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병원스토리 소화아동병원② 적정진료 고수하려니 재정난 극심
소아환자를 위한 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정말 미친 짓일까.
적어도 70년째 한눈 팔지 않고 소아환자 치료에만 집중해온 소화아동병원의 현재를 보면 미치지 않고서는 힘든 일인지도 모르겠다.
출산율 감소·소아환자 감소로 경영난 시작
소화아동병원의 전성기는 1946년 소화의원으로 시작해 90년대 후반까지 쭉 이어졌다.
1981년, 2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성장해 지금 위치한 서울역 인근으로 옮기면서 잠시 재정난을 겪었지만 워낙 환자가 많았기에 병원 운영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출산율 감소에 따른 소아환자 수 감소는 병원 운영에 직격탄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예방접종 및 영유아검진이 자리잡으면서 소아환자 수의 감소도 경영 악화에 한 몫했다.
여느 병원이 그렇듯, 환경 변화에 따라 소아환자 진료만 고집하지 않고 다른 병원으로 전환했다면 지금의 경영난은 찾아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화아동병원은 소아환자 진료를 포기하는 것은 이 병원의 뿌리를 흔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끝까지 이를 고수하고 있다.
아동병원의 전문성을 살려 소아내분비 클리닉, 알레르기 클리닉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인근 각 대학병원에서 운영하는 전문 클리닉과 경쟁하다보니 이 또한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병원 규모와 시설 및 장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요즘 엄마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폐렴 및 장염 환자가 상당수를 차지하게 됐다.
간호 2등급 유지하느라 인건비 부담 가중
한때 미숙아를 위한 인큐베이터 100대를 운영했을 정도로 전문성을 갖췄던 소화아동병원의 자존심은 의료진이었다.
그래서 의료진 수는 크게 줄이지 않았다. 전성기 때에도 10명으로 진료했지만 지금도 9명(병원장, 부원장 포함)이 진료를 보고 있다.
다만, 지난해 종합병원을 포기하면서 수련병원 지정 취소 신청을 했고 응급실 운영도 접었다.
하지만 야간에 병원을 찾는 소아환자를 위해 평일 야간은 9시까지 주말은 저녁 6시까지 진료한다.
한때 120명에 달했던 간호사는 최근 희망퇴직까지 진행하면서 60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간호 2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비록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성인과 달리 주사 하나 놓을 때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매출이 떨어져도 인력을 유지하다보니 전체 병원 재정 중 인건비 비중이 70%에 육박할 수 밖에. 하지만 간호2등급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간호사 인력난도 극심하다. 대학병원에도 신생아집중치료실(NIUC)이 없던 시절, 일을 배우고 싶은 간호사들이 들어오겠다고 줄을 섰지만 이제는 한 명이 아쉽다.
소화아동병원 류승주 행정과장은 "그나마 다행은 당시에 근무를 시작한 간호사들이 장기근속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들에게 교육받은 간호사들은 1~2년후 대형병원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늘 인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사실, 소화아동병원이 눈물을 머금고 NICU(neonatal intensive care unit. 신생아 집중 치료 시설)를 폐쇄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깔려 있었다. NICU를 운영하려면 더 많은 간호사를 채용해야 하는데 환자 수는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변화 모색 나섰지만 대출도 못 받는 신세로 전락
치열한 병원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난 2010년 김덕희 전 병원장은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장을 지낸 노하우를 바탕으로 병원 외벽에 기린을 그려넣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
병원 내부에도 리모델링을 통해 산뜻하게 손질하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아소미' 캐릭터를 만들었다.
올해 초 인건비 부담을 줄여보고자 뼈를 깎는 심정으로 희망퇴직도 진행했지만 병원의 재정난은 여전하다.
아동병원 특성상 여느 병원의 주요 수익사업 중 하나인 장례식, 영안실도 없다. 하다 못해 커피숍 등 편의시설도 운영하지 않고 있으니 진료 이외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답답한 현실 속 대출을 통해 EMR도입, 리모델링 등을 통해 재도약을 노려보려했지만 그마저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류 행정과장은 "은행권 대출을 받아 병원에 적극적인 재투자를 함으로써 활기를 불어넣을 계획이었지만 대출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그 또한 힘들어진 상태"라고 전했다.
인근에 대학병원은 어린이병원이 적자를 내더라도 다른 진료과에서 벌어서 손실을 만회할 수 있지만 소화아동병원은 오로지 독자생존 해야한다.
저출산 등 의료환경 변화로 환자가 감소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가로 버텨야 하는 현실. 70년을 역사를 지켜온 이 병원의 앞날은 위태롭기만 하다.
적어도 70년째 한눈 팔지 않고 소아환자 치료에만 집중해온 소화아동병원의 현재를 보면 미치지 않고서는 힘든 일인지도 모르겠다.
출산율 감소·소아환자 감소로 경영난 시작
소화아동병원의 전성기는 1946년 소화의원으로 시작해 90년대 후반까지 쭉 이어졌다.
1981년, 2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성장해 지금 위치한 서울역 인근으로 옮기면서 잠시 재정난을 겪었지만 워낙 환자가 많았기에 병원 운영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출산율 감소에 따른 소아환자 수 감소는 병원 운영에 직격탄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예방접종 및 영유아검진이 자리잡으면서 소아환자 수의 감소도 경영 악화에 한 몫했다.
여느 병원이 그렇듯, 환경 변화에 따라 소아환자 진료만 고집하지 않고 다른 병원으로 전환했다면 지금의 경영난은 찾아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화아동병원은 소아환자 진료를 포기하는 것은 이 병원의 뿌리를 흔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끝까지 이를 고수하고 있다.
아동병원의 전문성을 살려 소아내분비 클리닉, 알레르기 클리닉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인근 각 대학병원에서 운영하는 전문 클리닉과 경쟁하다보니 이 또한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병원 규모와 시설 및 장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요즘 엄마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폐렴 및 장염 환자가 상당수를 차지하게 됐다.
간호 2등급 유지하느라 인건비 부담 가중
한때 미숙아를 위한 인큐베이터 100대를 운영했을 정도로 전문성을 갖췄던 소화아동병원의 자존심은 의료진이었다.
그래서 의료진 수는 크게 줄이지 않았다. 전성기 때에도 10명으로 진료했지만 지금도 9명(병원장, 부원장 포함)이 진료를 보고 있다.
다만, 지난해 종합병원을 포기하면서 수련병원 지정 취소 신청을 했고 응급실 운영도 접었다.
하지만 야간에 병원을 찾는 소아환자를 위해 평일 야간은 9시까지 주말은 저녁 6시까지 진료한다.
한때 120명에 달했던 간호사는 최근 희망퇴직까지 진행하면서 60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간호 2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비록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성인과 달리 주사 하나 놓을 때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매출이 떨어져도 인력을 유지하다보니 전체 병원 재정 중 인건비 비중이 70%에 육박할 수 밖에. 하지만 간호2등급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간호사 인력난도 극심하다. 대학병원에도 신생아집중치료실(NIUC)이 없던 시절, 일을 배우고 싶은 간호사들이 들어오겠다고 줄을 섰지만 이제는 한 명이 아쉽다.
소화아동병원 류승주 행정과장은 "그나마 다행은 당시에 근무를 시작한 간호사들이 장기근속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들에게 교육받은 간호사들은 1~2년후 대형병원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늘 인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사실, 소화아동병원이 눈물을 머금고 NICU(neonatal intensive care unit. 신생아 집중 치료 시설)를 폐쇄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깔려 있었다. NICU를 운영하려면 더 많은 간호사를 채용해야 하는데 환자 수는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변화 모색 나섰지만 대출도 못 받는 신세로 전락
치열한 병원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난 2010년 김덕희 전 병원장은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장을 지낸 노하우를 바탕으로 병원 외벽에 기린을 그려넣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
병원 내부에도 리모델링을 통해 산뜻하게 손질하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아소미' 캐릭터를 만들었다.
올해 초 인건비 부담을 줄여보고자 뼈를 깎는 심정으로 희망퇴직도 진행했지만 병원의 재정난은 여전하다.
아동병원 특성상 여느 병원의 주요 수익사업 중 하나인 장례식, 영안실도 없다. 하다 못해 커피숍 등 편의시설도 운영하지 않고 있으니 진료 이외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답답한 현실 속 대출을 통해 EMR도입, 리모델링 등을 통해 재도약을 노려보려했지만 그마저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류 행정과장은 "은행권 대출을 받아 병원에 적극적인 재투자를 함으로써 활기를 불어넣을 계획이었지만 대출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그 또한 힘들어진 상태"라고 전했다.
인근에 대학병원은 어린이병원이 적자를 내더라도 다른 진료과에서 벌어서 손실을 만회할 수 있지만 소화아동병원은 오로지 독자생존 해야한다.
저출산 등 의료환경 변화로 환자가 감소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가로 버텨야 하는 현실. 70년을 역사를 지켜온 이 병원의 앞날은 위태롭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