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구 없던 국내 난소암 관리 표적치료 대세 분명"

원종혁
발행날짜: 2020-08-27 05:45:56
  •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희승 교수
    "표적치료제 생존 혜택, 재정적 독성 해결도 시급"

신규 표적항암제의 진입이 유독 더딘 난소암 분야에는 최근 'PARP 억제제'를 활용한 치료 패러다임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

처방권 진입 초창기 바이오마커로 잡혔던 BRCA 유전자 변이 환자들로 시작해, 이제는 보다 상위 개념인 HRD 변이에 이르기까지 처방적 지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는 분위기다.

국내 부인과암 전문가들도 "HRD의 한 종류가 BRCA 변이가 되는 것이고 이를 표적으로 개발된 것이 올라파립과 같은 PARP 억제제들"이라면서 "HRD까지 포함하면 전체 난소암 환자의 절반 정도가 커버되는 상황에서 HRD 검사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의견을 내놓고 있다.

메디칼타임즈와 만난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희승 교수는 "항암치료에 있어 가장 어려운점을 꼽으라면 흔히 항암제의 독성 문제를 말하곤 하는데,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난소암 치료에 가장 난점은 재정적 독성(financial toxicity)이다. 약이 있어도 쓸 수 없는 환경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난소암 분야 처방권에 진입한 PARP 억제제들이 현재 2차 치료에만 사용되고 있고, 추후 1차 치료에도 보험을 적용받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환자들이 온전히 월300~400만원의 재정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상황이 이렇다보니, 예전에는 환자들이 참여를 꺼려했던 임상연구가 신약에 대한 새로운 접근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임상도 좋은방법이 되겠지만, 가급적 치료를 위한 재원이 잘확보되면 좋겠다"면서 "치료제의 독성은 의료진이 잘 관리할 수 있지만 재정 독성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러한 신규 표적항암제의 사용과 관련해서는 특정 유전자 변이 검사법이 함께 중요해지면서, 급여를 적용받고 있는 'BRCA 변이검사'와 달리 사각지대에 놓인 'HRD 검사법'도 풀어 나가야할 과제로 꼽았다.

김 교수는 "HRD 검사는 허가는 됐으나 HRD 양성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가 결국 관건"이라면서 "국가간의 검사법에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요즘 암패널검사(Cancer panel)나 NGS(차세대염기서열분석) 기법이 병원에 점차 도입이 된 상황이고 그 다음의 기법을 놓고 여러 벤처기업이나 제약회사, 연구단체에서 HRD 관련된 사항을 국내 실정에 맞게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HRD 검사가 일반화되려면 환자들이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 수준을 마련하고 검사의 질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즉 우리나라만의 검사 디자인이 필요하다는게 분과 의사들의 생각이고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현재 PARP 억제제 계열약으로는 선발 품목인 '올라파립'에 이어 '니라파립' '벨라파립' '루카파립' 등 다양한 후발약제들이 진입한 상황이다. 최근 등장하는 PARP 억제제들을 보면, BRCA 변이를 넘어 상동재조합결핍(HRD) 양성 환자들에 지속적인 혜택을 내놓고 있다. 상위개념에 해당하는 이들 HRD 양성 환자를 포함하면 전체 난소암 환자의 절반 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는 상황에서, PARP 억제제의 병용 사용범위는 계속해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교수는 "기전적으로 PARP 억제제의 효과는 표적이 되는 환자군이 BRCA, HRD, non-HRD로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음에도 세포주기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보니 의도치 않게 주변의 세포신호체계에 영향을 미쳐 정상형(wild-type)에서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이런 복잡한 세포신호전달체계를 좀더 명확히 규명하기 위한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고, 특히 서로 보완적인 기전을 함께 사용하는 병용요법이 시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올라파립의 'PAOLA-1 연구'에서는 PARP 억제제에 조합해볼 수 있는 증강자로 아바스틴을 사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짚었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암종에서 임상의 1차 평가변수는 부담이 많은 전체 생존율(OS)보다 재발이 많은 종양의 경우 무진행생존율(PFS)을 임상점으로 설정한다"면서 "2004년경 나왔던 아바스틴 같은 경우도 처음에는 무진행생존율만 유의미하게 나왔고 전체생존율이 차이가 없다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로 ICON-7 연구 등에서 사후분석을 해보니 재발한 다음에도 아바스틴을 사용한 환자군이 꽤 있었다. 이러한 여러 편향(바이어스)들이 최종적으로 보정되다보니 아바스틴 같은 표적항암제의 경우도 고위험군 환자에 썼을때 전체 생존율 향상이 있다고 결론이 나온 상황이 된 것"이라면서 "임상 데이터들이 누적되면서 이번에 ASCO 학회에서 올라파립의 OS 데이터가 공개된 것에는 굉장히 고무적인 반응"이라고 밝혔다.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올라파립의 'SOLO-2 연구' 주요 결과를 보면, 전체 생존기간 결과가 50개월 가량으로 나왔다. 이에 대해 BRCA 변이 양성 환자에서는 PARP 억제제의 사용 혜택에는 관심이 더 커질 것이란 평가다.

김 교수는 "SOLO-1, 2, 3 임상까지 참여했었는데, PARP 억제제에 반응이 좋은 환자들은 거의 4년 넘게 올라파립을 처방받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며 "PARP 억제제에 치료이점이 있는 환자들은 분명 존재한다. 이런 환자들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데 결과적으로 PARP 억제제가 바이오마커와 치료방법을 기막히게 잘 연결시킨 치료 옵션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김희승 교수와의 일문일답.

Q. 난소암은 1차 항암치료 이후 환자의 80% 수준이 재발을 경험한다. 실제 진료현장에서의 경험은 어떤가?

-난소암의 유병률 자체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발생률을 보았을때 전체 암종 가운데 10위권 밖에 있다. 하지만 사망률까지 따졌을때는 5~6위까지 올라간다. 항암치료에 가장 중요한 것이 조기발견인데, 난소암은 아직까지 선별검사와 같이 조기에 발견할 방법이 없는 상태다. 실제 유럽에서 대규모 전향적 연구로 환자들에 초음파나 암수치검사를 통해 사망률을 낮출수 있는가에 대한 오랜 연구를 진행했는데, 모두 결과가 좋지 못했다. 그렇다보니 병원에서도 환자분들에게 "저번달까지는 괜찮았는데 왜 갑자기 난소암에 걸렸다는 건가요?" 같은 질문을 종종 받곤한다.

난소암은 한번 발생하면 3~4기까지 진행돼 배속에 암세포 파종이 되고 복수가 찰 때까지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한 두달전에 이상이 없었더라도 배가 불러오면서 빵빵해지고 더부룩하다면 난소암이 아닐까 여성들은 꼭 한번 의심을 해야하는 이유다.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20% 미만이기 때문에 난소암은 난치성암으로 볼 수 있고, 5년 생존율이 아직까지 공식적으로는 20~30%에 불과한 상황이다.

Q. 난소암 분야는 표적항암제 진입이 늦은 편에 속한다. 치료제 발전이 지연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난소암의 대표적 항암제가 '파클리탁셀'과 '카보플라틴', 즉 '플라틴' 계열의 두 약제인데 1998년 이전에는 파클리탁셀이 쓰이지 않았던 상황에서 파클리탁셀과 '도세탁셀' 같은 '탁셀' 계열 약제가 2000년 초반부터 국내에 들어와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이후 임상시험을 통해 생존율을 높여보려고 약을 2, 3가지 병용하고 유지요법도 시도해봤지만 결론적으로는 모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표적항암제인 '아바스틴'이 도입되면서 생존율 향상이 이뤄졌고 'PARP 저해제'가 들어오면서 또 한 번 생존율이 올라간 것이다.

치료제 발전이 늦은 가장 큰 이유로는 유병률을 꼽을 수 있다. 유방암이나 폐암, 대장암 같은 5대 암종의 경우 환자수가 많으니 후보물질이 있으면 그만큼 환자를 모집하는 속도가 빠르고, 약물을 적용해 평가하는 것도 신속하다. 그러나 난소암은 유방암 환자가 10명 모일때 1명이 모일까 말까하는 정도다. 즉 무작위 배정을 해서 임상연구를 하고, 결과를 내고 싶어도 실제로 아바스틴이나 이런 1차, 2차성 연구를 할때 전 세계적으로 300~400명의 환자를 모집하는데 4~5년이 걸렸다. 국제적인 연구였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렇듯 발병률 자체가 낮으니 무작위 배정 임상까지 결과가 너무 늦게 나온다고도 볼 수 있다.

Q. 최근 학계에서는 BRCA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PARP 억제제들의 도입을 두고 치료 패러다임 변화를 꼽는다.

-BRCA 변이는 유방암 분야에서 먼저 나온 개념이다. 유방암 환자들을 점차적으로 살펴보니 BRCA 변이가 있는 환자들 중 난소암이 많이 발견되면서 이슈가 됐던 상황이다. 난소암의 발생기원이 아직까지 확립된 것은 아니지만 생물학적으로는 BRCA 유전자가 있는 경우, 난소가 아닌 나팔관 끝에서 0기암(carcinoma in situ)에 관련된 세포들이 발생하고, 여기서부터 난소에도 종양과 파종이 생긴다는 기초의학적 근거가 나오는 분위기다. 즉 BRCA 유전자는 결국 난소암이 발생하는 특성의 한 루트를 확립했다고 할 수 있고, 환자들이 치료까지 가는 과정의 생물학적패턴이 한 그룹으로 묶일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BRCA 변이 환자들이 최근 여러 신약들의 타깃이 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Q. 난소암 전체 환자군에서 BRCA 변이가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비율은 어떻게 되나.

-BRCA 자체는 피검사를 통한 배선변이(germline, gBRCA)나 조직검사를 통한 체성변이(somatic, sBRCA)까지 모두 포함했을 경우 최대 20%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즉 5명당 1명 정도가 BRCA 변이 환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고도장액성 난소암이라고 전체 난소암의 약 80%가 해당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BRCA 변이에 해당한다. 앞서 말했듯 BRCA 변이가 있을때 나팔관에서 발생하는 종양세포 자체가 장액성 난소암의 성격을 띄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Q. 올해 ASCO 학술회에서 공개된 임상자료들을 보면, BRCA 변이와 상관없이 HRD을 바이오마커로 잡은 연구들이 많았다. 어떤 개념인가?

-상동재조합은 결국 염색체 안에 있는 DNA가 둘다 깨졌을때 이를 원래대로 보상(compensation)하며 정상화시켜주는 여러 단백질들, 효소들의 조합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같다. 그 안에 BRCA도 포함되어 있고 'RAD1'이나 판코니증후군(Fanconi syndrome)과 관련된 여러 유전자 등 조합적 그룹이 있는데, 이중 BRCA가 가장 유명하기 때문에 표적이 되었던 것이다.

연구를 하다보면 상동재조합에 관련된 단백질 효소들이 많다. 그들을 그룹지어 보니 상동재조합을 일으킬 수 있는 단백질이었고, 이들과 관련된 효소들이 한 두개만 빠지더라도 이런 현상(HRD)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검증할 수 있었다. HRD의 한 종류가 BRCA 변이가 되는 것이고 이를 표적으로 개발된 것이 올라파립과 같은 PARP 억제제다. 후발주자로는 니라파립, 벨라파립, 루카파립 등의 계열 약제들이 있는데 HRD 개념이 생기면서 관련 연구들이 많이 나온 상황이다. HRD까지 포함하면 전체 난소암 환자의 절반 정도가 커버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연구결과들이 계속해서 HRD를 강조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Q. HRD 양성 환자에 표적약 병용 선택지로 아바스틴과 PARP 억제제 조합에 대한 기대치는 어느정도인가.

-HRD 양성 환자를 대상으로 올라파립과 아바스틴 병용요법을 평가한 PAOLA-1 연구는, 현재 나와있는 치료모델중 가장 좋은 조합이지 않을까 한다. 실제로 올라파립의 경우 BRCA를 표적으로 하고, 다른 PARP 억제제인 니라파립은 HRD로 했다고 하지만 PARP 억제제라는 것이 결국 하위분류(subclass)에서 단백질의 조합차이가 가장 큰 원인일뿐 작용기전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PARP 억제제들은 HRD로 바이오마커가 확장 되리라 본다. 올라파립은 암세포의 DNA가 망가진 상태에서 복구를 못하도록 표적하는 것이고, 아바스틴은 모든 세포 수준에서의 마지막 단계에서 혈관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이니 BRCA 변이는 물론 특히 HRD까지 포함한다면 아바스틴과 PARP 억제제의 조합은 현재 의학에서 HRD 양성 환자에 최고의 조합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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