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실패 남의 일 아냐…국내 임상은 안전할까

발행날짜: 2020-09-11 05:45:57
  • 아스트라제네카 임상서 횡단척수염 발생, 인과관계 조사중
    관련 전문가들 "임상은 최소한의 기준…속도보다 신중해야"

코로나19 백신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던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이 부작용으로 중단되자 국내에서도 속도보다 안전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최소 8년에서 15년 가량 소요되는 백신 개발 소요 시간 등이 무시되고 전세계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전으로 맞불을 놓은 만큼 이와 유사한 위해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8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코로나19 임상 3상 과정에서 지원자 가운데 한명에서 심각한 중증 이상 반응이 발견돼 자체 임상이 중단된 상태다.

자료사진
발생한 이상 반응은 횡단척수염(Transverse Myelitis)으로 알려졌지만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진단명이 아직 안 나왔기 때문에 횡단척수염은 아니라는 입장. 또 환자 보호 측면에서 임상은 자발적으로 임시 보류 조치했다는 설명이다.

횡단척수염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서 생길 수 있는 증후군으로 이번 백신 투약이 직접적인 원인인지도 불명확하다. 다만 약 30% 내외의 환자에서 바이러스 감염이나 백신에 의해 해당 질환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증상이 시작되면 척수 손상, 마비로 인한 운동 장애 및 기능 장애가 발생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본사 측은 "이번 임상 중단은 임상시험에서 잠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질환이 발견됐을 경우 행하는 통상적인 조치"라며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도 국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개발의 속도전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상 3상까지 확인되는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은 최소한의 기준일 뿐 실제 임상 환경과는 다른 부작용 및 효과가 보고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최근 러시아가 개발에 성공했다고 공언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닉 V(Sputnik V) 역시 임상 3상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도 우려를 사고 있다.

대한백신학회장을 역임한 강진한 가톨릭대 의대 백신바이오연구소장은 "횡단척수염은 바이러스와 백신 투약으로 발병할 수 있다"며 "다만 이번 이상 증상과 아스트라제네카의 연관성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 투약 후 횡단척수염이 발생하는 것은 임상에서 흔한 일은 아니"라며 "만약 해당 백신이 위 증상을 발현시킨 것이라면 이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1970년대 미국에서 독감 백신을 생산했다가 하지 마비 증상이 발생해 대규모로 폐기처분을 한 일이 있었다"며 "부작용과 이상 반응의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기 때문에 백신 개발은 무엇보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신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살피는 액티브 모니터링은 짧게는 3주에서 6개월까지 지속된다. 다만 이같은 관찰은 최소한의 조건으로 상용화 이후에도 지속적인 사후 보고 수집과 분석이 필요하다. 품목 허가 이후 발견된 중대한 부작용으로 시장에서 퇴출된 사례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강진한 연구소장은 "보통 백신 개발에 8년에서 15년까지 걸리는데 3상에선 3000에서 5000례를 거쳐 유효성, 안전성을 평가한다"며 "그런데도 실제 임상 환경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에서 개발했다고 하는 코로나 백신은 심지어 임상 3상을 거치지 않았다"며 "과학적인 근거가 희박한 부분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부풀려 희망을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코로나19와 계통을 같이하는 사스와 메르스 당시에도 다양한 업체들이 백신 개발에 달려들었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코로나는 변종이 쉽게 발생하고 독감도 영구 면역이 안 생겨 매년 예방 접종을 해야 하는 것처럼 백신만 개발되면 모든 게 종결된다는 생각은 지나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전문가들도 제약사, 바이오업체들의 속도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감염학회 관계자는 "임상 과정에서의 중단이나 실패는 일상다반사지만 전세계적으로 한 감염병에 대해 이 정도로 많은 업체들이 대규모로 임상에 뛰어든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더 큰 문제는 질환의 심각성, 위급성 때문에 속도전을 눈감아 주는 듯한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양한 업체들이 언제까지 임상 몇 단계 돌입 및 개발 예정이라고 전망을 제시할 뿐"이라며 "예방을 위해 몇 퍼센트로 유효성을 충족하겠다고 언급하는 건 들어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국내에선 국제백신연구소와 제넥신이 코로나19 백신 임상 1/2a상을 진행중이다. 국내에서의 위해성 발생 가능성은 없는 걸까.

식약처 관계자는 "보통 임상 중단은 업체에서 중지 보고를 하게 되고 안전평가원 심사부서가 해당 내용을 검토해 결정된다"며 "해외 임상 중단 사례를 통해 국내에서도 주요 임상 진행사항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만일 국내에서 임상 참여자에 중대한 위해 우려 사항이 발생하면 식약처가 개입해 프로토콜 수정, 변경을 지시한다"며 "아직까지는 우려할 만한 사항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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