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약 판매상 된 국내제약사, 상품판매에만 올인

발행날짜: 2017-01-11 12:00:59
  • 상품매출 증가율, 제품매출 추월…판권교체에 울고 웃고 자생력 언제쯤

국내 제약사의 체질 개선은 이뤄지고 있을까. 자사 제품으로 시장에서 승부를 보는 대신 외국 제약사로부터 판권을 사들여 판매하는 '상품 판매'에 비중을 높아지면서, 판권 교체에 희비가 엇갈리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상위 국내사의 매출 구조와 R&D 비용 투자 등을 분석해 상품 매출 집중의 득실을 따졌다.

상> 제약사 먹여살리는 상품 매출…판권교체에 희비
하> 상품 매출 증가는 독이 든 성배? 상품판매 이면은
국내 제약사가 매출 증대에 힘입어 R&D 투자에 본격 뛰어들고 있지만 커진 덩치에 맞지 않게 체력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국 제약사의 판권을 사들여 제품을 대리 판매하는 '상품판매' 비중이 점차 커지면서 판권 교체에 휘청이는 제약사 사례가 속속 등장하는 상황.

메디칼타임즈는 2014년 3분기부터 2016년 3분기까지 2년간 상위 국내 제약사들의 매출 구조를 분석해 국내 제약사의 체력 개선의 진행 여부를 살폈다.

제품매출은 주로 원료를 가지고 제품을 만들어 파는 행위, 즉 제약사의 고유 품목군 판매량을 의미하고 상품매출은 타 업체에서 가져온 품목을 판매하며 수수료를 얻는 행위를 뜻한다.

제약업계의 매출이 수 년간 지속 증대했다는 점에서 제품 매출과 상품 매출의 증가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

문제는 제품-상품 매출의 증감률이다. 제품 매출의 증가율이 완만한 데 반해 상품 매출의 증가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순이익의 증가, 감소가 상품 매출과 직결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먼저 유한양행은 2014년 3분기 259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중 제품 매출은 611억원, 상품 매출은 1939억원을 기록했다. 상품 매출의 비중이 매출 대비 74.8%를 차지할 만큼 외자사 판매창구 역할을 한 것.

2015년과 2016년을 거치면서 유한양행은 수입약 의존도는 더욱 커졌다. 2015년 제품 매출 633억원, 상품 매출 2423억원으로 상품 매출 비중이 78.2%, 2016년엔 각각 766억원, 2800억원으로 77.8%를 차지했다.

1000원 어치 약을 팔아 수익을 얻었을 때 자사 제품을 통해 얻은 수익이 고작 200원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수입약 의존도는 증감률에서도 확인된다. 2014년부터 2년간 제품 매출 증감률은 25.4% 증가한 데 반해 상품 매출은 44.4% 늘었다.

제품 매출의 비중이 컸던 녹십자는 조만간 상품 매출의 비중이 제품 매출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 녹십자의 제품 매출은 1484억원, 상품 매출은 933억원이었지만 2년간 제품 매출이 제 자리 걸음을 하는 사이 상품 매출의 증가폭이 가파르게 치솟아 제품 매출액에 근접했다.

녹십자의 제품 매출 증가율은 2년간 7.6%에 그쳤지만 상품 매출 증가율은 32%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매출액 순위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 종근당은 수입약 판매의 덕을 톡톡히 본 케이스.

지난해 3분기 R&D 비용과 판관비 증가로 타 제약사들이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급감했지만 유독 종근당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70~80% 대로 성장했다.

종근당은 2016년 MSD로부터 뇌신경전달기능 회복제 '글리아티린'에 이어 DPP-4 억제제 리딩품목 '자누비아(시타글립틴)'군과 비스타틴+스타틴 고지혈증복합제 '바이토린(에제티미브+심바스타틴)'과 '아토젯(에제티미브+아토르바스타틴)'까지 5개 판권을 가져왔다.

올해 역시 MSD로부터 알레르기비염 치료제 '나조넥스'의 판매제휴 계약을 체결하며 수입약 판매로 인한 수익 증대를 노리고 있다.

종근당의 2014년 3분기 상품 매출은 19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초 MSD의 5개 대형 품목을 들여오며 2016년 3분기 상품 매출은 655억원으로 무려 244.7%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제품 매출의 증가율은 28.5%에 불과했다.

제품 매출의 증가율보다 상품 매출 증가율이 2~4배씩 높아지는 현상은 광동제약, 제일약품, 동아에스티 등에서도 확인된다.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한미약품과 LG생명과학, 보령제약은 실질적인 의미의 '체질 개선'을 이루고 있다.

한미약품의 제품 매출은 2년간 17.6% 성장한 반면 상품 매출 비중은 6.1% 줄었다.

자체 개발한 당뇨병 약제 제미글로로 대박을 친 LG생명과학은 제품 매출의 증가율이 39.8%로 상품 매출 증가율 37.8%를 앞질렀다.

역시 자체 개발한 고혈압 약제 카나브로 국내 처방액 2000억원을 넘보는 보령제약도 신약 보유에 힘입어 제품 매출 증가율은 2년간 16.3%로, 상품 매출 증가율 11.1%를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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