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회 운영 자율규제 가능할까...투명성 담보가 관건

발행날짜: 2019-08-23 06:00:59
  • 메디칼타임즈, 22일 '국제학회 공정경쟁규약' 토론회서 다양한 의견 나와
    지난친 규제는 의학발전 퇴보...공익성 감안해야 자발전 운영 맡겨달라 요청

"국제학회에 대한 인정, 심사 업무가 2015년 71건에서 2018년 160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공정경쟁규약 상의 학회 지원 규정이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에 유독 느슨하다는 점에서 국제학술대회 신청 건수가 최근 3년 새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관 단체들은 학회가 환자 이익에 부합하는 공익적 성격을 갖췄고, 엄격한 규제가 풍선효과를 불러왔다는 점에서 지원 허용 범위를 개인/단체로 분리, 단체에 대한 지원은 허용할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22일 메디칼타임즈가 '새로 바뀌는 국제학술대회 공정경쟁규약 내용'을 주제로 코엑스에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규약 변경에 따른 주의점, 의사협회, 제약바이오협회, 의료기기산업협회 등의 적용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금까지 국내 학회는 개최 비용의 30%를 자기부담으로 하고 이외 기부금 등 지원 내역에 대해 행사 이후 지출증명 서류를 사후통보해야 했다. 반면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는 사후통보 규정에서 자유로웠다.

국내 학회에 대한 규정 강화가 국제 학회 범람이라는 '풍선 효과'를 불러온 셈. 관련 당사자들은 최근 예고된 국제 학회 공정경쟁규약 강화가 또다른 풍선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이우용 학술이사(삼성서울병원 대장항문외과)는 '자율 규제'를 규약 개정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규제의 풍선 효과…자율 규제 도입해야

이 이사는 "국제학회에 대한 인정, 심사 업무가 최근 점차 증가해 2015년 71건에서 2016년 84건, 2017년 131건, 2018년 160건으로 폭증했다"며 "2019년 3월부터 7월까지만 해도 92건으로 그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학회의 증가는 국제화에 따른 필수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이는 현재 공정거래규약에 따른 학회 및 단체 등의 학회 지원 부족에서 기인하는 바도 크다"며 "규제책을 타개하기 위해 국내 개최 국제 학회가 사용된 것도 일부 원인이었다"고 토로했다.

'국제'라는 명칭에 걸맞지 않은 부실 학회는 규제가 필요하지만 수백 개가 넘는 다양한 학회, 연구회, 그외 단체들이 각각의 목적과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 일률적인 법률 문구만으로 규제하기에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게 그의 판단.

이우용 이사는 "국제학회는 국내 연구자들의 학술 교류를 넘어 해외 우수연구자의 지식과 능력을 습득하고 또 해외 연구자들에게 우리 의료진의 우수성을 알리는 다양한 목적이 있다"며 "각 학회의 규모, 목적에 따른 맞춤형 규약없이 학회의 싹을 자르면 이는 한국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제학회 규약 개정에서 전문가 단체의 자율 규제를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이 개정의 핵심"이라면서 "현재의 획일화된 심사에서 심사표를 도입해 자율 규제를 강화하고, 국내 개최 국제학회 결과 보고 의무화로 결과 관리를 강화하자"고 제시했다.

이어 ▲외국인 수를 단순 참가자가 아닌 학회 참관 외국인 수로 변경 ▲공정거래 규약 내에 심사에 의한 불승인 근거 마련 ▲국내 개최 국제학회의 국내 학회로의 유도 방안 마련을 학회 질적 제고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 이사는 "국내 학회 규정 중 부스 사용료를 현실화하고 사용료를 일당 계산으로 변경해야 한다"며 "최대 운영 부스 확대 및 인쇄매체 등의 광고비 현실화, 학회 준비 비용 인정 등의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회의 공익적 성격 인정해야

대한의학회 은백린 학술이사(고대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는 학회의 공익적 성격을 감안해 경제적 이익 제공의 허용 주체를 단체/개인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학회 참여자, 즉 개인에 대한 이익 제공은 처방 증진 목적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지만 학회라는 단체에 대한 지원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은 이사는 "학회는 학문을 깊이 연구하고 더욱 발전하기 위해 만든 모임이기 때문에 교류를 통해 환자의 치료 효과를 높일 뿐더러 양질의 전문가 양성, 보건의료정책 제시, 임상진료지침 개발, 의학적 자문 등 공익적 성격을 수행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회는 비영리 기관이라 영리 목적의 일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대학 교수를 중심으로 많은 회원들의 재능 기부에 의존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건강보험공단, 심평원 등의 의견 조회는 대부분 재능기부 형태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의료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이른데에는 관련 의학회들이 견인해 온 측면이 크고, 그런 성장의 동력에는 산업계의 재정적 지원이 있었는데 이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학회의 질적, 양적 성장 모두를 후퇴시킬 수 있다. 특히 학회의 경제적 이익 제공은 대부분 판매 촉진의 목적이 없다는 점에서 리베이트 등의 부당 지원과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뜻이다.

은 이사는 "학회가 외부지원 없이 회원들의 회비만으로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의료법 시행규칙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7가지 유형 이외의 정당한 학술, 연구 활동에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인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학회 운영도 비용이 필요한데 돈이 개입하면 무조건 나쁜 눈으로 바라보는 게 통념인 것 같다"며 "학회 활동에 대한 정당한 지원으로 괄목할 만한 의학발전을 기대할 수 있고, 이는 국민의 의료혜택, 제공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리베이트와) 다른 눈높이와 잣대로 바라봐 달라"고 덧붙였다.

대한의학회가 자체 공청회를 통해 수렴한 공정경쟁규약 개선안은 ▲국내-국제학회 지원 차등 해소 ▲학회 준비 기간을 감안, 학회 잉여금의 사용 범위 확대 ▲전시 부스비 상한액 일수별 상향 ▲외국인 수 인정 기준에 단순 참가자 대신 발표자 포함 등이다.

▲"규제 강화, 득보다 실"…전문가 단체 손들어 준 복지부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제약바이오협회, 의료기기산업협회도 자율 규제 방안에 힘을 실어줬다.

장우순 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공정경쟁규약에 따라 학회 지원 내용을 사전 심의, 사후 보고하는 건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하고 있다"며 "2010년 이후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했다는 점을 감안해 전문가 단체의 자율 규제로 내실 여부를 따져 승인/비승인을 결정하자는 데 찬성한다"고 말했다.

조민아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윤리경영위원회 위원장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그는 "국제 학회에 학회 가끔 참석하는데 실제로 보면 참석하기 싫을 정도로 일정이 빡빡하고 영어도 전면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따라서 학회를 의학적 지식을 교류해 결국 환자들의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자리라는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뉴스에서 항상 부정적인 것만 부각되는데, 이런 관점들이 환자들을 위해 노력하는 학회의 실제 본질을 흐리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며 "국제 학회 기준 강화안을 적용한 후의 학회 활성화 방안이 숙제로 남을 뿐더러 아무리 강화된 규정도 예상외 허점이 항상 나온다"고 덧붙였다.

좌장을 맡은 이윤성 대한의학회 전 회장은 "아무리 살인죄가 엄격해도 살인을 모두 막을 수 없듯이 아무리 엄격한 법, 규제도 잘못을 100% 예방할 수 없다"며 "오히려 강한 규제는 정당한 활동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파생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차라리 선진국처럼 자율 규제 이후 적발 시 강하게 징계하는 방안으로 가는 게 어떨까 한다"며 "기차 표 검사를 하지 않지만 무임승차가 적발되면 강한 징계를 내리는 선진국형 사회제도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자율 규제안에 힘을 실어줬다.

복지부 윤병철 약무정책과장도 대의적인 차원에서 의료단체의 질적 평가 방안에 무게를 뒀다.

그는 "의협, 병협 등 단체와 규제안에 대해 계속 논의를 진행해 왔지만 최종적으로 공정위가 이런 개정안을 허용해 줘야만 효용을 가지게 된다"며 "큰 틀에서 과정 투명화를 위해 의협이 질적인 평가하는게 바람직 하지 않을까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규약 적용 이전, 이후로 나눠보면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며 "의협이나 의학회든 통제 기능을 주고 자율 통제하면서 조정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공정위는 (경제적 이익 제공을) 판매 촉진으로 보면서 다 규제하려는 측면이 강했는데 판매촉진이 아닌 목적에는 줄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많이 바뀐 것 같다"며 "환자가 (학회로) 혜택을 누리는 측면이 있으니까 그런 측면에서 학회 지원을 봐 준다면 다른 결과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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