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의뢰 임상시험 수익, 공익적 임상에 써야죠"

발행날짜: 2021-04-12 05:45:50
  • 장대영 항암요법연구회장
    항암신약 임상시험 수탁 가능한 '데이터센터' 본격 가동
    "젊은 교수들 공익적 임상 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목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지난 2년 동안 중요성이 가장 커진 산업을 꼽자면 단연 제약바이오 산업일 것이다. 코로나로 신약개발의 필요성이 커짐과 동시에 국산 폐암 신약이 최근 상업화 단계에 이르면서 제약바이오가 국민건강을 물론 막대한 부를 창출해낼 수 있는 국가 핵심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치료제 개발을 위한 인프라는 세계 선진국에 비해 낙후돼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신약 개발은 위해선 무엇보다 각 병원의 임상시험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현재는 소위 빅5병원으로 꼽히는 초대형 병원들만이 겨우 인프라를 갖췄을 정도다.

이 가운데 최근 암 연구를 진행하는 의학자들이 관련 시스템 개선에 팔을 걷어 올렸다.

제약사의 후원이 아닌 공익적인 목적 '연구자주도 임상시험'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본격 나선 것이다. 전면에 나서 이를 진두지휘하는 것이 대한항암요법연구회(Korean Cancer Study Group, 이하 KCSG) 장대영 회장(한림대성심병원 혈액종양내과)이다.

최근 메디칼타임즈는 올해부터 연구회를 이끌게 된 장대영 회장을 만나 임상시험 인프라 구축 계획을 들어봤다.

"CRO 체계 갖춰 공익적 임상연구 모델 개발“

KCSG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항암제를 연구하는 단체다. 그동안은 의학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국가 지원 없이 연구조직을 이끌어 왔지만, 2017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사단법인으로 전환되면서부터는 다기관 암 임상연구를 주도하고, 국내 종양내과의사 전체를 대변하는 암 연구그룹으로 발전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을 중심으로 암 치료 신약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KCSG의 위상도 한층 커졌다. 이에 최근에는 데이터센터를 구축, 임상시험모니터요원(Clinical Research Associate, CRA) 등 50여명의 직원까지 별도 채용하면서 국내 제약사가 의뢰하는 임상시험까지 맡아 수행하고 있다.

장대영 항암요법연구회장은 최근 치열한 경선 끝에 당선, 우리나라 대표 암 연구그룹을 올해부터 이끌고 있다.
KCSG가 엄연히 CRO(임상시험 수탁기관)로서의 역할도 해낼 수 있도록 구조적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하지만 정작 장대영 회장은 KCSG의 데이터센터 구축을 두고서 의뢰자 주도 임상이 아닌 연구자 주도의 공익적 임상을 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임상시험의 경우 크게 '의뢰자주도 임상(sponsor-initiated clinical trial)'과 '연구자주도 임상(investigator-initiated clinical trial)'으로 나뉜다.

의뢰자주도 임상은 제약사가 주도한다. 제약사는 자체 개발한 신약 혹은 의료기기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며 회사의 이익을 위한 기대 목표에 따라 움직인다. 반면, 연구자주도 임상시험은 제약사가 아닌 의사가 주도하는 연구이며, 주로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이뤄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장 회장은 "유한양행 폐암신약 관련된 임상도 진행하기로 했지만 데이터센터의 주목적은 사실 의뢰자 주도 임상이 아니다"라며 "이를 통해 얻어진 수익을 바탕으로 공익적 목적의 연구자 주도 임상을 하기 위함이다. 제약사들은 관심 없지만 국가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희귀질환 암종 임상연구를 진행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즉 의뢰자 주도 임상을 통해 얻어진 이익을 공익적 목적의 임상에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장 회상의 구상이다.

그는 "KCSG의 장점은 국내 종양내과 전문의들이 모두 참여해 임상을 진행, 전국적인 임상데이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KCSG가 CRO 역할을 한다고 해서 중간에서 이득을 갖는 연구를 할 생각이 없다. 사실 서울의 빅5 병원 중심으로 임상연구가 이뤄지는데 KCSG를 통해 전국적으로 임상시험의 참여기회가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정부 신약개발 의지 반가워…규제기관과 협력"

장 회장은 KCSG 수장으로 결정된 시점 전‧후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과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발주한 연구용역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심평원 암질환심의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장대영 회장은 앞으로 정부의 항암신약 관련 정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심평원에서는 '의약품 급여 관리를 위한 RWE 플랫폼 마련 후향적 연구'가 그것이다. 장 회장은 지난해 심평원과 함께 위암과 유방암의 임상데이터와 KCSG 인프라를 바탕으로 전국 환자 대상 항암요법의 실제 임상적 효과를 함께 살펴봤다.

최근에는 NECA 주도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단'으로부터 '위암 보조항암요법' 연구용역을 수주해 KCSG에서 임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장 회장은 이 같은 정부기관의 다양한 공익적 임상시험 용역을 따내 수행하는 것이 앞으로의 발전상이라고 설명한다.

수익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국내 치료제 시장을 고려했을 때,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들의 임상으로만 기댈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는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치료제 시장이 사실 매력적이지 않다. 인구 등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보단 중국 등에 더 투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결국 제약사가 설계하는 의뢰자 주도 임상보다는 임상가가 직접 설계하는 연구자 주도 임상이 앞으로 가야할 방향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임상을 해야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 회장은 "코로나 이 후 복지부와 식약처를 넘어 다양한 정부기관이 신약개발 중요성을 깨닫고 임상시험의 중요성을 알아나가고 있는 단계다. KCSG가 적극 나서 공익적 목적의 임상시험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젊고 열정있는 의사들이 임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국책과제를 따내 전국적인 임상시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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