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상종에 병상 요구 상식적으로 이해 안돼"

발행날짜: 2020-12-12 06:00:55
  • 서울대병원 권용진 중동 지사장, 코로나19 확산세 정부 대응 비판
    메르스 NMC 상황실장 경험 바탕 신종 감염병 대응 전략 제시

지난 2015년 메르스 당시 국립중앙의료원 기조실장이자 메르스대책본부 상황실장으로 활약한 권용진 서울대병원 중동지사장(UAE 왕립 쉐이크 칼리파 전문병원(SKSH; Sheikh Khalifa Specialist Hospital)은 어떻게 바라볼까.

서울대병원 권용진 중동지사장, SNS사진 캡쳐.
특히 권 지사장은 지난 10월 아랍에미리트에서 코로나19 확진되면서 몸소 경험한 바. 지난 11일, 전화인터뷰를 통해 그가 생각하는 국내 3차 대유행 대응 전략을 들어봤다.

권용진 지사장은 올해 1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1년째 접어들어 들었음에도 중환자 병상 확보 등 우왕좌왕 혼란스러움 행보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중증환자 병상 확보 방안으로 상급종합병원에 거듭 요청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선을 보냈다.

또한 코로나19 확진, 격리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격리 및 병동관리에서도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음은 권용진 지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일단 코로나19 확진 소식을 듣고 놀랐다. 휴유증은 없는지 궁금하다.

A: 후각이 100% 돌아오지 않았다.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공포스러워할 일은 아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 않나. 모든 질병에는 후유증이 있기 마련이다. 후각 등 후유증은 나아질 것이라고 본다. 일상 생활을 하는데 전혀 지장없다.

Q: 5년전 메르스대책본부 상황실장을 맡았는데, 과거 메르스 경험이 코로나19 대응에 도움이 됐다고 보나.

A: 결정적이었다고 본다. 메르스 경험으로 감염병예방법이 개정되고 역학조사 인력을 충원했기 때문에 준비가 없었다면 메르스 초기보다 엄청난 혼란이 있었을 것이다. 첫째로 국민들의 마스크 착용 경험, 둘째로 밀접 접촉자 추적 시스템과 역학조사 인력확보, 셋째 의료인의 훈련과 경험 등은 크게 도움이 된 부분이다.

Q: 메르스 당시에는 NMC가 중앙감염병전담병원으로 역할을 했다. 이는 현재 코로나19 대유행에서의 NMC역할과 차이가 있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A: 5년전 메르스와 코로나19는 같을 수는 없다고 본다. 메르스 당시에는 질병의 특성을 모르는 상황에서 1번 환자부터 초기 환자를 모두 NMC가 진료했기 때문에 질병의 특성을 연구, 보고했다. 대응 매뉴얼을 작성하는 일도 NMC가 전담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음압격리병상을 확보한 정부의료기관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무엇보다 정부가 방역체계를 갖추기 이전에 공포가 확산됐고, 그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NMC의 역할이 중요했다.

Q: 물론 5년전과는 다르지만, 의료현장의 전문가 중에는 메르스 당시 중앙감염병전담병원 역할을 했던 것과 최근의 행보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A: 사실 NMC를 통째로 비우고 중환자전담병원으로 운영하면 간단하다. 하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있는게 사실이다. 중환자 관리를 하려면 시설이 필요하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코로나19 확산 직후부터 꾸준히 주장했던 게 아니겠나.

Q: 코로나19 전문가들은 수차례 중증병상 확보 혹은 중앙감염병전담병원 필요성을 제기했음에도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A: 중앙감염병전담병원의 필요성은 메르스를 통해 얻는 교훈이다. 심지어 (중앙감염병전담병원)설립에 관한 연구용역이 2016년에 끝났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설립 논의가 지지부진 한 것은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라고 본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발생한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간다. 해당 바이러스가 어떤 형태로 확산될 것인지 누구나 예측했다. 특히 1개월 전부터 3차 대유행은 예고됐다. 그럼에도 중환자 병상 부족으로 혼란스러운 모습은 안타깝다.

권용진 지사장은 코로나19 확산세 속 정부의 병상 대응 전략에 대해 비판했다.
Q: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인가.

A: 글쎄, 국내 상황을 정확히 몰라 언급하기 곤란하다. 코로나19 대유행 발생시 의료인력 부족은 이미 예상된 일이다. 이에 대해 정부가 시나리오를 갖고 있지 않겠나. 다만 분명한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느새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정부차원의 대응전략과 시나리오가 없다면 심각한 문제라는 얘기다.

Q: 지난 9일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만 500명을 넘어서면서 정부는 수도권 위치한 상급종합병원에 중증환자를 위한 병상을 비워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다.

A: 솔직히 정부의 대응을 이해하기 어렵다. 전세계에서 상급종합병원을 비워서 대응하는 국가가 있는지 궁금하다. UAE의 경우 서울대병원이 위탁운영하는 왕립병원은 오히려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다. 국가 차원에서 가장 의료수준이 높고 감염관리가 우수한 3개 병원은 코로나19 클린병원으로 지정한다. 코로나19로 소외될 수 있는 중환자 진료를 맡기기 위해서다.

Q: 상급종합병원 일선 의료진들은 정부 측의 병상 요구를 협박으로 느낀다고 하더라. 이에 공감한다는 의미인가.

A: 상식적으로 상급종합병원에게 코로나19 환자 진료 역할을 맡으라는 것은 이미 입원해있는 중환자 치료가 소홀해지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이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은 대부분 꽉 차있다. 코로나19 중환자 치료를 위해 다른 중환자를 내보낼 수는 없는 일 아니겠나.

Q: 결국 중환자 병상이 부족해서 서울시는 컨테이너 병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체육관, 컨벤션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A: 아마도 병상 부족으로 정부 및 지자체의 고민이 큰 것 같다. 공개된 장소에 환자를 모아 코호트 격리하는 것은 임상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겨울이고 다른 바이러스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 컨테이너 보다는 호텔이나 숙박시설을 통째로 임대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Q: 호텔이나 숙박시설 임대를 통한 치료는 코로나19 경증환자에 해당하는 시설을 얘기하는건가.

A: 그렇다. 현재 급증하는 확진자 중 (중증치료를 필요로 하는)입원이 필요한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본다. 코로나19 확진자 상당수는 단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병원에 병상을 늘리는 것 보다 특정시설을 임시 의료시설로 지정하는 법이나 특별조치를 취하는 편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Q: 알겠다. 이 시점에서 가장 큰 우려는 중환자가 쏟아짐에 따른 의료시스템 붕괴 혹은 의료체계가 올스톱 되는 상황이다. 의료인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분배할 것인가도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최선의 대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A: 첫째로 코로나19의 특성을 객관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 65세이하 환자의 사망률이 평소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지나친 공포심을 만들 필요가 없다. 다른 질병들과 비교해 공포심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 둘째로 국민들 스스로 방역조치가 느슨해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홍보와 캠페인을 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생각과 습관을 바꾸는 것은 정부지침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또한 하루 1000명의 환자가 매일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치료시설 대비책을 세워야한다. 방역단계를 최고로 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코로나19로 사망하는 환자보다 굶어죽는 사람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Q: 방역을 낮춰도 된다는 얘기로 들린다.

A: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의 코로나19 확진 경험을 비춰볼때 방이 2개 이상이고 방에 화장실이 있다면 집에서 격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나의 격리경험으로 볼 때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공포가 문제인데 이는 국민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덧붙여 병상부족과 관련해 병원이나 시설 격리 기간을 지금보다 줄이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증상 소멸 10일까지는 필요 없어 보인다. 7일정도로 줄여도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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