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질환 관점에서의 이상지질혈증 치료…"복합제 써라"

발행날짜: 2020-09-28 05:45:50
  • 연세의대 차봉수 교수(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2019년 유럽심장학회 가이드라인이 심혈관계 초고위험군의 LDL-C 권고 수치를 70mg/dL에서 55mg/dL 미만으로 낮추면서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처방 패턴에 변화가 예고됐다.

스타틴 단독 요법으로 수치 조절이 어려운 환자들에게는 고용량 사용이나 타 기전 약제와의 병용으로 이전보다 더욱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할 당위성이 생긴 것.

그렇다면 "LDL-C 수치를 낮추면 낮출수록 더 좋다"는 공식은 이상지질혈증 외에 기타 질환을 동반한 환자에게도 그대로 적용 가능한 걸까?

서구권과 달리 지방식의 섭취,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적은 환자군, 그리고 당뇨병 발생 위험도가 높은 환자군에는 스타틴 단독 요법외에 다른 치료 전략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차봉수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를 만나 이상지질혈증 및 기타 대사질환을 보유한 환자들에게 적합한 치료 전략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유럽심장학회가 심혈관계 질환 초고위험군의 LDL-C 권고 수치를 55mg/dl로 낮추면서 국내에서도 처방 패턴의 변화가 있는지?

고위험군에 대한 가중치 부여 및 해석에 따라 처방 전략도 바뀐다. 심혈관계 위험 요소를 최대한 낮추려고 하는 심장내과쪽과 질환을 여러 장기, 호르몬 등의 복합 관계 결과물로 보는 내분비내과쪽의 시각이 조금 다를 것 같다.

내분비내과 교수의 시각으로 보면 어느 특정 수치를 무조건 맞추기 위해 처방 패턴을 변경하는 것은 질환 치료에 중요한 요소라고 보지 않는다. 우리 몸의 대사는 여러가지 다양한 흐름과 변화가 얽혀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하나의 문제를 발생시키기까지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 작용했다는 뜻이다.

이상지질혈증에서 LDL-C만 낮추면 완벽해 지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전체적인 몸의 밸런스, 흐름의 맥락에서 치료의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해외 가이드라인 권고안을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기 무리라는 뜻인지?

미국에선 세계 2차 대전 끝나고 풍요로워지면서 기름과 당을 많이 섭취하는 잘못된 음식문화가 뿌리내렸다. 식습관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건 1980년도 후반부터지만 아직도 많은 대사질환 문제들이 식습관에서 비롯되고 있다. 누적된 문제가 계속 쏟아져 나오면서 미국은 위험 요소에 대한 가중치를 심장 쪽에 포커스 맞춰하지지 않았나 한다. 이를 국내에서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측면도 있다.

동양의 식습관은 기름진 부분이 적다. 10년 전부터 당뇨병학회에서 제시하는 식사 가이드라인도 많이 바뀌었다. 한식만 먹어도 충분하다는 게 주요 요지다. 한식 스타일로 먹으면 미국처럼 과도한 지방이나 당을 섭취할 가능성이 적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사망원인 통계에서 압도적인 1위는 암이다. 반면 미국은 심장병이 사망원인 1위다.

심혈관계 초고도위험 환자가 많은 미국에서는 LDL-C를 수치에 초점을 맞춰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할 이유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각종 지표를 두루 좋아지게 하는 치료 및 접근법이 환자 건강에 더 유용하다고 판단한다.

덴마크 스테노 당뇨병 센터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당뇨병 환자에서 LDL-C만 집중 관리하는 것보다 전체적인 각종 지표를 약간씩 개선하는 게 심혈관 위험도 개선에 더 효과적이었다.

▲LDL-C를 낮추기 위해선 고용량 스타틴만으로 한계가 있다. 어떤 치료 전략을 사용하는지?

앞서 언급했듯 질환을 여러 복합 작용의 결과로 해석하는 내분비내과 계열에서는 한가지 단일 성분을 고용량으로 사용하는 것보다는 다른 기전의 두 성분을 합치는 게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가지 질환이라고 해도 발병 요인이 복합 작용하기 때문에 특정 한 성분을 강하게 쓰는 것보다 효과적인 약들의 조합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내과쪽에서는 이를 "약을 블렌딩 한다"고 표현한다.

특정 LDL-C 수치로 조절이 필요로 한다고 하면 본인은 개인적으로 복합제 사용을 선호한다. 스타틴을 두 배 용량으로 도즈를 올리는 것보다 적은 용량의 성분을 섞어 쓰는 게 부작용 및 효과 모두에서 안전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스타틴을 사용했다면 스타틴 고용량보다는 에제티미브를 추가하는 게 임상적 의미에서 손해보는 건 없는 것 같다.

▲스타틴 성분이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뇨병과 이상지질혈증을 함께 보유한 환자의 치료 전략은?

역시 비슷한 이유로 본인은 당뇨병과 이상지질혈증을 동시 보유한 환자에게 복합제 처방을 선호한다. 로수바스타틴, 아토르바스타틴 등 각 스타틴 성분마다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보통은 세포 내 당 대사를 저해하고 인슐린 분비를 낮춰 혈당을 올린다.

스타틴 사용 시 당뇨병의 관점에서의 악화된 수치, 지표들은 스타틴 복용을 끊으면 다시 회복된다. 스타틴이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지도 않는다. 근소한 영향을 미치는 정도다. 다만 장기간의 복용에 대한 위험 발생도는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안전한 처방 옵션은 저용량 스타틴과 에제티미브의 조합이 최적이 아닐까 한다. 당뇨병과 이상지질혈증을 가진 환자에게 굳이 복합제를 안 쓸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향후 가이드라인 개정안에서 이상지질혈증 1차 치료제로 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 사용이 권고될 가능성도 있나?

가이드라인 변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저용량의 스타틴 사용이어야 한다. 당뇨병 발병의 잠재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처방해본 경험에 의하면 저용량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병용했을 때 효과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저용량이라고 해도 환자 상태가 좋아진 결과가 많았다. 임상 근거가 축적되면 얼마든지 가이드라인이 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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