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균, 묻지마 복용 말라"…미국소화기학회 지침 개정

발행날짜: 2021-07-01 05:45:58 수정: 2021-10-26 15:42:04
  • 미국소화기협회 이어 미국소화기학회도 입장 선회
    "C.디피실 감염 예방에 효과 불분명"…분변 이식술은 권고

식도염, 위염, 알레르기 등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민간 차원의 프로바이오틱스 복용이 늘어나자 전문학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C.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 감염 및 크론병, 궤양성 대장병 등에 프로바이오틱스 처방을 권고하지 않은 미국소화기협회(AGA)와 같은 선상에서 미국소화기학회(ACG) 역시 유산균 사용에 보수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달 ACG는 C.디피실 감염 에 대한 치료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프로바이오틱스, 분변 이식 등 내장 질환과 관련해 활용되는 유산균 요법에 대해 지침을 제시했다(doi: 10.14309/ajg.0000000000001278).

미국소화기학회는 C.디피실 감염 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프로바이오틱스 항목을 신설, 지침을 제시했다.
최근 수년간 학계는 장내 세균의 균형 및 불균형이 각종 질환 유발에 상관성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왔다. 유산균 등을 활용해 질환 개선 및 치료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정설로 자리잡진 못한 상황.

ACG는 2013년 지침을 8년만에 개정, 최근 부상한 유산균 요법에 대해 근거 유무를 따져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지침은 예방, 진단, 치료, 재발 방지 및 C.디피실 감염 관리(CDI)에 걸쳐 23가지 권고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프로바오틱스와 분변 이식술(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FMT) 항목을 신설했다는 점이다.

먼저 ACG는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중증 및 급성 CDI 환자에 대해 분변 이식술을 권고했다. 증거의 질 낮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FMT는 개선된 치료율을 넘어 CDI와 관련된 결장 절제술과 패혈증 발병률이 감소할 수 있으며, 중증 환자에서 생존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를 강력 권고(Strong)했다.

반면 프로바이오틱스는 항생제 치료를 받는 환자의 CDI 예방과 재발 예방을 위한 용도로는 복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ACG는 "프로바이오틱스는 미국 FDA가 약물에 대해 요구하는 엄격한 기준과 달리 '장 건강을 개선한다'는 막연한 주장과 함께 건강보조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며 "제조업체는 특정 적응증을 지원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실시할 동기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프로바이오틱스는 무해하다는 주장 역시 중환자의 프로바이오틱스 혈류 감염 사례 등으로 도전받는 상황"이라며 "이는 면역항암제 투약 환자와 심장질환자, 정맥 카테터 사용 환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권고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CDI와 관련해 프로바이오틱스의 고품질 임상시험 데이터가 희박하고 항생제 관련 설사 예방 효과를 평가한 연구마저 2차 분석에서 나온 결과여서, 권고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 학회 측 판단.

AGA에 이어 ACG도 무분별한 유산균 사용에 제동을 걸면서 국내 치료 지침에서도 변화를 야기할지 관심사다.

고성준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프로바이오틱스의 효과 및 안전성에 대해선 학계가 검증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며 "대학병원이나 전문과목 등에 따라 프로바이오틱스를 적극 활용하거나 아예 쓰지 않는 등 국내에서도 딱히 경향성이랄 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학술적인 근거가 정립돼 있지 않다보니 일부분 효과에 중점을 두고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시도의 성격이 강하다"며 "특히 성인에서는 효과 근거가 미약해 보험 적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장 내 미생물 생태계를 뜻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이 질병 유발이나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장내 환경은 세균뿐 아니라 대사물까지 다양하게 관여한다"며 "따라서 장내 미생물 하나만을 가지고 왜 분변 이식술은 권고하면서 프로바이오틱스는 권고하지 않냐고 따지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분변 이식술은 국내에서도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다소 침체되기는 했지만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아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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