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② '표적에 표적' 항암제 변신은 무죄…한미 등 국내사도 가세
글로벌 보고서마다 2020년 처방약 매출액 전망치는 다르다. 어찌보면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점점 고지혈증약 등 만성질환약은 순위 상위권에서 이탈하고 항암제 등 희귀질환약이 강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환자는 없지만 잠재성은 큰 시장. 수년전부터 거대 공룡 다국적제약사들은 이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한미약품은 지난해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게 신약후보물질 하나를 기술 수출한다. 규모는 7억3000만불(한화 8500억원). 당시 제약업계 역대급이다.
1. 글로벌 공룡 제약사는 왜 환자 없는 시장에 열광하는가
2. "난 너만 좋아해" 집착이 용서되는 암 퇴치 용사들
물론 이 사건은 4개월 후 가려졌다. 더 역대급인 5조원 규모의 사노피 기술 수출 건(당뇨병약 3종)에 의해서다. 역시 주체는 한미약품이었다.
하지만 의미는 컸다. 만성질환치료제가 아닌 항암제 분야에서 국내사가 글로벌 공룡 제약사 입맛을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이 후보물질은 글로벌 제약사 개발 흐름과 맥을 같이 하는 '표적에 표적' 스커드미사일을 닮은 항암제였다.
세분화된 소위 '너만 바라봐' 항암제가 뜨고 있다.
글의 흐름을 위해 베링거가 반한 한미 비소세포폐암 항암제 'HM61713'를 일례로 들자. 이 약은 쉽게 말하면 '이레사(게피티닙)', '타쎄바(엘로티닙)', '지오트립(아파티닙)' 등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약'을 쓰고 내성이 생긴 환자를 치료하는 물질이다.
폐암은 세포 조직학적 형태에 따라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뉜다. 이중 85% 가량이 비소세포폐암이다.
비소세포폐암은 크게 선암과 편평세포폐암으로 구분된다. 비중은 각각 65%, 30% 정도다. 선암과 편평세포폐암에서도 유전자 돌연변이 형태는 다르다. 이에 따라 치료제 개발도 달라진다. 'HM61713'은 기본적으로 비소세포폐암 EGFR(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변이를 타깃으로 한다. 선암에서 이 변이는 10~40%를 차지한다. 여기서도 'HM61713'은 EGFR 변이 치료에 내성을 야기하는 유전체 변이 중 50% 안팎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T790M을 잡는데 효과가 좋다. 타깃 중 타깃인 셈이다.
표적에 표적이라도 시장성은 크다.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보다 환자수는 적지만 향후 몇 안되는 라이벌과의 경쟁만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HM61713'와 같은 타깃 제품은 전세계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오시머티닙(제품명 타그리소)'만 미국 허가를 받은 상태다. 당분간 경쟁자도 없을 전망이다.
특히 HM61713과 같은 약의 최대 목표인 EGFR 1차치료제까지 승인될 경우 '타쎄바' 등 1차약 포션도 뺏어올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조병철 교수는 "오시머티닙은 향후 몇 년 내 허가 받을 T790M 표적 유일한 약제다. 시장에서 중요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표적에 표적을 향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항암제 개발 열정은 지난해 12월 방문한 ESMO(유럽종양학회) Asia에서도 확인됐다.
'오시머티닙'은 물론 난소암 최초 BRCA 표적치료제 '올라파립(상품명 린파자)',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등은 런천 심포지엄 등 메인 무대를 장식했다.
특히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완치 소식으로 유명세를 탄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새 바이오마커 후보를 공개하며 맞춤 치료에 한 발짝 전진했다.
종양세포 수용체 'PD-L1'의 발현종양비율(TPS) 50% 이상인 경우가 그것인데 이 환자군에서 '키트루다' 투여시 '전체 반응률(ORR)'과 '무진행 생존기간(PFS)' 연장 효과가 최적화되다는 임상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항암제 주력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특정 표적만을 집착하는 항암제가 뜨고 있다. 집착이 용서되는 곳이 항암제 분야다. 향후 유망 분야가 항암제라면 그중 메인은 타깃 중 타깃 항암제다. 글로벌 공룡 제약사들의 소위 너만 바라봐 항암제 개발에 공을 들이는 이유"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