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국민 건강 위협"…간호계 "초고령사회에 필요"
목줄 쥔 국회에 '표퓰리즘' vs '국민과의 약속' 입장 전달
간호법을 반대하는 10개 의료단체의 연대가 본격화하자 간호단체가 시민단체의 동조로 응수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비롯한 10개 의료단체는 지난 8일 간호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축하고 발대식을 개최했다. 이에 대한간호협회도 같은 날 미래소비자행동 등과 결의대회를 열고 시민단체들도 간호법 제정에 동조하고 나섰다고 맞섰다.
10개 의료단체 비대위는 '간호법이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는 표어를 걸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활동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특정 직역의 이익만 대변하는 간호법이 의료법 보다 상위의 법으로 제정되면 현행 면허의료체계가 붕괴된다는 우려에서다.
또 10개 의료단체는 간호법이 추후 간호사가 단독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하고, 간호조무사·요양보호사 등의 타 직역을 보조인력으로 전락시킬 위험성이 있다고 봤다.
의료단체들은 비대위 차원에서 간호법의 제정을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오미크론 변이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만큼 오는 13일 예정됐던 궐기대회를 잠정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간협은 지난 8일 결의대회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간호법은 환자 건강을 지키기 위한 법'이라는 표어를 걸고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돌봄 체계를 갖추기 위해선 간호법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현행 의료법은 다양해지고 전문화된 간호영역을 모두 담지 못하고 있으며, 더욱이 코로나19 여파로 간호인력의 부당한 처우 문제가 심화하면서 간호법 제정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의료체계의 한계가 드러난 만큼 간호법을 제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간호법이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의료계와 간호계는 국회에도 각각의 메시지를 전했다. 의료단체들은 대선 정국에 휩쓸려 간호법 제정 논의가 포퓰리즘에 매몰될 우려가 있는 만큼 정치권의 자중을 촉구했다. 직역 간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 간호법이 졸속으로 처리돼선 안 된다는 것.
대신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 전반을 논의하기 위한 대통령직속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현행 보건의료 시스템에서 간호인력의 전문성과 권익을 찾을 해법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오미크론의 대유행 속에서 보건의료인들의 사투가 계속되는 가운데 간협과 국회는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간호법 제정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는 모든 보건의료인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국민을 사지로 내모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반면 간호단체들은 여야 3당 및 대선 후보들이 간호법 제정 추진을 약속한 만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즉각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직역 간 갈등이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간호법은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간호협회 신경림 회장은 "간호법 제정은 여야 후보가 대선을 앞두고 한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전국 46만 간호사, 12만 간호대학생, 200만여 명의 그 가족들은 각 정장의 간호법 제정 약속 이행 여부와 노력을 확인해 투표장으로 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