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예과 학생의 조금 특별한 연수기 32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16-11-29 10:20:59
  • 의대생뉴스2기 필진 한림의대 의학과 1학년 이영민

광활한 남미의 심장, 아르헨티나 편 1 - 살타

아기자기한 마을이었던 칠레의 산 페드로 데 아타까마를 뒤로 하고 이제는 남미 여행의 종반부로 치닫고 있었다. 남미 여행에서의 남은 여정은 이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만 남겨놓은 상태. 벌써 여행의 삼분의 이가 지나 버렸다는 놀라움과 아쉬움 속에서 아르헨티나의 중앙에 위치한 도시 살타로 향하는 버스를 찾아 본 결과 남미 대륙 스케일답게 이동시간이 무려 12시간이나 되었다.

이미 페루에서 쿠즈코를 갈 때 반나절 야밤 버스를 타본 경험이 있었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일 버스를 타고 가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조금은 부담되는 마음으로 장거리 버스에 올라탔는데 실내의 버스 시설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여태껏 타본 버스들 중 시설이 매우 뛰어났기 때문이다. 이층버스에다가 버스 내 식사 제공 등등 한국에서 겪어보지 못한 버스 서비스에다가 비교적 청결한 화장실까지 예전에 타던 페루나 볼리비아에서의 버스에 비해 칠레의 버스가 상대적으로 시설마저도 더 좋았다. 아무래도 다른 남미 국가들에 비해 경제 사정이 좋은 칠레의 면모가 버스에서도 드러나는 대목이었던 거 같다.

장장 12시간이나 걸리는 버스를 타고 가면서 원래의 계획은 남은 여행 계획을 마무리하고 충분히 수면을 취하는 것이었으나 이내 창문 바깥의 풍경을 보고서는 잠에 대한 의지를 잃어버렸다.

선인장 뒤로 깎아내리는 듯한 산세가 보인다
왜냐면 바깥의 기암괴석과 사막의 모습들이 필자의 눈을 매료시켰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칠레에서 아르헨티나로 넘어가는 순간을 기점으로 더 이상 안데스 산맥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드니 그 모습이 한층 더 아름다워 보였던 거 같았다. 때로는 앞으로의 걱정보다 현재에 보이는 아름다움에 집중하는 것도 매력이라 생각해본다. 이어지는 아름다운 자연의 선율에, 필자는 켜져 있던 전자 기기들을 잠시 재워 두고 바깥의 풍경에 흠뻑 젖었다.

그렇게 젖어 있기를 몇 시간, 어느덧 버스는 칠레와 아르헨티나 국경 사이에 도달했고 긴 여정이 될 것이라 생각했던 12시간의 여정은 예상 시간보다 무려 1시간 30분정도 더 빨리 살타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역시 나라가 바뀐지라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환전이었다.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특이했던 점은, 은행에서 공식적으로 하는 환전과는 별도로 암환전상이 곳곳에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르헨티나는 한 때 국가 파산을 선언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침체된 시기가 있었기에 국가에서 통화를 관리하기 시작하였고, 이 때문에 공식 환율과 별도로 여러 암환전상들에게 환전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환율에 거래를 할 수 있다.

때문에 아르헨티나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아르헨티나에서만큼은 암환전상에서 환전을 하고 있었다. 또한 은행을 제외한 합법적인 환전상 중에도 겉에다가 공시 환율을 적어놓지 않은 곳들이 있는데, 이 말은 즉 실제로 환전을 할 시에 그와는 다른 환율을 적용시키겠다는 암시와도 같은 것이었다.

이렇기에 아르헨티나를 여행할 시 카드 결제나 ATM기를 통한 출금은 환율 적용 시 공식 환율이 적용되어 엄청난 손해를 입는 것이고, 기축통화인 달러를 들고 가서 아르헨티나에서 암환전상에게 직접 환전하는 것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건 이미 꽤나 알려진 사실이 되었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라 버스터미널 근처에 있던 은행에서 환전하는 대신 (물론, 저녁 때 도착하여 이미 은행 문이 닫은 이유도 있었지만)번화가에 있는 환전상에 나가서 환전을 했던 기억이 있다. 환전 이후에는 야밤 문화가 발달해 있는 번화가의 시장과 거리들을 돌아다니며 숙소도 잡고 여유를 즐겼던 거 같다.

늦은 시간까지 밝게 빛나는 살타의 건축물
아르헨티나답게 거리 곳곳에 축구에 대한 열기와 대표 선수인 메시의 유니폼이 곳곳에 어른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탱고의 고향답게 거리 곳곳에서는 춤을 선보이는 멋진 남녀들이 많았다. 비록 남미에 있는 여타 다른 도시들과 그 외면은 비슷했지만, 그 안에 살아가는 내면의 사람들에게서 그 나라의 풍채와 기상이 묻어나오고 그 지역만의 특색이 드러난다는 건, 어느 지역을 가나 항상 느끼는 여행의 풍미인 거 같다.

그와 동시에 드디어 살타에서 남미에서 유럽으로 넘어가는 비행기 항공권을 예매하게 되었다. 이제는 남미 여행의 종착점이 정해졌고 그 날짜는 남미 콜롬비아에 처음 발을 디딘 그 날로부터 정확히 한 달째 되는 날, 브라질 상파울루로 잡혔다. 마지막이 정해진 만큼 그 순간을 더욱 즐기고 싶었고 그 속에 살아 숨 쉬던 살타는 더더욱 뜻 깊은 곳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아르헨티나 2부에서 계속-


오피니언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