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신임 급여이사의 고민 "새로운 비급여 양산"

박양명
발행날짜: 2021-09-15 05:45:55
  • 비급여 보고·약가관리·수가협상 3대 업무 추진 방향은?
    "비급여 자료 자동 제출 프로그램 개발 중…행정부담 완화"

5개월. 건강보험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가 취임한 후 지나간 시간이다. 취임과 동시에 수가협상을 했고 콜린알포제제 재협상을 맡았다. 건강보험 재정 관리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비급여의 급여화 업무도 지원한다.

7개실과 2개단을 관장하고 있는 이상일 급여상임이사의 소관 업무 중 의료계와 관련 있는 현안은 ▲비급여 관리 ▲급여 재평가 등 약가관리 ▲수가협상 등 크게 세 가지다.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14일 전문기자협의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건강보험 분야 연구를 하면서 건강보험과 관계된 부과징수, 진료비 지급 등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라며 "실제 들어와서 보니 다양한 많은 업무들이 전문적이고 유기적,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상일 급여상임이사
■비급여 관리 "규모·사용빈도 낮은 항목 보고 제외 검토 중"

문재인 정부를 관통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은 '비급여의 급여화'다. 정부는 현재 의료법 개정에 따라 비급여 보고 의무화 범위와 대상을 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상일 이사는 "4년간 이뤄진 보장성 강화 정책 중 취약계층의 본인부담 경감, 의료안전망 강화,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는 큰 차질 없이 수행됐다"라고 평가하면서도 "체계적인 비급여 통제기전이 부족해 여전히 개인 선택에 따른 새로운 비급여가 양산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행위 간 수가 불균형과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가 집중하는 의료이용체계의 문제가 있다"라며 "비급여를 적절히 관리하기 위해 비급여 자료를 건보공단이 수집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건보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두 곳 모두를 비급여 보고 위탁 기관으로 지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는 비급여 보고 의무화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 보고 대상의 최소화, 행정부담에 대한 보상, 의료계와 협의를 통한 합의점 도출을 주장하고 있다.

이상일 이사는 "비급여를 적절하게 관리하려면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라며 "자료 활용 문제에 대해 아직도 의료계와 상호 신뢰가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비급여 전체 보고에서 규모, 사용빈도 등이 낮은 비급여 항목은 보고 대상에서 제외하는 고시안을 복지부와 검토하고 있다"라며 "비급여 자료 자동 제출 등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 배포해 의료기관의 행정부담을 완화하고 편의성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급여재평가 "무차별 소송 대비 관련법령 개정 등 마련 예정"

건보공단은 지난해 12월 14일부터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약제 임상 재평가 약품비 환수 협상을 이끌어왔다. 8개월 동안 이어진 협상은 지난달 10일 일부 제약사만 남겨두고 완료했다.

나머지 10여개 제약사와도 15일 환수 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건보공단은 임상 재평가 약품비 환수 기간도 제약사들의 편의를 위해 분할 납부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개월에 걸친 협상 과정에서 제약사 39곳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협상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황.

이상일 이사는 "제약사의 협상명령 취소 집행정지 신청은 모두 기각 또는 각하돼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본안 소송이 아직 남아있다"라며 "앞으로 비슷한 소송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유관기관과 협의를 통해 관련 법령 개정 등의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용구 약가관리실장도 "콜린알포 협상이 마무리되면 복지부와 앞으로의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콜린알포가 이미 임상재평가를 했기 때문에 그 이외의 제품도 협상하는 게 타당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수가협상 "새로운 모형 빠르면 2024년 적용이 목표"

이상일 급여상임이사가 취임 후 가장 먼저 맡은 임무가 수가협상의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장이었다. 이제 내년 5월에 있을 수가협상을 준비해야 하는 만큼 보다 현실적인 대안 찾기에 한창이다.

그는 "올해 수가협상을 직접 해보면서 수가 지불제도 변화의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개인적으로 느꼈다"라며 "당장 2023년도 수가협상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남은 시간 안에 새로운 모형을 개발해 협상을 진행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년도 수가협상은 현실적으로 현재의 SGR 모형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라고 현실적 한계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식에 의료물가지수, 조정계수 같은 요인이 있는데 자료를 보다 최신의 자료를 활용하려고 한다"라며 "진료비 누적 기간도 14년에서 10년, 7년, 5년 등 최신 데이터를 반영해 시뮬레이션을 하고 유형별 환산지수 격차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우선 개선할 것"이라며 "각 유형별 현황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새로운 수가협상 모형 개발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 이사는 "11월부터 시작되는 연구용역을 통해 환산지수를 대체할 새로운 모형과 총진료비 관리기전을 포함한 건강보험 보상체계에 대한 종합적인 중장기 개선방안을 마련해 제도발전협의체에서 합의점을 도출하려고 한다"라며 "빠르면 2024년, 그 이후 새 모형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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