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빠진 금융위 실손협의체 '백내장 수술' 정조준

발행날짜: 2022-01-21 05:47:00
  • 보험사, 의료기관간 수가 조정으로 비급여 관리체계 구축
    안과계 "실손보험 상품체계 개편 선행 시급" 우려 제기

금융위원회가 실손보험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협의체를 발족하고 관련 논의를 본격화했지만, 협의체 구성이 보험계를 주축으로 구성됨에 따라 의료계의 반발이 나오고 있다. 향후 마련될 정책에서 보험계 입김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20일 정부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지속가능한 실손보험을 위한 정책협의체(이하 손보 협의체)'를 발족하고 실손보험 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다. 해당 협의체엔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보험연구원, 보험협회 등이 참여했다.

자료사진.

실손보험 손해율이 급증하면서 가입자의 부담이 가중되고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보험사도 늘어나 정부가 칼을 빼든 것.

실제 실손보험 손해율은 최근 130%까지 치솟았다. 보험사들이 보험료 100원을 받으면 130원을 보험금으로 주고 있다는 의미다. 2010년 30개사였던 실손보험 판매 보험사도 지난해 10월 15개사로 반토막 났다.

금융위는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보험사의 잘못된 상품 설계와 의료기관·환자의 과잉진료·의료쇼핑, 미흡한 비급여 관리체계 등을 꼽았다.

특히 백내장 수술 등 비급여 항목이 실손보험 적자의 대표적인 요인으로 여겨지는 만큼, 손보 협의체는 '과잉진료 방지를 위한 비급여 관리 강화'를 향후 검토과제로 정했다.

실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779억 원에 불과했던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은 지난해 1조1528억 원으로 15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또 손해보험사 전체 실손보험금에서 백내장 수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 1.4%에서 지난해 10% 수준으로 커진 것으로 진단됐다.

이에 따라 안과계에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협의체 구성으로 봤을 때 향후 관련 논의에서 의료계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될지 미지수기 때문이다.

손보 협의체는 독일·호주 등의 사례를 참고해 보험회사와 의료기관 간의 수가 조정 및 비급여 관리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독일·호주의 경우 비급여 관리체계에서 관련 항목에 대한 수가를 적용하고 있다.

향후 실손보험체계에서 백내장 수술 등 비급여 항목에 대한 수가가 설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해당 협의체에 비급여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빠져있다는 논란도 일자, 복지부는 2017년부터 다른 협의체를 통해 금융위와 관련 논의를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손보 협의체에 의료단체가 배제된 상황에서 형평성 있는 수가 기준이 논의될 지는 의문이 여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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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한 안과 개원의는 "손실보험 협의체 내용을 보면 의료계가 배제됐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며 "비급여를 통제하는 것도 문제지만, 수가 조정에 당사자인 의료계가 빠지면 안과 뿐만 아니라 전 의료계가 들고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안과 개원의 역시 "비급여 수가 문제는 어떤 주체가 어떤 기준으로 설정할지와 관련해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던 문제"라며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제 3자인 보험계가 의료계를 좌지우지 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대한안과의사회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수가를 설정하기 전에 실손보험 상품의 잘못된 설계 문제를 바로잡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봤다.

실제 초기 실손보험은 자기부담률이 낮게 설계돼 과잉진료에 대한 대응이 어려운 상품이다. 1세대 실손보험은 대부분 치료비 전액을 보장하고, 2세대에 들어서야 10~20%의 자기부담률이 설정됐다. 최근 보험사가 보험료를 인상했는데 인상폭이 1·2세대는 16.9%, 3세대는 8.9%로 차이가 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안과의사회 황홍석 회장은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항목과 상품설계는 모두 보험사가 정한 것"이라며 "실손보험 적자의 근본적인 원인이 보험계에 있는데 그 책임을 의료계에 전가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보험계가 관련 논의에 의료계 참여를 적극 유도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협의체가 구성된 것이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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