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메딕스 제2공장 르포…대량 생산 뒤엔 '초단위' 검수 능력
연간 생산량 앰플 1억 개, 바이알 5,000만개, 프리필드 주사제 2,000만개, 필러 1,000만개.
도대체 어떻게 생산하는 걸까. 아니 그 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많은 생산량을 어떻게 '검수'하느냐가 아닐까.
국내 제약사의 해외 수출이 늘어나면서 물량을 맞추기 위한 신공장 설립도 활기를 띠고 있다.
보통 연간 생산량과 연면적으로 환산되는 공장의 이면에는 대규모 생산을 가능케 한 기술집약적 장치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 핵심은 바로 양품과 불량품의 구분 기술.
인력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없는 연간 총 1억 8000만개의 물량 폭탄에서 제약사는 어떤 해답을 찾았을까.
6일 준공식을 마친 휴메딕스 제2공장을 찾아 비밀을 들여다봤다.
끝없이 펼쳐지는 앰플군단의 행진
휴온스글로벌의 자회사 휴메딕스가 지난 6일 충북 제천에 위치한 cGMP급 '제2공장'에서 준공식을 개최했다.
총 사업비 480억원이 투입된 휴메딕스 '제2공장'은 cGMP급 수준의 최첨단 설비를 도입했으며, 연면적 10,051m2(3,100여평)로 기존 제1공장 대비 4배 이상의 규모를 자랑한다.
또한 제2공장은 연간 생산 규모로 앰플 1억 개, 바이알 5,000만개, 프리필드 주사제 2,000만개, 필러 1,000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반도체 공장에서 볼 법한 방진모와 가운, 방진화를 착용한 뒤 공장에 들어섰다. 오염 방지를 위한 조치다. 이후 한번의 손 소독 과정을 더 거쳤다.
제2공장 1층에는 프리필드형 충전라인과 포장라인을 완비해 히알루론산 필러, 관절염 치료제와 같은 고점성 용액 충전이 가능한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
2층에는 앰플과 바이알의 충전라인과 바이알 동결건조라인, 포장라인 등 주사제 전 제형을 커버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이날은 휴메딕스 제2공장을 거쳐 휴온스 공장까지 살폈다.
앰플의 제조과정은 이렇다.
앰플 용기를 세척한 후 터널멸균기에서 300도 이상 가열한 후 무균실을 거친다. 무균실을 거친 앰플에는 액을 충전하고 유리 실링 후 포장을 한다.
바이알은 세척, 충전 과정은 같지만 동결건조 과정이 추가된다. 동결건조 기계실의 건조기는 대형 엔진을 연상시킬 정도로 거대했다. 기계실이 내뿜는 굉음에 공장장이 내지르는 안내 목소리도 뭍혀버렸다.
세척→멸균→충전→밀봉→검수→포장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컨베이어벨트 위로 앰플들이 개미떼마냥 줄지어 행진하는 착각마저 들게한다.
불량품을 찾아내는 비밀…1초 24장의 사진
밀봉을 마친 앰플은 다시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비전'이라 불리는 작업대에 위치한다. 비전은 말 그대로 사진을 찍어 앰플의 내부 사정을 살핀다.
고속 카메라가 찍는 앰플의 사진은 영화 필름 촬영 프레임과 같은 1초에 24장. 착, 착, 착 하는 셔터음과 비슷한 소리와 함께 붉은 광선이 앰플을 비추면 앰플의 흑백 사진이 모니터로 실시간 전송된다.
이상 여부도 실시간 감지된다. 판별 원리는 이렇다. 24장의 사진 변화를 추적해 움직이는 물체가 있다면 이물질이 혼입된 것으로 판단하는 것. 앰플 목 커팅의 적정 여부나 과밀, 과소 충전 여부, 외장재 크랙 여부도 관찰 대상이다.
초단위로 바뀌는 모니터에는 대부분은 '적정'을 의미하는 녹색 불이 들어왔지만 간혹 불량을 뜻하는 붉은 색이 나타나기도 했다.
불량이 나는 경우 모니터는 앰플 사진에서 문제 위치를 붉은 색으로 표시하고 다른 라인으로 자동 분류한다.
육안으론 모두 '같은 앰플'로 보였지만 고속으로 순간 순간 장면을 달리하는 화면 속 앰플은 모두 미세한 각자의 얼굴이 따로 있었다.
공장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과정을 통해 한 배치(Batch)당 불량률은 2~3%가 발생한다. 품질을 위해 불량률을 줄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불량품의 판별이라는 게 그의 말.
앰플의 검수 이후에도 제조자, 제조번호, 유효기간 등을 표기하는 라벨링 과정을 거친다.
라벨링 과정 이후 최종적으로 다시 한번 공장은 기계 '비전'의 힘을 빌린다. 1분당 400개 앰플을 처리하는 라벨러는 제조번호의 유효성, 유효기간의 표기 등을 따져 최종 출시 제품 여부를 결정한다.
휴메딕스는 대표 제품인 히알루론산 필러 '엘라비에 프리미어'와 관절염치료제 '하이히알 플러스주' 등을 제2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제2공장의 가동으로 제1공장 공급 부족을 해소하고, 신규 출시 예정인 1회용 관절염 치료제와 신제품 필러 생산, 앰플 및 바이알 주사제의 CMO 공급 물량 확대 등 연간 2,000억원 이상의 매출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1초 24'라는 숫자가 연간 2000억원, 1억 8000만개 생산량의 원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