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밀도 검사 무료" 경찰·보건소 민원도 무용지물

발행날짜: 2016-07-06 05:00:58
  • 상생모델 vs 독식…가족보건의원 출장 검진 두고 마찰

인구보건복지 협회 산하 가족보건의원이 강원도 일대에서 무료 골밀도 출장 검진을 진행하면서 인근 병의원과 마찰을 빚고 있다.

지역 원장들은 의료시장 질서 교란 등의 이유로 보건소 민원과 경찰 신고로 맞대응에 나섰지만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얻은 상황.

반면 가족보건의원은 환자들의 검사비 부담 완화와 함께 이상 소견 환자를 인근 병의원에 보내기 때문에 환자와 인근 병의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상생 모델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5일 강원도 일대 병의원에 따르면 인구보건복지협회 산하 가족보건의원이 무료 골밀도 출장 검진을 진행하면서 병의원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가족보건의원은 검진뿐 아니라 덤핑 접종이나 단체 접종 등으로 의료계와 마찰을 빚고 있던 게 사실. 이번에는 버스를 대절, 강원도 일대를 돌며 골밀도 검사를 무료로 진행하면서 지역 병의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무료 검사를 자제해 달라고 보건소에 민원을 넣은 A원장은 "가족보건의원이 지자체의 예산을 지원받아 이런 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특정 기관에 몰아주기식 사업을 벌이는 것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민원을 넣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가족보건의원이 왜 원주까지 와서 검진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문제가 발견된 환자가 원주로 직접 가야 하는 것인지, 사후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특정 기관을 통해 무료 검진을 시행하면 지역 병의원의 시장 질서가 교란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차라리 민간의료기관 위탁사업으로 진행하라는 것. 민간의료기관에 위탁하면 환자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해 일회성에 그치는 골밀도 출장 검진보다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가족보건의원은 골밀도 검진 사업을 '상생 모델'로 소개하고 있다.

가족보건의원 관계자는 "광범위한 부위를 검사하지 않고 허리나 요추, 대퇴부 쪽 검사로만 한정하고 있다"며 "환자의 이상 소견이 발견되면 결과지를 가지고 인근 의원에 가 정밀 진단과 처방을 권유한다"고 밝혔다.

그는 "출장 검진에서는 검사결과지를 토대로 처방을 할 수도 없다"며 "따라서 병의원들이 우려하는 의료시장 질서 교란이나 환자 싹쓸이 등의 우려는 오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 입장에서 보면 골밀도 검사 후 수치가 -2.5가 나오면 건강보험이 되지만 정상 수치면 비급여 처리가 된다"며 "보험적용이 된다고 해도 2만원이 넘는 검사비에 부담을 느껴 검사받기에 엄두를 못내는 어르신들도 많다"고 말했다.

잠재 수요에 머물렀던 환자들이 무료 골밀도 검진 사업을 통해 이상 유무를 알게 되고 인근 병의원을 찾기 때문에 오히려 병의원들이 환자를 늘리는 계기를 만들어준다는 설명이다.

이런 해명에도 원주 일대의 병의원은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가족보건의원을 경찰에 신고한 B 원장은 "출장 검진 버스가 원주보건소 공간 일부를 차지하고도 모자라서 인도의 일부를 점거하고 있어 경찰에 신고했다"며 "그런데도 원주경찰서는 보건소랑 협의된 부분이라고 불법주정차 단속을 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출장 검진이 이뤄지는 장소에서 불과 5m 거리에 본인의 의원이 위치하고 있지만 3년간 한 번도 환자를 받아 본 적이 없고 주변도 마찬가지"라며 "골밀도 검사는 평생가는 질환이기 때문에 당장 검사비 2만원을 내고 안내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 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골밀도 검사는 일선 민간의료기관에 위탁해야할 사업인데, 특정 기관에만 예산을 집중시켜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각 지자체들이 이런 출장 검진 사업에 입찰할 수 있다는 점을 병의원들에게 충분히 인지하게 했는지도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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