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호 학생(차의과대학교 본과 4학년)
최근 세계적으로 의료데이터를 이용한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해외에서는 일본의 JMDC가 천만 명에 달하는 환자의 진료비 명세서를 분석해 서비스와 정보를 판매한다. 또 미국의 T.H.E.M.(The Health Exchange Market)은 비식별화한 의료데이터 레지스트리에 대한 포털로 의료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메디블록과 같은 회사들이 향후에 블록체인 기반의 의료데이터 활용 플랫폼을 내놓을 것이라 선언한 상황에서 의료데이터의 가치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데이터 3법이 통과된 이후에 가명화된 의료데이터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병원 내의 의료데이터 활용 방안에 대한 여러 가지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병원이 제공하는 의료데이터의 가치가 적절히 매겨지고 있을까? 연구라는, 혹은 첨단 의료를 향한다는 명목하에 의료데이터가 지나치게 저평가되어 활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EMR과 PACS가 도입된 이후의 모든 데이터를 보관하고, 유지하는 데에 대한 비용, 그리고 해당 데이터를 작성한 의사의 전문성 등 의료데이터에는 의료진과 병원에서 부가한 가치가 포함된다. 법적으로 보존해야 하는 기간이 넘어서까지도 행여나 그 기록이 향후 환자의 진료에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 추가적인 비용을 지출하면서까지 보관해온 데이터의 가치를 어떻게 정해야 할까. 세 가지 핵심적인 요소를 고려해 적절한 가치를 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로는 데이터 홀더인 병원이 의료데이터에 지출한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데이터 유지 및 보관에 사용된 비용과 의학적 전문성 투입에 대한 가치를 적절히 산정하는 기준이 제시 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진료기록은 환자에 대한 기록임과 동시에 의료진의 의학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내려진 치료 프로세스에 대한 기록임을 동시에 인정해야 한다.
또한 의료기관이 지는 데이터 유출에 대한 위험도까지도 포함해야 한다. 데이터 유출 시의 위험을 병원이 혼자 떠안고서 진행하는 오직 신뢰에 기반한 데이터 활용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두 번째 요소는 데이터의 퀄리티다.
예를 들자면 영상의 해상도(resolution) 등의 물리적인 스펙이 될 수도 있고, 표준화된 용어의 사용률, 표준화된 정도, 때에 따라 레이블링(labeling) 여부와 정도 등을 고려할 수 있다. 현재 정부 주도의 데이터 표준화 사업은 임상 현장에 동기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표준화를 했을 때, 이 데이터의 가치가 높아지고, 병원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생긴다면 임상 현장에서 표준화에 대한 동기가 충분히 되어줄 수 있다.
세 번째 요소는 환자의 권리에 대한 인정이다.
데이터에 대한 환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이를 진작시켜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앞서 다룬 지표들이 정량화되고 표준을 갖추어 나간다면, 정량화된 데이터의 가치를 통해 병원에서 환자에게도 적절한 보상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데이터에 대한 적절한 가치를 인정하고, 데이터 제공과정에 관련된 모든 사람이 적절한 보상을 취득할 수 있는 건전한 구조를 이룩하는 것이 의료데이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발걸음이 되리라 생각한다. 환자가 제공해준 소중한 데이터를 투명하고 건전하게 활용하여 더욱 효율적으로 의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