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검사량 하루 만건 미국도 놀란 '수탁기관의 힘'

발행날짜: 2020-03-05 05:45:59
  • 녹십자의료재단 2교대로 24시간 풀가동 3천여건씩 소화
    일선 의료기관 "결과 빨리 달라" 독촉전화에 더 힘들어

단 하루에 실시하는 코로나 검체검사 처리건수 총 1만~1만5천여건.

전 세계가 놀라는 코로나19 진단검사의 방대한 규모, 이는 검체 수탁기관의 노고가 있기에 가능했다. 메디칼타임즈는 4일, 일선 의료기관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검사량을 채워주고 있는 수탁기관(GC녹십자의료재단)의 하루를 들여다봤다.

"부족한 인력으로 2교대로 3천여건 검사"

녹십자의료재단이 하루 평균처리하는 검체검사 건수는 약 3천여건. 1일 평균 1만여건 이상의 검사를 실시한다고 볼 때 수탁기관 한곳에서 국내 검사 중 약 1/3가량을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녹십자의료재단 직원들이 검체검사를 진행 중인 모습.
코로나19 검체검사에 투입하는 인력은 29명이 전부. 부족한 일손에 밀려드는 검사량을 소화하려다보니 24시간 2교대로 풀가동 중이다.

가령, A팀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근무하면 B팀은 오후9시부터 그 다음날 오전 9시까지 근무를 이어가는 시스템이다.

"일단 계속해서 검사물량이 쏟아지기 때문에 검사실을 멈출 수 없는 실정"이라는 게 업체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녹십자의료재단에 따르면 검체 한개를 검사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에서 3중 포장해서 전달된 검체를 제거해 점액을 분리하는 등 (RNA검사)전처리 과정만 약 2시간이 걸린다. 이후 검사를 마친 이후에도 정도관리까지 마치면 6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게다가 검사물량이 밀려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검체검사는 방호복에 고글을 착용한 채 진행하다보니 화장실도 어렵다.
하루에도 수천건씩 쏟아지는 검사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풀가동 하는 것 이외 답이 없는 상태. 특히 대구지역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지난 2월 20일 이후로는 주말까지 반납한 채 풀가동중이다.

사실 2월 중순까지만해도 1일 평균 500여건으로 기존 시스템에서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신천지 내 연쇄 감염사례가 확인되면서부터는 건수가 급증해 3천여건에 이른 것. 그에 발맞춰 긴급하게 인력을 재정비하고 분업화를 통해 업무를 효율화했다.

녹십자의료재단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존 음압시설을 갖춘 검사실 2개에 그쳤지만 이번에 3개를 추가로 늘려 총 5개의 검사실을 갖췄다. 시설을 갖추는데 약 3억원이라는 예상치못한 예산이 들어갔다.

수탁기관 내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들 또한 수시로 업데이트 되는 WHO가이드라인을 모니터링하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있다.

높아지는 피로감…병원 독촉 전화에 더 힘들어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것 또한 힘들지만 12시간 꼬박 검체와 씨름 해야하는 이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

레벨D방호복과 고글을 착용하고 음압시설이 갖춰진 곳에서 검사를 실시한다. 방호복 특성상 한번 입고 벗기가 만만찮은 과정이다보니 오전에 출근해서 점심시간까지 버티기 위해 물이나 커피를 자제하는 것은 기본이다.

또 방호복을 입고 2~3시간 있다보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기 때문에 방호복 안에는 수술복 착용이 필수다.

점심시간 등 식사시간에도 구내식당보다는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다. 혹여라도 발생할 수 있는 감염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서다. 사실상 식사시간 이외에는 검사에 매진하고 있는 셈이다.

일선 의료기관에서 밀려드는 코로나19 의심환자 검사건수에 풀가동 중이다.
수탁기관이 가장 힘든 것은 일선 의료기관으로부터의 독촉 전화. 숨돌릴 틈 없이 검사실을 가동하고 있지만 좀더 빨리 검사 결과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이 끊임없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모 대학병원은 사망환자가 코로나 확진 여부에 따라 시신처리 과정을 달리해야한다며 최우선적으로 검사를 진행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또 다른 대학병원은 코로나 확진환자가 거쳐가면서 접촉한 의료진이 대거 자가격리 상태로 의료현장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으니 신속한 검사를 거듭 요청했다.

수천건의 검사가 밀려드는 상황에서 각 사안별로 우선적으로 검사 요청까지 맞추려다보니 이들의 피로감은 높아질수밖에.

그럼에도 누구하나 불만을 꺼내놓는 이들은 없다. 코로나19 종식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으로 당연히 2교대 근무를 감내하는 분위기라고.

진단검사의학회 권계철 이사장은 "일선 대학병원 등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검체검사에 나서고 있지만 수탁기관이 상당수 건수를 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 평균 1만여건 이상의 진단이 가능한 것"이라며 "평소 주목받지 못한 수탁기관의 노고를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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