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살린 온라인 영업 불씨…제약사 각축장 변모

발행날짜: 2021-03-29 05:45:56
  • 한미‧유한 자리잡은 의사 온라인 포털 시장…일동‧종근당 맹추격
    포스트 코로나 대비 영업 대안 부상 속 의사단체 행사 대행 주목

#. 글로벌 제약사의 수입약 판매 의존도가 높은 A제약사는 최근 영업사원의 대면 영업을 전면 중단했다. 대신 웨비나(웹+세미나) 개최 동시에 QR코드를 활용해 해당 품목의 팜플렛을 제공하는 한편, 방문을 원하는 병‧의원에 한해서면 대면영업을 실시하고 있다.

#. 일반의약품 의존도가 높은 B제약사는 지난해부터 의사 대상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대형 제약사들과 비교하면 후발주자이지만 진료과목 혹은 소규모 지역 의사회와 협력해 온라인 심포지엄을 개최해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 감염병 사태를 계기로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병‧의원의 영업활동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대폭 전환된 모습이다.

특히 제약업계에서는 최근 백신 접종에 따라 소위 말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온다고 해도 이 같은 온라인이 접목된 영업 방식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도 온라인 방식의 영업활동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다양한 컨텐츠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2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등 한 해 매출 1조원이 넘는 대형 제약사들을 시작으로 자체적인 의사 대상 온라인 플랫폼을 마련‧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미약품이 2000년부터 자체적으로 운영한 HMP다.

이를 통해 한미약품은 ▲의약품 및 논문 정보 제공 ▲주요 질환 최신 지견 ▲온∙오프라인 통합 심포지엄 ▲맞춤형 화상 디테일 서비스 등의 기능을 통해 의사 대상 영업‧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마찬가지로 대웅제약은 관계사와 협력해 '메디빌'을, 유한양행은 '유메디'를 각각 출범시켜 자체적인 의사 대상 온라인 영업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들 3개사가 코로나 이전부터 자체적인 의사 대상 플랫폼을 구축‧운영하면서 코로나 시대에서도 온라인 영업 선두자리에 꿰찬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후발주자를 꼽자면 일동제약과 종근당이다.

구체적으로 일동제약은 의료정보 플렛폼 '후다닥'을 지난해 오픈해 최근 의사만 1만 2000명을 가입을 이끌어냈다.

종근당의 경우도 동일한 형식의 의료정보 포털 '메디뷰'를 지난해 9월 시작해 오픈 6개월째인 현재 가입 의사 수 약 7600명을 유치했다. 이 기세를 모아 올해 말까지 총 2만 5000명 의사 회원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회사 측의 목표다.

일동제약이 운영 중인 후다닥 메인화면 캡처 사진이다. 후발주자이지만 선두주자로 볼 수 있는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등과 경쟁하면서 가입 의사 수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제약사들은 이 같은 의사 대상 온라인 영업환경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다양한 마케팅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것이 의사단체들과 협력한 온라인 연수강좌 개최로 소규모 학술대회나 연수강좌를 대행하는 방법이다.

지역 의사회 혹은 과목별 의사회 입장에선 자체적으로 행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저렴한 가격에 행사를 치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작용하는 한편, 제약사 입장에선 의사 회원을 늘릴 수 있다는 윈윈 전략이 작용한 것이다.

실제로 취재결과, 자체 의사대상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한 한 제약사는 서울의 한 지역 의사회의 연수강좌를 대행한 결과 5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 입장에서는 연수평점을 따기 위한 학술대회 행사가 제한적인 상황인 만큼 제약사가 주도하는 행사에도 매력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해당 행사를 진행한 제약사 임원은 "기존에 오프라인으로 진행했다면 100명 안팎에 의사가 참여했을 행사인데 온라인으로 진행한 결과 500명이 넘는 의사가 참여했다"며 "의사 입장에서는 연수평점을 따낼 기회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향후 대학병원에서 진행하는 개원의 연수강좌 대행도 추진해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서울의 한 지역의사회 임원은 "소규모 지역의사회도 자체적으로 학술대회와 연수강좌를 개최해왔는데 코로나 속에서 개최하기가 어렵운 상황에 빠져 스튜디오를 갖춘 업체를 활용할 수 밖에 없다"며 "제약사들이 이점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산규모도 크지 않은 지역의사회 입장에서는 활용하기 가장 편하다"고 말했다.

코로나 불구 만성질환약 증가…영업사원 설자리 줄어드나

이 가운데 제약사들은 오프라인 영업‧마케팅 활동이 코로나 영향으로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치료제 매출이 늘어난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접목한 영업‧마케팅을 통해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대학병원과 일선 개원가에서는 기존 국내 제약사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영업방식 변화 요구속에서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실제로 만성질환 치료제 판매를 중심으로 한 종근당을 필두로 제일약품과 동국제약, 보령제약 등이 전통 국내 제약사들이 코로나 속에서도 매출이 증가됐다. 종근당의 경우 매출이 20.7% 성장해 1조 3030억원, 동국제약은 15.9% 성장해 559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만성질환자들의 의약품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전통 국내 제약사들의 매출 신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즉 이 같은 매출 신장을 계기로 전통적인 영업방식의 필요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이유.

이미 일부 제약사들은 영업사원의 규모를 축소해 운영하는 한편, 신입보단 경력자를 우대하는 동시에 정기 채용보다는 상시 채용으로 채용 방식을 바꾼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약사 관계자는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위주로 치료제를 판매한 제약사들은 대부분 매출이 늘어났다"며 "코로나 상황 속에서 대면영업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매출이 늘어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는데 당연히 기업 입장에서는 기본적인 판매‧관리비를 절약하는 동시에 매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결국 제약 영업사원의 설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최근에는 영업활동 대행 업체들도 많아지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는 온라인이 접목된 환경으로 개편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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