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안일한 정책으로 자칫 병상대란 올수도"

발행날짜: 2020-08-22 05:45:57
  • 한국과총, 2차 대유행 대비 긴급좌담회 개최..병상 문제 제적
    대한중환자의학회, 가용 병상 자체 집계…"수도권 15개 불과"

21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오후 5시부터 온라인을 통해 COVID-19 2차 대유행 대비 긴급좌담회를 개최했다.
"수도권 기준 코로나19 중환자 치료 가능 병상이 15개에 불과하다."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 재확산과 관련해 병상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수도권 중환자 가용 병상이 164개에 달한다는 정부 측 추산과 달리 인력, 장비 등이 갖춰진 실제 운용 가능 병상은 15개에 불과해 치료 대란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오후 5시부터 온라인을 통해 'COVID-19 2차 대유행 대비 긴급좌담회'를 개최하고 2차 대유행 가능성과 효과적인 방역체계 구축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일주일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총 1576명, 하루 평균 225명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주(7일~13일) 대비(총 271명, 일 평균 38.7명) 약 5.8배 증가한 수치로, 2차 대유행에 대한 사회적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3월 신천지발 초기 집단감염 사태 때와 양상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 대구경북 지역의 감염자는 20대가 50%를 차지했지만 이번 확진자 급증은 노령 인구가 다수를 차지, 중증으로의 악화에 대비해야 한다.

홍성진 가톨릭의대 교수(전 대한중환자의학회 회장)은 의학회 자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의 안일한 중환자 병상 개념 정립 및 인력 확보로는 2차 코로나19 확산 충격파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홍성진 가톨릭의대 교수
홍 교수는 "중환자 관리를 위한 대책이 잘 마련돼 있냐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하기 어렵다"며 "봄부터 중환자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고, 중환자 가용 병상 파악 및 중환자 모니터링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말했는데 개선된 바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똑같은 말을 4월부터 계속 하고 있지만 바뀐 게 없다"며 "문제는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의 중환자 병상 개념이 실제 환자를 보는 의료진들의 개념과 다르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중대본은 브리핑 자료를 통해 중환자 치료 병상이 수도권에 339개 있고 16일 현재 164개가 가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의료인이 생각하는 중환자 병상 개념은 일반 환자를 감염시킬 위험이 없으면서 인공호흡 등 집중 치료가 가능한 병상을 말한다"며 "중대본 발표와 달리 중환자 병상은 장비와 환자 치료 의료인력까지 넣어서 카운팅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한중환자의학회가 매일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가용 병상과 환자 상태를 수집하고 있다"며 "충격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오늘 20일 현재 수도권 중환자 입원 가능 병상은 15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구경북 지역에 하루에 1천명씩 확진자가 생기던 때 중환자 병상을 급조해서 만들었는데 그 당시 전국적으로 중환자 치료 가능 병상이 약 200개에 불과했다"며 "감염자가 줄면서 병상도 줄어 현재 전국적으로 중환자 병상은 150개 밖에 안 남았다"고 설명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추계한 바에 따르면 20병상을 운영하기 위해 최소 의료 인력은 의사 16명, 간호사는 그 10배인 160명이 필요하다. 여기에 의사/간호사 숙련도에 덧붙여 응급 치료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주장하는 164개 가용 병상은 터무니없다는 게 그의 판단.

홍 교수는 "중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선 면허만 있다고 바로 진료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선가 데려온다고 해도 또다른 의료 공백을 우려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다섯달 동안 의료체계가 버틸 수 있었던 건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는 중환자가 전국적으로 10명을 넘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10일간 누적 수가 2000명이 넘고 앞으로 열흘이 지나면 산소호흡기 등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환자 수가 100명을 넘을 수 있다"며 "신천지와 때와 달리 고령환자가 많은데 100병상을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 낼지 굉장히 답답하고 두렵다"고 특단의 조치를 주문했다.

이재갑 한림의대 감염내과 교수 역시 중환자 병상이 의료 대란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대구경북의 초기 확진자 급증은 20대가 절반을 차지했다"며 "반면 최근 감염자는 고령자가 많아서 중증 환자 진료 부분을 늘려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에 병상이 부족할 때 서울에서 80명 정도가 대기 하기도 했다"며 "하루에 300명씩 늘어나다가 1000명 이상 급증 추세가 되면 2~3일 사이에 중증 환자가 갈 곳이 없어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교회 탓만 하기 어려워…느슨한 방역 대책, 정부도 책임

이번 재확산 조짐에 대해서는 1차 유행의 한 부분인지 아니면 2차 대유행의 시작인지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다만 정부가 확산세를 자초한 지점이 있다는 점에 대해선 의견을 같이했다.

이재갑 교수는 "재확산은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한 것으로 하나의 원인으로 분석할 순 없다"며 "수도권 발병 양상은 국민들의 느슨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그는 "실제로 감염은 카페, 식당, 학원, 학교 등 국민 생활과 관련해서 많이 늘어났다"며 "최근 장마가 지속되면서 실내 활동과 밀접 접촉이 늘어난 것도 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마스크 착용의 느슨한 부분도 있고 휴가철이다 보니 지방으로의 접촉 빈도도 늘었다"며 "불가피한 측면이 있겠지만 정부의 소비 진작을 위한 외식 장려 캠페인, 여행 장려 캠페인 등이 사회적 거리두기의 느슨한 적용으로 이어졌다"고 일방적인 원인 몰이를 경계했다.

한편 적절한 보상책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이종구 서울의대 교수는 "의사 인재 육성은 민간에 맡겨놓고 (감염병 발생 시) 필요할 때만 의료인력을 내놔라하는 대응 방식은 잘못됐다"며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예산, 인건비를 투자하다가 동참해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제는 의료인 육성을 정부가 지원해서 언제라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재갑 교수는 "코로나19를 진료하는 공공병원 의사들의 경우 정부 지원이 늦어서 월급을 못받는다는 말도 있다"며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대비해 이제는 치료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야 하는데, 의사들을 심리 검사해보면 지치다 못해 분노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조사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덕분에라는 말보다는 고생한 것에 대한 확실한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며 "코로나가 장기화돼 1년 이상 지속될 때 만일 의료진이 현장을 떠나게 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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