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준 변호사
대법원 2020두39365 업무정지처분취소 판결
의료법 또는 국민건강보험법을 위반하여 영업정지, 자격정지 처분을 받게 되면 궁금하고 불확실한 것들이 많다. 언제부터 병원 문을 닫아야 하는지, 처분 시점을 미룰 수는 없는지, 혹시 다음 병원에 처분이 승계되는 것은 아닌지, 다른 원장으로 개설자를 변경하면 계속 영업을 할 수 있는지 문제는 변호사들에게 물어도 쉽사리 답을 얻기 힘들다.
특히 처분의 승계 문제는 케이스마다 적용되는 법률과 해석이 달라서 경험이 많다고 자부하는 입장에서도 즉답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오늘 소개할 대법원 판례는 2022. 1. 27. 선고된 비교적 최신 대법원 판례인데, “폐업한 병원에서 발생한 위반행위를 이유로 그 병원의 개설자가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에 대하여 업무정지처분을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나름 명확한 해석을 담고 있다. 적어도 이 문제에 대해서만은 “대법원 판례”가 있으니 정확한 대응책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에서 의사 A는 원고는 서울 용산구에 병원을 개원하였다가 2014. 5. 7.경 폐업하였고, 두 달 뒤에 세종시에 새로운 병원을 오픈하였다. 의사 A는 폐업한 병원에서 원외처방전을 발급한 것이 문제가 되어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10일의 업무정지처분을 받게 됐는데, 보건복지부는 과거의 병원은 이미 폐업하여 없어졌으니 새로 오픈한 병원에 대해 처분을 내리겠다고 통보했다. 그리고 A는 이에 반발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관행은 “업무정지처분의 효과는 그 처분이 확정된 요양기관을 양수한 자 또는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에 승계된다” 라는 내용에 따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는데(구 국민건강보험법 제85조 제3항), 많은 법률가들은 이 조항만으로 이미 폐업한 의료기관의 처분사유를 새 병원으로 끌고 오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을 해왔다. 그리고 위 사건에서도 같은 맥락의 공방이 오갔던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 법문상 업무정지처분의 처분대상을 ‘요양기관’으로 정하고 있고,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1항 제1호는 [그 요양기관에 대하여 업무정지를 명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처분대상을 위반행위 당시의 요양기관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관련 법령에는 업무정지처분의 절차가 진행되기 이전에 이미 폐업한 요양기관에서 발생한 위반행위를 이유로 그 요양기관의 개설자가 새로 개설한 요양기관에 대하여 업무정지처분을 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라면서 “침익적 행정행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그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전적으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해석이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서는 아니 된다”고 판결하였다.
쉽게 이야기해서, 의사 A가 기존 병원에서 국민건강보험법을 위반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기존 병원이 폐업한 이상, 자리를 옮겨 새로 개원한 병원에 대해서는 업무정지처분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혼동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면, 의료법에서는 자격정지의 사유를 따로 규정하고 있어서 자격정지가 된 기간 동안에는 의료업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의료법 제66조). 또한 관련 서류를 위조·변조하거나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때에는(소위 7호의 사유) 개설자가 자격정지 된 동안 ‘의료기관’의 의료업이 금지되기에 주의를 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