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인 처벌 면제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시동'

발행날짜: 2022-02-22 17:08:39
  • 법조계 토론회 통해 필요성 공감…"방어진료, 기피과 문제 심화"
    불가항력적 결과 의료진 구속 지속-복지부, 신중 "의견수렴 필요"

고의에 준할 정도의 의료과실이나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의료행위 등을 제외하곤 의료인의 형사처벌을 면제하도록 하는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법조계 판단이 나왔다.

22일 대한의사협회는 '안정적인 진료한경 조성을 위한 의료분쟁특례법(이하 의특법) 제정 토론회'를 열고 해당 법을 제정하기 위한 제반 사항을 논의했다.

안정적인 진료한경 조성을 위한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토론회 현장

주제발표를 맡은 법무법인 담헌 이준석 변호사는 "침습적인 의료행위 특성상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망이라는 악결과를 이유로 의료진이 법정 구속되거나 실형을 선고받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며 "해외 사례를 보면 북미 선진국에선 의사가 구속되거나 실형을 받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환자 사망 사건에 대해 유족의 주장을 참작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민사를 넘어 형사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의료행위를 결과론적 관점에서 판단해 처벌하는 것은 의료진의 방어진료를 부추긴다는 설명이다.

세계의사면허기구연합회에 따르면 캐나다와 미국에선 의료과실로 형사소송을 당하는 의사가 없으며, 의사가 처벌을 받는 경우는 환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살해 의도를 갖는 등의 경우라는 것.

이 변호사는 "캐나다에선 지난 100년 동안 의사에 대한 15건의 기소 중 1건만 형사처벌이 이뤄졌다"며 "이는 마취과 의사가 마취 도중 안전장치 일부를 끄고 수술실을 나간 후 연락이 두절돼 환자가 사망한 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처럼 악결과를 이유로 의사가 형서처벌 받는 추세가 지속된다면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 의료사고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진료과 의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봤다. 최악의 경우 외국에서 의사를 수입해 수술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

법무법인 담헌 이준석 변호사

이 변호사는 "의특법 제정은 의사의 형사책임을 면책하는 게 아니라 의사와 환자 간 발생할 수 있는 의료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해당 법의 주요 내용은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에 가입된 경우 형사처벌에 대한 특례를 규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법안은 의사가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경우 업무상 과실에 대한 의료분쟁을 형사책임으로 확대시키지 않고 민사배상 책임 단계에서만 해결되도록 유도한다는 것.

그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하 교특법) 등 다른 법안을 예시로 의특법이 의사에 과도한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교특법은 사고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보험 가입 시 형사처벌 특례를 규정하고 있는데, 의특법 역시 환자의 피해를 신속하게 회복하기 위함이라는 것. 교특법이 12대 중과실은 예외 없이 처벌하는 것처럼, 의특법이 무면허나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의료행위를 형사처벌하면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이 변호사는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 관련 형사처벌 특례 조항이 생긴다면 의사의 가입률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이 보험에 가입한 경우 환자가 의사를 상대로 불필요하게 소송을 제기할 필요가 없어 당사자 간 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될 개연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 가입률이 증가한다면 환자도 의료사고로 입은 피해를 원만히 배상을 받을 수 있다"며 "의특법은 의사, 환자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 변호사는 의특법 제정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로 ▲의료사고로 인한 불필요한 의료인 전과자 양산 방지 ▲의료사고 위험이 높은 진료과 의료인에 안정적인 진료환경 보장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 가입률 증가로 환자 손해 배상 용이 ▲신속한 환자 피해 구제로 무분별한 고소·고발 방지 등을 꼽았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김의택 기획이사

패널토론에서 서울지방변호사회 김의택 기획이사는 의특법의 필요성에 동의하지만, 법안 발의에 앞서 내용에 일부 조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법안을 발의하면서 해외에선 의사가 형사처벌 받지 않는다고 비교하거나,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을 교특법과 동일선상에서 거론하는 방식은 위험하다는 분석이다.

김 기획이사는 "미국이나 캐나다에선 형사 고소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비교 사례로 드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며 "왜냐하면 거기도 형사 고소는 가능한데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지양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와 외국의 사례를 단순 비교하기 보다 외국에 그런 분위기가 그렇게 된 이유를 분석해야 한다는 것. 또 교특법이 마련된 이유를 봤을 이를 의특법과 동일선상에서 논의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짚었다.

김 기획이사는 "교특법은 사회적인 비용 면에서 굉장히 큰 이득이 있는 법안"이라며 "1년에 22만 여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는데 이를 전부 형사 절차에 회부한다고 하면 경찰서는 마비된다. 이 법은 헌법적으로 맞냐 아니냐를 떠나서 실용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운전자와 운전자의 분쟁인 교통사고와 달리, 의료사고는 의사와 환자 사이에 분쟁이 생기는 경우가 많고 이들의 관계가 대등하다고 보기 어렵다. 의료분쟁조정법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의료분쟁조정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의특법과 교특법은 결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애초에 의사가 형사 기소되지 않고 경찰서에 가지 않는 것으로, 배상을 받을 수 있다면 환자가 무리하게 소송을 하는 일이 줄어든다"며 "의료사고 관련 분쟁은 고소하는 환자에게서도, 경찰조사를 받는 의사에게서도 사회적 비용이 낭비된다"고 말했다.

의특법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보험을 통한 보상이 전제 돼야 하고 이를 통해 형사처벌을 면하는 것이 아니라 형사절차 자체에 회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

김 기획이사는 "교통사고와 달리 의료사고는 경찰조사 전엔 고의나 중과실 등 행위의 중대성 판단하는 것이 어렵다"며 "이를 민사상에서 판정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박미라 의료기관정책과장은 "법의 주요한 제정 취지는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신속·공정하게 구제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환자와 의료인 간의 신뢰를 회복하게 하는 것"이라며 "다만 여러 사안과 법리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하고 보완점에 대한 각계 의견 수렴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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