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전국 의료기관 대상 합병증 발생률 전수 조사
진단 0.065%, 치료 0.131%…대학병원이 오히려 높아
전 국민 국가건강검진 등을 배경으로 전 세계으로 내시경 강국으로 평가받는 우리나라에서 실제 천공이나 출혈 등 내시경 관련 합병증은 얼마나 일어날까
내시경을 받는 환자는 물론 의사들도 궁금해 하던 이 질문의 대답이 나왔다. 국내 최초로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합병증 발생률 전수 조사 결과가 나온 것.
대체적으로 진단을 기반으로 하는 내시경의 경우 합병증 위험이 1만분의 6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치료도 1만명 중의 1명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일선 개원가보다 대학병원에서 합병증 비율이 높은 현상이 관측돼 눈길을 끌었다.
국내 첫 전국 단위 내시경 합병증 전수 조사 결과 공개
24일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인 저널 오브 코리언 메디칼 사이언스(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는 국내 위장 내시경의 안전성에 대한 첫 전국 단위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doi.org/10.3346/jkms.2022.37.e24).
조기 검진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내시경 검사량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 데이터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전체 내시경 검사량이 8배나 증가한 상황.
하지만 내시경 검사는 때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천공 등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 문제는 늘 동반되는 과제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등 선진국들의 소화기학회 등이 꾸준하게 내시경 질 관리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있는 이유. 실제로 미국 소화기학회는 내시경과 관련한 안전 문제의 가이드라인으로 진단 내시경시 천공률은 0.1%미만, 치료 내시경시 0.2% 미만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등에서 내시경 인증제도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질 관리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단 및 치료 내시경에 대한 실제적인 합병증의 발생률이나 기관별, 종별 현황에 대해서는 자료가 전무했다.
표준화된 보고 체계가 없다는 점에서 실제 임상 현장에서 일어나는 합병증 관리에 구멍이 있었던 셈이다.
경희대 의과대학 소화기내과학교실 장재영 교수가 이끄는 다기관 연구진이 전국 단위 안전성 연구를 추진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내시경 관련 합병증이 일어나는지를 보고 안전 관리 지표 개발이나 가이드라인 등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활용해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합병증 데이터를 수집했다. 또한 전국 50개 상급종합병원 및 대학병원 의료진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 조사를 통해 안전성 실태와 현황을 조사했다.
내시경 검사 절반 개원가 담당…합병증 대학병원이 더 높아
그 결과 모든 데이터가 종합된 2017년을 기준으로 보면 건강검진을 제외하고도 우리나라에서 이뤄진 위 내시경 건수는 245만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장 내시경은 217만건이었다.
진단을 위한 위 내시경은 의원급에서 가장 많이 시행된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내시경 검사의 44.1%가 개원가에서 시행된 것. 하지만 위 점막하 박리술 등 치료 내시경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48%로 크게 높아졌다.
대장 내시경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였다. 진단적 내시경의 45.1%가 개원가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위 내시경과 유사한 경향을 보였지만 위는 치료 내시경의 대부분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뤄진 것과 다르게 대장의 경우 치료적 내시경도 52.3%가 의원급에서 진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의 목적인 합병증 비율을 보면 우리나라의 내시경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축에 속했다. 대장 내시경을 예를 들면 진단적 내시경의 합병증 비율이 0.065%, 치료적 내시경은 0.131%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경향은 의료기관 종별로는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개원가와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간에 차이가 나타난 것.
실제로 위 내시경을 보면 의원급의 경우 출혈 발생률이 0.490%, 천공 발생률은 0.059%를 기록했고 병원급은 각각 2.228%, 0.652%로 다소 올라가는 경향을 보였다.
이어서 종합병원은 출혈이 4.164%, 천공이 0.870으로 또 다시 비율이 올라갔고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각각 3.156%, 0.558%를 기록했다. 결론적으로 종합병원에서 출혈과 천공 발생률이 가장 높은 셈이다.
대장 내시경도 마찬가지로 의원급에서 출혈 발생률은 0.128%, 천공 발생률은 0%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어 병원급이 출혈 0.088%, 천공 0.004%로 집계됐고 종합병원은 각각 0.262%, 0.009%를 기록했으며 상급종합병원은 0.479%, 0.030%으로 분석됐다. 결론적으로 상급종합병원에서 합병증 비율이 가장 높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수치를 기반으로 국내 내시경 합병증 비율이 매우 안전한 수준이라고 결론내렸다. 또한 의료기관의 규모가 커질 수록 합병증 비율이 올라가는 것도 당연한 결과라는 의견이다.
연구진은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우리나라 임상 현장에서 진단과 치료를 위한 내시경 건수가 상당히 늘어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에 반해 합병증 발생률은 거의 무시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의원에서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으로 갈수록 합병증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그만큼 더 고위험의 환자들이 규모가 큰 병원에서 진단이나 치료를 받기 때문"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모든 의료기관에서 합병증을 효과적으로 보고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신뢰할 수 있는 통계를 얻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