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지역인재 할당제 도입 초읽기…지방-수도권 온도차

발행날짜: 2021-06-03 05:45:57
  • 지방의대 긍정적…이미 상당수 50~60% 지역 출신 선발 중
    서울 "역차별 우려"…입시학원 "수도권 경쟁률 더 치열" 전망

지방의대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40%로 의무화하는 법 제정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선발 당사자인 지방의대는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우수 인재의 수도권 지역으로 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는 최근 지방대 의·약·간호계열의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40%로 의무화하는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다음 달 12일까지 의견조회를 받은 후 확정할 예정이다.

현재 지역인재 선발 비율은 30% 수준으로, 그나마 권고 사항이었다. 교육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그 비율을 확대하고 의무화하려는 것.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 관계가 없습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입시학원은 지방권 의약학계열의 경쟁률이 낮아지고 서울, 수도권 소재 의대 진학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서울, 수도권 학생이 지역인재 전형 부담으로 지방 대학 지원을 기피하고 상대적으로 서울, 수도권 대학에 더 집중 지원할 것"이라며 "지방에 있는 학생들도 서울과 수도권 대학으로 몰릴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또 "지방 의대 진학을 위해 수도권 학생이 지방으로 이주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라며 "현재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지방 의대의 막강한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학생 수가 적은 지역일수록 우수학생이 덜 지원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고, 그러면 해당 대학 경쟁력 감소 등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

이 관계자는 "지역인재 비율은 매년 상당히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대안도 함께 내놨다.

지방의대, 인재 유출 막기 위한 방편 '긍정적' 평가

지방의대는 이미 상당수가 지역인재를 타지역 출신보다 더 많이 뽑고 있었다. 대구 계명의대는 대구경북지역 학생 비중이 60% 정도이며 적어도 50% 정도는 유지하고 있다. 경상남도 경상의대 역시 지역인재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다. 이는 교육부가 입법예고한 비율 보다도 더 높다.

전북의대는 보다 더 세부적으로 전북과 전남으로 지역을 구분해서 지역인재를 선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명의대 송대규 학장은 "지방의대 입장에서는 교육을 시켜 놓으면 수도권으로 가는 문제가 컸다"라며 "지역 학생을 받으면 수도권 이탈률이 그나마 좀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일단은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숫자를 제한하다 보면 자유경쟁 때보다는 학생들 성적이 낮을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 "선발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 지금도 수능 성적보다는 학생의 성실성이나 내신성적 위주로 평가를 하고 있는데 그 비중을 늘리면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입학전형관리위원회에서 보다 심층적으로 조사하는 등 준비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상의대 역시 경남 우수 인재 수도권 이탈을 막기 위해 지역인재 비율을 확대하고 있다. 경남 지역 고등학생 대상 학교초청 입학설명회를 개최하거나 지역 인재가 입학할 수 있는 전략 마련에도 직접 도움을 주고 있다. 경상의대 우향옥 학장에 따르면 졸업 후에도 약 70%가 지역사회에 머물고 있다.

지역 학생의 학력 수준을 보다 높이기 위해서라도 지역인재 할당 비율을 오히려 더 확대해야 한다는 전향적인 주장도 나왔다.

충북의대 내과학교실 한정호 교수는 "현재 모든 교육이 서울과 수도권 중심이다. 지역에서는 조금만 공부를 잘한다 싶으면 늦어도 중학생 때는 서울로 전학을 가는 게 현실"이라며 "지방대 지역인재 비율을 의무화하지 않으면 지방과 서울의 학력차가 더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교육제도를 바꿔야 지방분권이 실현되고 지역의사 부족 문제도 해결된다"라며 "의대만이 아니라 시행령에 들어있는 약대, 간호대는 물론 법학전문대학원, 공대 등에도 적용해야 한다. 지방이 자체적으로 생존 가능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물론 수도권 소재 의대와 의대생을 '역차별'하는 법안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했다.

서울 A의대 학장은 "의대는 전국 상위 1%가 모이는 곳이다. 전국에서 인재가 모여드는 것과 지방으로 한정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라며 "수도권 학생들이 오히려 차별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한 의대 학생도 "지방대가 우수한 학생을 뽑을 수 있는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이 어떻게 지방대 육성법 시행령으로 들어가게 됐는지 모르겠다"라며 "지방대 살리기는 대학 역량을 키워 학생 유입을 늘리는 형태로 가야 하는 것인데 절대적으로 우수한 학생을 뽑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은 일차원적"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한희철 회장은 지역 인재가 그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하는 일본의 사례를 소개했다.

한희철 이사장은 "일본은 지자체 차원에서 지역인재에게 등록금을 지원한다. 그러니 졸업 후 의무기간 복무를 한 후에도 자발적으로 지역에 남더라"라며 "사실 지역 학생을 뽑더라도 그 지역에 남아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지역 학생이 들어오면 조금 더 해당 지역에 남겠다는 생각을 더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 중인 보건의료발전계획을 만드는 과정에 교육 관련 문제도 집어넣어 의료계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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