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 감염 가능성 '모락모락'...검역강화 전략 찾아야

발행날짜: 2020-02-11 05:45:58
  • 전문가들 "초기 방역 및 신종 감염병 대응 시스템 부실 여전"
    25번·27번 확진자 고 위험지역서 귀국…초기 검사도 '구멍'

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 확진자 수가 27명으로 늘어나면서 초기 방역 대응 및 신종 감염병 대응 시스템이 과연 구축됐는지에 대한 반성이 학계로부터 나오고 있다.

사스를 겪으며 방역 시스템을 재정비했다고는 하지만 전세계의 사망자와 확진자 모두 2002년 사스 때를 넘어서면서 향후 대응 시스템 구축이 과제로 남았다.

10일 오전 9시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 수는 총 27명으로 집계됐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정례 브리핑을 통해 추가된 25~27번 확진자 가족의 이동 동선을 공개했다.

25번 환자의 경우 7일 선별진료소를 방문했지만 검사를 받지 못했고, 27번 확진자는 5일 마카오에서 귀국해 선별진료소를 찾았지만 검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무증상 감염 가능성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7일이 돼서야 중국 입국자의 경미한 증상에 대해서도 검사가 이뤄졌다.

학계로부터 위험 지역 입국자 및 경미한 대상자에 대한 검사 확대 주장에도 불구하고 늑장 대응이 이뤄졌다는 것. 사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신종 감염병에 대한 시스템이 재정비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이유다.

10일 오전 10시 기준 중국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4만 235명, 사망자는 909명을 기록중이다. 이는 2002~2003년 사스 발병 당시 전세계 사망자 수 774명을 훌쩍 넘긴 수치다.

사스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사율이 다르지만 확진자 수 역시 사스(8096명)를 넘어섰다는 점에서는 초기 방역 대응뿐 아니라 반복되는 신종 감염병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체계가 부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대안암병원 손장욱 감염내과 교수는 "사스는 전세계적으로 수 개월 동안 8천여명이 발생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한달이 안된 시점에서 3만명에 육박했다"며 "중국에서는 확실히 초기 대응에 실패했고, 한국은 초기 검사 대상자 선정 등에 부족한 점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 키트 등의 자원 부족으로 어떤 환자까지를 검사 대상에 넣어야 할지, 무증상 감염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며 "사스와 메르스를 겪었다고는 하지만 실제적으로 구축된 시스템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메르스 사태 이후 백서까지 제작됐지만 학계에서 제기한 감염병 대응 방안의 상당수가 현 시점까지 도입이 되지 않거나 백지화됐다는 것.

손 교수는 "과거 메르스 때 만든다고 말했던 감염병 전문병원은 지금까지 공회전했다"며 "CDC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역학조사관 충원 및 질병관리본부 소속 전문가들을 늘리는 노력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메르스, 신종 플루 당시에도 많은 기자들에게 시스템 구축이 실제 이뤄지는지 계속 예의주시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며 "아마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잠잠해지면 제기되던 다양한 해법들이 또 구축되지 않고 사라지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사스 사태 이후에도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신종 감염병 사태가 발병할 때마다 수습하기에 급급했지 과거 사태로부터 시스템 구축 등과 같은 적절한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뜻이다.

인천의료원 내과학교실 김진용 교수 등 연구진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폐렴의 사례를 통한 통제 조치에 대한 시사점' 연구 논문을 통해 비슷한 의견을 게진했다.

김 교수는 "급성 호흡기 바이러스는 열, 근육통 및 인후통과 같은 공통 증상이 나타난다"며 "이번 신종 감염병의 유일한 단서는 여행 기록이었는데 이는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격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는 "열 스캐너를 통한 입국 심사는 신종 바이러스의 유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무증상 또는 경증의 많은 사람들을 놓칠 수 있다"며 "실제 2009년 인플루엔자 A(H1N1)가 유행하는 동안, 이같은 선별 방법의 정확성은 5.8%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호흡기 감염에서 폐렴으로 진행될 수있는 사람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폐렴이 발생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검사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것보다는 역학적 위험이 있는 모든 증상 환자에 대해 선별 검사를 수행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게 그의 판단. 국내 25번, 27번 확진자의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실제로 2일 감염학회는 대정부 권고안을 통해 후베이성 외의 중국지역에서 발생하는 사례가 40%를 차지해 후베이성 제한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 됐다는 점에서 위험지역 입국자들의 전폭적인 입국 제한을 주문한 바 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의대 기생충학교실 홍성태 교수도 코로나 사태 격리 확대 연구 보고서를 통해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홍 교수는 "이 시점에서 현재의 방어 시스템이 지금까지 성공적이었는지 의심해야한다"며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만 적용되는 선별 검사 방법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확실치 않지만 무증상 감염 가능성에 대한 주장이 계속해서 발표됐다"며 "(위험 지역의) 입국 금지 또는 고수준의 검역은 인권 침해가 아니며 비이성적인 인종차별주의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세계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심각한 안전 비상 사태"라며 "정부는 이 안보 의제를 분별하고 가능한 빨리 검역 전략을 강화할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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