 태운 탓이므로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대중교통요금 인상 없이도 몇 가지 서비스 기준을 만족시키는 일부 기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찔끔찔끔 주면 열심히 운전하는 기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택시요금만으로는 수입이 안 돼 대리운전(비급여에 해당)이나 다른 부업(영안실이나 주차장수입에 해당)을 해도 기사의 수입에 반영되므로 대중교통요금 인상은 없다. 최근에는 대리운전비가 과다하다는 불만이 많아서 대리운전 요금도 국가에서 간섭하기 시작했다. 대리운전요금은 반드시 지방자치단체에 사전 신고된 금액만 받아야 하며, 그 요금 내역표를 항상 목걸이로 달고 다니면서 손님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이 목걸이를 착용치 않으면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으니 목걸이 없는 대리운전 기사는 없다.

혹시 대중교통이 파업으로 멈출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이유없이 집단적으로 몇 대만 멈추어도 기사와 업자를 처벌하는 법안이 이미 준비돼 있다.

아프지 않는 사람은 환자의 고통을 모른다. 국민적 합의라는 것이 돈이 더 들더라도 제발 낫게만 해달라는 중병을 앓는 노약자는 의견을 낼 수가 없으니 현재 건강한 사람의 의견만 반영된다. 이들도 나중에 필연적으로 질병의 고통을 겪게 되겠지만 현재는 건강하기에 지팡이와 유모차에 의지하는 어르신의 고통은 아랑곳없이 처방전을 갖고 약 타러 약국을 가도록하는 정책이 거리낌 없이 시행되는 이유다.

실제 의료보험수가 인상억제를 위한 규제정책과 각종 위원회는 상기 패러디 내용의 수십 배가 넘어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현재 교포들이 큰 질병이라도 걸리면 고국으로 돌아오고 있으니 우리나라 의료수가가 낮은 것은 국민적 합의를 넘어 이미 전 세계 재외국민들까지 암묵적으로 합의된 사항이다.

연구결과 의료수가가 원가의 70%라고 하니 2012년에는 원가의 90%는 된다는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애쓴 복지부의 노력을 보면 참으로 가상하다. 지난 10여 년간 수가가 평균 2% 남짓 올라서 원가의 70%밖에 안 돼 모든 병의원이 주5일제를 못 지키고 토요일은 물론 심지어 야간진료까지 하는 현실이다.

이 상황에서 원가 보존율을 70%에서 90%로 끼워 맞추려고 복지부 산하연구기관이 의사의 연봉을 4000만 원으로 깎아서 계산한 발상은 정말 기발하다. 복지부 관료와 산하연구기관의 연구원만 이해하는 짜깁기 결과를 들어주는 것도 이제는 지겹다.

오래전 원가의 70%는 그대로이니 제발 초등학생도 이해 못하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황당한 발표 좀 그만하고, 황폐화로 치닫는 이 나라 의료를 살리고 싶다면 당장 나머지 수가 30%를 인상시켜 주던지, 아니면 복지부가 나서서 병의원의 임대료, 인건비, 전기요금등 모든 비용을 30% 인하시켜 공급해 줘야 할 것이다.

한편, 정부는 새해부터 환자의 치료를 제한하고 규제하는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의 직원을 10%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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