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5일부터 금연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사업에 돌입했다. 흡연으로 인한 폐해를 막음으로써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겠다는 측면에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
시행을 앞두고 의료계의 관심은 뜨거웠다.
이달 초 대한노인의학회와 대한검진의학회,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가 개최한 '금연치료 세미나'는 일찌감치 사전등록 500명을 마감한 것도 모자라 현장에서만 200명이 더 등록했을 정도로 의사들의 관심이 높았다.
단지 수익적인 측면 때문이 아니었다. 이날 금연치료 세미나는 ▲금연 상담기법의 최신 가이드라인 ▲금연치료와 금연정책 ▲기존 금연 클리닉 운영의 실제 등을 주제로 진행됐다.
금연치료와 상담의 성과는 금연 성공률로 입증해야 하는만큼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 금연치료와 상담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의사들의 고민이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난 25일. 총 1만 4688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금연치료 지원사업이 시작된 이날 의사도, 약사도, 국민도 모두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이날 메디칼타임즈가 금연치료 지원사업에 참여한 의원을 찾아 직접 상담과 처방을 받아 본 결과는 처참할 정도였다.
건강보험공단 청구 프로그램은 기본정보 입력단계부터 먹통이었고 겨우겨우 정보를 입력하자 이번엔 처방 등록이 먹통이었다. 결국 수기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약국에선 의사 처방 내용이 넘어오지 않아 약값을 알 수 없게 된 상황. 결국 금연치료보조제 처방을 받지 못한 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일부 의료기관에선 청구 프로그램과의 싸움에 지쳐 금연상담 환자를 보건소로 보내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안내문을 보면 프로그램 오류를 인정한다기 보다는 병의원들이 잘 적응을 못하고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건보공단은 "공단에서는 25일 지원사업 개시 일정에 맞춰 전산 프로그램 개발 등에 나름 최선의 노력을 했으나, 기존 요양급여 청구시스템이 아닌 인터넷 웹방식의 전산시스템이 다소 생소해 요양기관 입장에서 불편한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운영과정에 나타난 문제점과 개선의견을 최대한 신속하게 반영해 지원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내문이라기 보단 변명문에 가까워 보인다.
그런데 우리나라 의사들 참 착하다. 메디칼타임즈가 취재 중 만난 몇몇 의사들은 "첫날이니까 그럴 수 있겠죠", "너무 갑작스럽게 시행하다보니 준비가 덜 된 것 같아요. 차차 나아지겠죠"라는 반응을 보였다.
의사 본인의 잘못이 아닌데도 청구 프로그램 오류에 따른 불편과 시간적 허비에서 오는 환자의 불만과, 프로그램이 먹통인지 모른 채 대기실에서 평소보다 오랜 시간 자신의 진료를 기다리는 일반 외래환자의 원성까지 고스란히 감당하겠다는 대자대비한 심성에 존경을 표할 수 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의 전매특허가 하나 있다. 바로 '선시행 후보완'이다.
선시행 후보완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시급한 시행을 요하는 정책이나 일단 시행 후 모니터링을 거쳐 다듬을 필요가 있는 제도 등은 추후 보완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 다만, 국가 안보나 국민 건강 등이 선시행의 담보가 될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 나라 보건의료를 총괄하는 복지부의 정책 기조는 선시행 후보완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인턴제 폐지, 포괄수가제, 초음파 급여, 선택진료비 개선 등 굵직한 의료 현안 뒤에는 늘 선시행 후보완이 있었다.
이 때마다 의료계는 강력 반발하고 저지에 나섰다. 그러나 의생(醫生)의 힘으로 행정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선시행 후보완에 따른 여파는 고스란히 의료계와 환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 됐다. 그리고 이번 금연치료 지원사업을 통해 선시행 후보완의 결과는 다시 한번 입증됐다.
시행 전 프로그램 구축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이 정도의 비난까지 제기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류를 품은 채 시행에 돌입했다는 것은 '문제가 생기면 보완하면 되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흔히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한다. 국민 건강과 생명의 무게감이 교육보다 절대 가볍진 않을 것이다. 때문에 재고하고 검토하고, 전문가의 의견도 반영하는 등 철저한 사전준비를 거쳐 시행해야 하는 것이 보건의료 정책과 제도다.
그렇다면 보건의료 정책 및 제도에 있어 선시행 후보완이 아닌 '선보완 후시행'을 할 수는 없을까. 의료계는 가능하다고 한다. 왜냐, 의사들은 의료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행정적 잣대로 의료현장을 보는 것과 의료현장에서 행정을 바라보는 것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후자의 체감온도가 실제 온도에 가까울 것이다. 때문에 현실적인 정책 변화와 제도 개선을 위해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다.
그 좋아하는 선시행 후보완을 여기에 접목하라는 얘기다. 일단 의료 전문가의 생각을 정책에 적극 반영한 후 그 제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고 이후 행정적 보완을 거칠 생각은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
의료계에 따르면 금연은 본인가 가장 중요하고 의료 전문가의 상담과 치료가 이어질 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막 시행에 들어간 금연치료 지원사업의 성공여부는 의사와 환자의 의지에만 달려있진 않다. 정부의 안정적인 행정기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미생(未生)의 제도를 하나 던져놓고 의료계가 잘해보라는 식은 곤란하다. 이미 선시행 후보완의 프레임이 갖힌 듯 보이는 금연치료 지원사업. 국민 건강 증진을 추구한다면 정부가 먼저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시행을 앞두고 의료계의 관심은 뜨거웠다.
이달 초 대한노인의학회와 대한검진의학회,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가 개최한 '금연치료 세미나'는 일찌감치 사전등록 500명을 마감한 것도 모자라 현장에서만 200명이 더 등록했을 정도로 의사들의 관심이 높았다.
단지 수익적인 측면 때문이 아니었다. 이날 금연치료 세미나는 ▲금연 상담기법의 최신 가이드라인 ▲금연치료와 금연정책 ▲기존 금연 클리닉 운영의 실제 등을 주제로 진행됐다.
금연치료와 상담의 성과는 금연 성공률로 입증해야 하는만큼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 금연치료와 상담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의사들의 고민이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난 25일. 총 1만 4688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금연치료 지원사업이 시작된 이날 의사도, 약사도, 국민도 모두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이날 메디칼타임즈가 금연치료 지원사업에 참여한 의원을 찾아 직접 상담과 처방을 받아 본 결과는 처참할 정도였다.
건강보험공단 청구 프로그램은 기본정보 입력단계부터 먹통이었고 겨우겨우 정보를 입력하자 이번엔 처방 등록이 먹통이었다. 결국 수기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약국에선 의사 처방 내용이 넘어오지 않아 약값을 알 수 없게 된 상황. 결국 금연치료보조제 처방을 받지 못한 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일부 의료기관에선 청구 프로그램과의 싸움에 지쳐 금연상담 환자를 보건소로 보내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안내문을 보면 프로그램 오류를 인정한다기 보다는 병의원들이 잘 적응을 못하고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건보공단은 "공단에서는 25일 지원사업 개시 일정에 맞춰 전산 프로그램 개발 등에 나름 최선의 노력을 했으나, 기존 요양급여 청구시스템이 아닌 인터넷 웹방식의 전산시스템이 다소 생소해 요양기관 입장에서 불편한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운영과정에 나타난 문제점과 개선의견을 최대한 신속하게 반영해 지원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내문이라기 보단 변명문에 가까워 보인다.
그런데 우리나라 의사들 참 착하다. 메디칼타임즈가 취재 중 만난 몇몇 의사들은 "첫날이니까 그럴 수 있겠죠", "너무 갑작스럽게 시행하다보니 준비가 덜 된 것 같아요. 차차 나아지겠죠"라는 반응을 보였다.
의사 본인의 잘못이 아닌데도 청구 프로그램 오류에 따른 불편과 시간적 허비에서 오는 환자의 불만과, 프로그램이 먹통인지 모른 채 대기실에서 평소보다 오랜 시간 자신의 진료를 기다리는 일반 외래환자의 원성까지 고스란히 감당하겠다는 대자대비한 심성에 존경을 표할 수 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의 전매특허가 하나 있다. 바로 '선시행 후보완'이다.
선시행 후보완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시급한 시행을 요하는 정책이나 일단 시행 후 모니터링을 거쳐 다듬을 필요가 있는 제도 등은 추후 보완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 다만, 국가 안보나 국민 건강 등이 선시행의 담보가 될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 나라 보건의료를 총괄하는 복지부의 정책 기조는 선시행 후보완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인턴제 폐지, 포괄수가제, 초음파 급여, 선택진료비 개선 등 굵직한 의료 현안 뒤에는 늘 선시행 후보완이 있었다.
이 때마다 의료계는 강력 반발하고 저지에 나섰다. 그러나 의생(醫生)의 힘으로 행정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선시행 후보완에 따른 여파는 고스란히 의료계와 환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 됐다. 그리고 이번 금연치료 지원사업을 통해 선시행 후보완의 결과는 다시 한번 입증됐다.
시행 전 프로그램 구축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이 정도의 비난까지 제기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류를 품은 채 시행에 돌입했다는 것은 '문제가 생기면 보완하면 되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흔히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한다. 국민 건강과 생명의 무게감이 교육보다 절대 가볍진 않을 것이다. 때문에 재고하고 검토하고, 전문가의 의견도 반영하는 등 철저한 사전준비를 거쳐 시행해야 하는 것이 보건의료 정책과 제도다.
그렇다면 보건의료 정책 및 제도에 있어 선시행 후보완이 아닌 '선보완 후시행'을 할 수는 없을까. 의료계는 가능하다고 한다. 왜냐, 의사들은 의료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행정적 잣대로 의료현장을 보는 것과 의료현장에서 행정을 바라보는 것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후자의 체감온도가 실제 온도에 가까울 것이다. 때문에 현실적인 정책 변화와 제도 개선을 위해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다.
그 좋아하는 선시행 후보완을 여기에 접목하라는 얘기다. 일단 의료 전문가의 생각을 정책에 적극 반영한 후 그 제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고 이후 행정적 보완을 거칠 생각은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
의료계에 따르면 금연은 본인가 가장 중요하고 의료 전문가의 상담과 치료가 이어질 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막 시행에 들어간 금연치료 지원사업의 성공여부는 의사와 환자의 의지에만 달려있진 않다. 정부의 안정적인 행정기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미생(未生)의 제도를 하나 던져놓고 의료계가 잘해보라는 식은 곤란하다. 이미 선시행 후보완의 프레임이 갖힌 듯 보이는 금연치료 지원사업. 국민 건강 증진을 추구한다면 정부가 먼저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