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쩔쩔 매고 있다. 제약사 이야기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정이 그렇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인보사 세포주 변경과 엘러간 인공유방 사태 등 다양한 이슈가 도마에 올랐다.
발사르탄 이후 라니티딘 성분에서 재발된 NDMA 검출, 엘러간사 거친 표면 유방보형물의 대세포 림프종(BIA-ALCL) 부작용 발견을 모두 해외 기관에 의존했다는 점에서 선제적 대응과도 거리가 멀었다.
인보사 사태 이후 6개월 이내 투여 받은 모든 환자에게 검사를 실시하고, 이상사례 등 결과 보고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 검사 인원도 전무했다. 정말 식약처는 책임을 방기한, 뭇매를 맞아 마땅한 기관일까.
식약처의 부실 대응을 둘러싼 다양한 사건들은 개별적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결국은 주머니 사정에서 비롯된 '돈 문제'다.
국회의원들은 FDA를 인용하며 식약처 때리기에 올인했어도 사실 FDA와 식약처는 체급, 아니 각 기관을 바라보는 사회적 공감대와 철학이 다르다.
FDA는 의약품 한 품목 심사에 통계, 화학, 약리 분야의 전문가 40명이 맡아서 한다. 의사 출신만 500명. 의사 몸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나라에서 이정도 인력 규모는 그들이 얼마나 안전에 투자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식약처는 어떨까. 품목 허가에 식약처는 고작 3개 분야 6명을 배정한다. 40명이 맡아서 하는 일을 6명에게 맡기고 동일한, 혹은 선제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건 분식집에서 호텔급 서비스를 받겠다는 심보다.
허가 이후도 결국 돈이다.
식약처의 정기적인 최신 안전성 정보(PSUR) 검토 보고서는 제약사가 제출한 자료의 요약본에 그친다. 다른 의약선진국처럼 보고서를 리뷰하고 검토해 허가 사항을 변경하는 일은 엄두도 못낸다.
식약처를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안전처'라는 명칭을 부여해 놓고 일임했다면, 윽박지르기로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충원할 재정이 부족한데 의욕이 없다고, 시스템 문제라고 눈가리고 아웅해봤자 발사르탄, 엘러간 사태처럼 해외 기관에 의존, 늑장 대응에 나서는 사례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번 국감에선 변화한 분위기를 봤다. 김상희 의원은 "기재부나 행자부를 설득해 전문 인력을 대폭 확충하라"며 "(전문 인력 확보 없이는) 의약품 사고가 나면 사후 대응하는 방식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주문했다.
진선미 의원도 "첨단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제품들이 개발되고 있는 시점에서 심사 품질을 향상시키고 첨단 융복합 제품 개발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외와 비슷한 수준의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전=돈'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는 대목이다.
식약처의 허가심사 공무원은 176명. 2013년 의약품 등 허가・심사 민원이 4465건에서 2018년 1만6993건으로 약 4배 증가하는 동안 인력은 고작 8명 증원에 그쳤다.
식약처도 쿨하게 인정한다. "현재 식약처의 허가·심사담당 공무원은 총 176명으로, 품질 높은 의약품 등의 허가·심사 등 국민의 기대수준에 부응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라고.
앞으로 심사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적극적 협의할 계획이며, 위원들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는 게 국감 서면답변을 통한 식약처의 읍소. '뭇매'보다는 '돈'을 달라는 은유적 표현이다.
그간 심사 부서 직원들을 만나면서 야근과 업무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정체된 인력에 허가·심사량이 4배 늘어나면서 몰골은 정말 말이 아니게 됐다.
안전은 돈이다. 윽박지르기 식으로 안전을 책임지라는 건 핑계다. 핑계로 성공한 건 아직까지 김건모가 유일하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인보사 세포주 변경과 엘러간 인공유방 사태 등 다양한 이슈가 도마에 올랐다.
발사르탄 이후 라니티딘 성분에서 재발된 NDMA 검출, 엘러간사 거친 표면 유방보형물의 대세포 림프종(BIA-ALCL) 부작용 발견을 모두 해외 기관에 의존했다는 점에서 선제적 대응과도 거리가 멀었다.
인보사 사태 이후 6개월 이내 투여 받은 모든 환자에게 검사를 실시하고, 이상사례 등 결과 보고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 검사 인원도 전무했다. 정말 식약처는 책임을 방기한, 뭇매를 맞아 마땅한 기관일까.
식약처의 부실 대응을 둘러싼 다양한 사건들은 개별적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결국은 주머니 사정에서 비롯된 '돈 문제'다.
국회의원들은 FDA를 인용하며 식약처 때리기에 올인했어도 사실 FDA와 식약처는 체급, 아니 각 기관을 바라보는 사회적 공감대와 철학이 다르다.
FDA는 의약품 한 품목 심사에 통계, 화학, 약리 분야의 전문가 40명이 맡아서 한다. 의사 출신만 500명. 의사 몸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나라에서 이정도 인력 규모는 그들이 얼마나 안전에 투자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식약처는 어떨까. 품목 허가에 식약처는 고작 3개 분야 6명을 배정한다. 40명이 맡아서 하는 일을 6명에게 맡기고 동일한, 혹은 선제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건 분식집에서 호텔급 서비스를 받겠다는 심보다.
허가 이후도 결국 돈이다.
식약처의 정기적인 최신 안전성 정보(PSUR) 검토 보고서는 제약사가 제출한 자료의 요약본에 그친다. 다른 의약선진국처럼 보고서를 리뷰하고 검토해 허가 사항을 변경하는 일은 엄두도 못낸다.
식약처를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안전처'라는 명칭을 부여해 놓고 일임했다면, 윽박지르기로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충원할 재정이 부족한데 의욕이 없다고, 시스템 문제라고 눈가리고 아웅해봤자 발사르탄, 엘러간 사태처럼 해외 기관에 의존, 늑장 대응에 나서는 사례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번 국감에선 변화한 분위기를 봤다. 김상희 의원은 "기재부나 행자부를 설득해 전문 인력을 대폭 확충하라"며 "(전문 인력 확보 없이는) 의약품 사고가 나면 사후 대응하는 방식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주문했다.
진선미 의원도 "첨단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제품들이 개발되고 있는 시점에서 심사 품질을 향상시키고 첨단 융복합 제품 개발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외와 비슷한 수준의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전=돈'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는 대목이다.
식약처의 허가심사 공무원은 176명. 2013년 의약품 등 허가・심사 민원이 4465건에서 2018년 1만6993건으로 약 4배 증가하는 동안 인력은 고작 8명 증원에 그쳤다.
식약처도 쿨하게 인정한다. "현재 식약처의 허가·심사담당 공무원은 총 176명으로, 품질 높은 의약품 등의 허가·심사 등 국민의 기대수준에 부응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라고.
앞으로 심사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적극적 협의할 계획이며, 위원들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는 게 국감 서면답변을 통한 식약처의 읍소. '뭇매'보다는 '돈'을 달라는 은유적 표현이다.
그간 심사 부서 직원들을 만나면서 야근과 업무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정체된 인력에 허가·심사량이 4배 늘어나면서 몰골은 정말 말이 아니게 됐다.
안전은 돈이다. 윽박지르기 식으로 안전을 책임지라는 건 핑계다. 핑계로 성공한 건 아직까지 김건모가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