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영 우리여성병원 과장
코로나19 사태에서 공공 의료기관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내가 거주하는 지역도 100여 명의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는데 공공 의료기관들이 이 환자들의 치료를 사실상 전담하고 있다. 이들이 버텨주는 덕분에 민간 의료기관들도 정상 진료를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대구는 다르다. 31번 환자 이후 신천지 발 동시다발 감염 사태가 대구 전역을 휩쓸었다. 사실상 매일 2배씩 증가하는 환자들을 공공 의료기관인 대구 의료원만으로 치료할 수 없었다. 결국, 민간 의료기관인 대구 동산병원이 코로나 19 전담 병원으로 지정되었다.
본원인 동산병원이 계명대 캠퍼스가 있는 성서동으로 이전한 이후 대구 시내의 옛 동산병원은 대구 동산병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분원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본원은 아니지만 굴지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데다가 접근성도 좋아 여전히 환자로 붐볐다고 한다.
동산병원이 코로나19 전담 병원이 됨으로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은 엄청날 것이다. 정부는 보상을 약속했지만 구체성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병상과 인력을 오롯이 코로나 19사태를 극복하는데 제공한 동산병원의 결정은, 사명감과 지역 사회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대구의 다른 병원들은 일단 정상진료를 수행함으로써 대구 지역의 의료 붕괴를 막았다. 동산병원이 감당할 수 없는 중환자는 경북대, 영남대, 동산, 대구 가톨릭대와 같은 대구의 상급종합병원들이 진료했다.
민간 의료진들도 큰 힘이 되었다. 누군가는 휴가를 얻어, 누군가는 생업을 잠시 중단하고, 누군가는 근무 후 자기 시간을 반납하고 현장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검체를 채취했다. 민간 병원과 민간 의료진이 아니었다면 대구가 제2의 우한, 제2의 롬바르디아. 제2의 마드리드가 되지 않았으리라 누가 장담할 수 있었을까?
그런데 한 의료관리학자는 일간지신문 칼럼을 통해 코로나19 사태에 민간병원이 큰 역할을 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공개적으로 이죽대었다.
민간병원 나아가 민간 의료진의 역할을 폄하하고 공공 의료기관의 확충만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학습 효과의 진정한 결론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방역은 잘 되었는데 치료는 잘 되지 않았다는 현장의 의료진을 모독하는 말까지 쏟아내었다. 많은 의사들이 모멸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 칼럼에서 나는 모멸감보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정확하게 20년전 그의 스승은 동료의사들을 도둑놈으로 매도하면서 완전 의약분업 시행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리고 그 제자는 오늘 이죽거림과 모독으로 공공의료의 확충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20년전의 학습 효과를 감안할 때 공공의료의 확충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결국 한국의 의료 제도를 공공 주도형으로 바꾸어내겠다는, 그리고 한국 의료 전체를 한 줌도 안 되는 특정 집단이 통제하겠다는 일종의 당위적 사명감이 '그 집단'에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집단이 그려낼 미래는 나 같은 평범한 의사들에게는 어쩌면 재앙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내가 느낀 두려움의 이유다.
하지만 대구는 다르다. 31번 환자 이후 신천지 발 동시다발 감염 사태가 대구 전역을 휩쓸었다. 사실상 매일 2배씩 증가하는 환자들을 공공 의료기관인 대구 의료원만으로 치료할 수 없었다. 결국, 민간 의료기관인 대구 동산병원이 코로나 19 전담 병원으로 지정되었다.
본원인 동산병원이 계명대 캠퍼스가 있는 성서동으로 이전한 이후 대구 시내의 옛 동산병원은 대구 동산병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분원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본원은 아니지만 굴지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데다가 접근성도 좋아 여전히 환자로 붐볐다고 한다.
동산병원이 코로나19 전담 병원이 됨으로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은 엄청날 것이다. 정부는 보상을 약속했지만 구체성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병상과 인력을 오롯이 코로나 19사태를 극복하는데 제공한 동산병원의 결정은, 사명감과 지역 사회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대구의 다른 병원들은 일단 정상진료를 수행함으로써 대구 지역의 의료 붕괴를 막았다. 동산병원이 감당할 수 없는 중환자는 경북대, 영남대, 동산, 대구 가톨릭대와 같은 대구의 상급종합병원들이 진료했다.
민간 의료진들도 큰 힘이 되었다. 누군가는 휴가를 얻어, 누군가는 생업을 잠시 중단하고, 누군가는 근무 후 자기 시간을 반납하고 현장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검체를 채취했다. 민간 병원과 민간 의료진이 아니었다면 대구가 제2의 우한, 제2의 롬바르디아. 제2의 마드리드가 되지 않았으리라 누가 장담할 수 있었을까?
그런데 한 의료관리학자는 일간지신문 칼럼을 통해 코로나19 사태에 민간병원이 큰 역할을 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공개적으로 이죽대었다.
민간병원 나아가 민간 의료진의 역할을 폄하하고 공공 의료기관의 확충만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학습 효과의 진정한 결론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방역은 잘 되었는데 치료는 잘 되지 않았다는 현장의 의료진을 모독하는 말까지 쏟아내었다. 많은 의사들이 모멸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 칼럼에서 나는 모멸감보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정확하게 20년전 그의 스승은 동료의사들을 도둑놈으로 매도하면서 완전 의약분업 시행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리고 그 제자는 오늘 이죽거림과 모독으로 공공의료의 확충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20년전의 학습 효과를 감안할 때 공공의료의 확충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결국 한국의 의료 제도를 공공 주도형으로 바꾸어내겠다는, 그리고 한국 의료 전체를 한 줌도 안 되는 특정 집단이 통제하겠다는 일종의 당위적 사명감이 '그 집단'에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집단이 그려낼 미래는 나 같은 평범한 의사들에게는 어쩌면 재앙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내가 느낀 두려움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