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일회용 점안제 사후 관리 방안에 대해 리캡 용기 금지 대신 용량 재조정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점안제 용량을 1회용에 맞게 생산하면 다회 사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데다가, 공장 설비를 바꿔야 하는 용기 디자인 변경보다 손쉬운 사후 관리의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

이에 용량 재조정이 과연 1회용 기준에 부합하느냐가 새로운 관건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다회 사용이 가능한 리캡(Re-Cap) 용기 점안제에 대한 관리 방안 초안을 도출하고 최종 의견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다회 사용이 가능한 리캡 용기 점안제와 관련 "점안제는 개봉한 후 1회만 즉시 사용하고 남은 액과 용기는 바로 버려야 한다"는 용법 용량 및 사용상 주의사항을 마련한 바 있다.

문제는 주의사항을 마련하고도 정작 사후관리에는 손을 놓으면서 제약사들은 수익성을 이유로 고용량 리캡 용기 점안제를 그대로 출시하고 소비자 역시 점안제를 다회 사용하는 행태가 고착됐다는 것.

국정감사에서 일회용 점안제의 개선 주문이 이어지자 식약처는 리캡 용기 금지와 용량 재조정 방안을 두고 해외 사례를 참고하고 업체들과 의견 조율하는 등 접점 찾기에 돌입한 바 있다.

식약처는 점안제 규제 방안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업계와 식약처간 의견 개진한 내용을 토대로 정리하면 식약처는 일회용 점안제의 리캡 용기 규제 대신 용량 재조정과 약가 단일화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 초 식약처로부터 규제 방향에 대해 들었다"며 "점안제 용기 변경보다는 용량 재조정과 약가 단일화를 비중있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용량 재조정 방안이 설득력을 얻는 건 리캡 용기 변경보다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리캡 용기를 개봉 후 닫지 못하도록 하는 '논리캡' 용기로 바꾸는 것은 리캡으로 생산하는 제약사의 설비 투자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반면 점안제 용량을 1회 기준에 맞추는 것은 시설 재투자와 그에 따른 추가 시일 소요없이 원천적으로 점안제 재사용을 막고, 업체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식약처로선 '신의 한 수'가 되는 셈.

업계 관계자는 "리캡 용기를 논리캡으로 변경하는 것은 시설 비용 등으로 과잉 규제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이보다는 현실적으로 용량 조정이 합리적인 대안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용량 조정은 점안제 용기 금형에서 용적 기준이 되는 '몰드'를 추가하거나 제거하는 식으로 손쉽게 변경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평.

이에 따라 일회용 점안제의 용량의 적정선 설정이 핵심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현재 국내서 1회용 점안제로 출시된 제품의 규격은 0.3ml~1ml까지. 한 방울의 점안제 크기는 0.04ml로 대략 8~25방울의 양이 1회용으로 판매되는 실정이다.

일회용의 취지에 부합하려면 적어도 용량이 0.4ml 이하가 돼야 한다는 게 의료계의 판단.

경기도의 모 안과 원장은 "환자들이 재사용을 목적으로 리캡 용기 점안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리캡 용기를 바꿀 수 없다면 원천적으로 1회 사용에 맞게 용량을 줄이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한 쪽 눈에 한 두 방울을 점안하는 행태가 많지만 여분을 생각해 세 네 방울의 양까지 고려할 수 있다"며 "0.3에서 0.4ml면 대략 8방울이 나오기 때문에 일회용 용량으로는 최대치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0.4ml 이상으로 설정하면 리캡 용기를 금지하지 않는 한 과용량에 따른 재사용은 행태는 재현될 수 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회용 점안제의 용량에 따른 보험약가 선정이 과용량 포장을 부추겼던 게 사실이다"며 "식약처가 일회용 취지에 맞춰 단위별로 보험약가를 통일하고 용량을 줄이면 일회용 관행은 사라질 것이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