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Mavericks 최재호 회장(차 의전원 본과 2학년)
강남역의 작은 술집에 모여 앉아 친구들과 각자가 꿈꾸는 미래를 토로하던 2019년의 어느 봄날이 Medical Mavericks의 시작이었다. 친구들 앞에서나 터놓는 "의대에서 다른 꿈꾸기 참 어렵고 외롭다."는 푸념은 곧 열망이 됐다. 돌이켜보면 말도 안 되는 계획이었다.
지금까지 이러한 경험을 해보지 않은 열 댓 명의 의대생들이 59일 만에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고 전국 단위의 의대생 단체를 발족시키는 것. '불가능과 가능'의 여부 따위를 점쳐보지 않았던 간절함이 맺은 결실이었다.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한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주위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지금껏 쌓아온 커리어와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KAIST 재학 시절, 금융·정치·공학·경영·스타트업 등 다채로운 꿈을 꾸며, 더욱 많은 활동과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기 위해 노력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인턴, 정책 자문연구원, 한국장학재단의 홍보대사를 비롯해 1000여 명 앞에서 강연하고, 팟캐스트 방송으로 학생들과 거리를 좁히기도 했다.
누군가는 전공에 도움 되지 않는 활동을 한다고 의문을 제기했지만, 이 과정에서 필자는 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금껏 길러온 공학적 전문성과 경영학적 마인드에 의학적 전문성을 접해 사회에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의학도의 길에 접어들었다.
다양한 분야와 빠르게 협업하는 의료계를 꿈꾸고 의전원에 진학했다. 하지만 필자가 본 의학도의 세계는 예상과 너무나 달랐다. 다양한 꿈을 꿀 여유도, 정보도, 기회조차 부족했다. 마치 선택지가 정해진 OMR카드에서 인생을 선택하는 듯 한 현실과,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에 혼자만 방황하는 듯했다.
물론 타전공의 학생들과 커리큘럼도 다르고, 단기간에 학습해야 하는 학습량도 무척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런 환경은 꿈을 재단하는 이유가 되기보다는 더 친절히 다양한 진로에 대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강력한 동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Medical Mavericks의 목적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비 임상 진로를 희망하는 학우들이 기회를 얻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장을 여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임상 의사가 될 학우들이 급변하는 의료계에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돕는 것이다.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경험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의학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기대한다. 핵심은 모든 꿈에 대한 응원이다.
이미 의대생들은 다양함을 원해왔다. 2019년도에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 협회 대외실무국(국장 주인기)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의대생들이 선호하는 강연주제'에 대해서 1000여 명 중 43.9%가 '의대 졸업 후 다양한 진로'라고 답했다.
이는 Medical Mavericks 진로 세미나에도 확연히 나타났다. 기존 200여 명으로 예상했던 참가자는 300명을 돌파해 조기마감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전체에서 학교당 최소한 한 명의 학우가 참여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의대생의 다양한 진로가 더는 개인의 외로운 고민이 아닌, 모든 이가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아젠다라는 것이 확연히 드러났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파우스트의 한 구절에서 큰 위로를 받았다. 목적 없는 방황처럼 보였던 여정은 방향을 찾기 위한 뜨거운 노력이었다. 아직 쓰이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며 자유롭고 당당하게 마음껏 방황하고자 한다.
우리의 열정이 모두의 긍지로 이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