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국형 장점 살린 '항암제 임상평가지표' 개발된다

발행날짜: 2019-10-23 16:49:38
  • 항암요법연구회, 23일 공청회서 ESMO와 ASCO 혼합형 제안
    심평원 박영미 실장 "모든 결정이 아닌 참고용...부족한 부분은 보완할 것"

면역항암제 등 고가 신약에 대한 한국형 임상가치 평가 지표가 개발돼야 한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나왔다.

전문가들은 일단 유럽종양학회(ESMO)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모델을 혼합한 '한국형 모델' 을 개발할 것을 제안한 가운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적극적인 활용의지를 보였다. 결국 새롭게 개발될 임상평가 도구를 보건당국이 어디에 활용할 것인지만 남은 셈이다.

이날 공청회에 모인 전문가들은 대부분 한국형 가치 평가 도구를 도입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다만 급여적용 시점과 재평가 시점 등 활용방법을 두고 선 결론을 내리지 못한 모습이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23일 가톨릭대 의생명산업연구원에서 '제외국 항암제 가치평가 도구 분석 및 한국에서의 적용'을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했다.

앞서 심평원은 신약 항암제 등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효과와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표준화 도구'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고 지난 4월 항암요법연구회에 연구용역을 맡겼다. 이날 공청회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국형 가치평가 도구 모델을 제시, 보고하는 자리.

하지만 핵심인 평가지표는 공개하지 않고 어떤 벤치마킹 모델을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는 자리가 강했다. 발제를 맡은 류민희 울산의대 교수(종양내과)는 제외국 의약품 가치평가 도구를 비교한 결과 차이점은 존재하지만 ESMO와 ASCO 모델이 벤치마킹하기에 적합하다고 제시했다.

류 교수는 "ESMO와 ASCO, 그리고 미국 종합 암 네트워크(NCCN), 미국의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 암센터의 DrugAbacus를 비교했다"며 "이 중 DrugAbacus의 경우 병용요법은 별도로 적용하고 있지 않았다.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부분들이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함께 발제를 맡은 배승진 이화의대 교수(약학과)는 ESMO와 ASCO의 모델을 합친 새로운 한국형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두 모델의 경우 치료효과와 독성 평가 측면에서 차이점이 존재하기에 이를 혼합한 새로운 한국형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배승진 교수 연구를 마친 뒤 혈액종양내과 전문의와 제약사, 환자단체가 참석한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에서도 두 도구를 모두 반영하는 데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약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수치화 해 나타낼 도구가 필요하다는데 대부분 동의했다"며 "ESMO와 ASCO가 같이 고려해야 한다. 독성 적용의 차이점을 본다면 ESMO는 비교적 높은 부작용만 고려하지만 ASCO는 낮은 부작용 우려까지 고려하는데 국내 현실을 반영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내 모델 개발시 ESMO와 ASCO 두 모델 중 어느 모델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추가 논의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패널로 참여한 전문가들은 해당 도구를 급여 결정 혹은 사후평가 등 활용방법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대의대 김열홍 교수(종양내과)는 "가치평가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며 "신약 개발자와 의료현장에서 활용하는 사람 등 가치평가 대상이 어디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산의대 이대호 교수(종양내과)는 "모든 가치 평가 도구는 급여결정 전에 쓰여야하는 것"이라면서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준을 제시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에 패널로 참여한 보건당국은 최근 높아지고 있는 고가 신약 급여 적용시 개발될 한국형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분명히 했다.

연구를 발주한 심평원 박영미 약제관리실장은 "약제 급여 의사결정시 필요성이 있다. 개발할 평가도구로 모든 결정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참고하겠다는 것"이라며 "개발할 도구가 부족한 점이 있다면 적용범위를 넓혀가면서 보완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곽명섭 보험약제과장 역시 "평가도구는 필요한 것으로 의견일 모아진 것 같다"며 "근본적으로 공적자원을 공정하게 어떻게 써야 하는 부분이 중요하다. 향후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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