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aHUS 치료 시기 중요한데 유전자 진단에 발목 잡혀"

발행날짜: 2019-03-17 01:30:10
  • 솔리리스 첫 완치 사례 경험한 서울의대 소아청소년과 강희경 교수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aHUS: atypical Hemolytic Uremic Syndrome)을 앓고 있는 소아 환자의 첫 완치 사례가 나왔다.

메디칼타임즈가 치료를 담당했던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희경 교수를 만나 aHUS 치료제의 처방 사례와 적절한 치료 시기의 중요성, 급여 기준의 방향성에 대해 의견을 들어봤다.

aHUS는 유병률은 100만명 중 2~3.3명 수준으로 매우 희귀하고 심각한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사망이나 말기 신장 질환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제 때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aHUS는 몸의 면역계를 구성하는 일부분이자, 이물질을 파괴하고 제거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보체'의 만성적이고, 통제가 불가능한 활성화로 인해 발병한다.

혈전과 염증이 몸 전체에 있는 작은 혈관에 손상을 입히는 '혈전성 미세혈관병증'을 일으켜 신장·심장·뇌 등 주요 기관이 손상될 수 있고 급성신부전, 뇌졸중, 심부전 등 생명을 위협하는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최대 79% 환자가 발병 후 3년 안에 영구적인 신손상이 발생하거나, 투석이 필요하거나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강희경 교수 역시 aHUS가 빠르게 심각한 상태로 진행될 수 있는 유전성 희귀질환이라는 점에서 초기 '적절한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생후 4개월 소아도 사경…aHUS 치료제 없었다면 투석 불가피

강 교수는 "생후 4개월에 aHUS로 진단받은 소아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을 정도로 생사를 오가는 위기였다"며 "당시 유일한 치료제(솔리리스)가 국내에 도입돼 있었지만 급여 전이라 후원을 받아서 사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단백뇨가 없어지고 신장 기능도 많이 좋아져 정상 생활을 하고 있다"며 "적절한 치료 시기와 적절한 치료제가 있어 회복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사례도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강희경 교수는 "aHUS 치료제의 국내 도입 전에는 혈장 교환술 등이 일시적인 보존치료로 기능했을 뿐이었다"며 "해당 소아환자의 치료 사례 전에 있었던 5명의 소아들은 현재 콩팥 기능이 망가져 이식을 기다리거나 투석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간 이식으로 완치한 케이스도 3명이 있지만 콩팥이 나빠지기 전에 이식받은 1명 외에는 콩팥이 악화된 상태라 콩팥과 간이식을 함께 해야 했다"며 "대체요법으로 위험 상황을 일시적으로 넘길 수 있지만 문제는 급성기 때 나빠진 콩팥 기능은 회복이 안 된다는 점"이라고 초기 적절한 치료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보존치료는 aHUS의 근본적인 치료를 하지 못해 신장 기능 이상이나 생명의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투석 중에도 만성적인 보체 활성화는 지속된다는 뜻이다. aHUS은 빠르게 치료를 해야 신장 등 장기 손상의 가능성은 물론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시기 놓치면 치명적…aHUS 치료제 사용 장애물은?

지난해 국내에서도 보체에 작용하는 솔리리스가 급여 적용되며 보다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해졌지만 까다로운 급여 기준과 사전승인제도의 통과가 쉽지 않아 환자 치료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강희경 교수는 "성인은 유전적 배경없이도 aHUS가 발생할 수 있고, 파종성 혈관 내 응고증, 패혈증과 같은 경우 증상이 비슷할 수 있다"며 "그런 경우 aHUS 치료제를 안 쓰게 되거나 애매해서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치료시기가 늦으면 늦을 수록 손상 정도에 따라 회복이 다를 수 있다"며 "첫번째 발병 때 치료 시도해서 콩팥 손상이 나타나기 전에 치료를 하면 괜찮을 수 있다고 보지만 보험 급여 승인 기준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aHUS는 확진을 할 수 있는 검사가 없어 전문의의 임상적인 진단이 필요하고, 50-70%의 환자만 유전자의 변이가 밝혀지고 있다. 문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 기준에서 주요 판단 근거로 '유전 증거'가 활용된다는 점.

강희경 교수는 "재발하는 환자의 경우를 제외하면 치료제 승인받은 환자들은 대다수가 다 유전자 이상이 있는 환자"라며 "유전자 이상을 밝히는데 1개월에서 길게는 3, 4개월까지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유전적 배경있는 환자들도 출산 수술과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발병할 수 있다"며 "급여 신청 당시 유전적 배경이 발현되지 않을 수도 있고, aHUS 자체가 유전자에 의해 발병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요 판단 근거인 유전자 검사로는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고, 대체요법에 의한 콩팥 기능의 상실이 나타날 수 있어 아쉽다는 것.

강희경 교수는 "호주는 aHUS이면서 다른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으면 일단 승인해 준다"며 "한국도 경험있는 의사가 스트레스 강도 등을 종합해 aHUS라 판단하고, 보체 활성화를 막는게 콩팥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면 심사없이 선 사용을 가능케해줬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한때 고비만 넘기면 치료제를 계속 쓰지 않아도 되는 환자들도 있고 아버지와 똑같은 유전자가 있는데도 정상인 자식도 있다"며 "유전자를 중심으로 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소중한 치료기회를 박탈할 수 있어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기 치료가 중요한데 2주 안에 심사해 결과를 알려주면 이미 응급처치한 이후라 좋아진 경우가 많다"며 "외국과 마찬가지로 신청 즉시 하루 안에 급여 여부를 결정하고, 지속 급여 여부를 향후 심사하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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