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오준석 교수
개학 시즌이 다가오면서 방학 기간 동안 내 자녀가 얼마나 자랐는지, 같은 성별이나 또래의 아이들의 성장 속도에 맞춰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지 모든 부모의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이다.
일반적으로 성장 속도가 더디다고 느껴진다면 부모는 자녀의 저신장을 걱정하며 성장호르몬 치료를 고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아이의 성장 속도가 또래보다 빠르다고 느껴질 때도, 한 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아이가 ‘성조숙증’을 겪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조숙증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인이 되어가는 사춘기에 성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여 2차 성징이 지나치게 빨리 나타나는 경우를 의미한다. 성조숙증이 나타나는 아이는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나면서 성장 속도가 일시적으로 증가하지만, 골단 융합이 조기에 이루어져 성장판이 일찍 닫히고 최종 성인키가 평균 키에 한참 못 미치게 된다. 이러한 결과를 예방하기 위해 성조숙증 환자에서 성장호르몬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성조숙증을 겪고 있는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실제로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성조숙증으로 진단받은 아이는 2016년 남‧여아 총 8만6352명에서 2020년 총 13만6334명으로 5년 간 약 63% 증가했다.
성조숙증의 원인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부족한 운동으로 인한 소아비만, 스트레스 환경호르몬 등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에서도 서구화된 식습관과 소아비만이 가장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아직 정확한 인과관계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또래에 비해 사춘기가 빨리 시작됐다고 진단할 수 없고 비만이 아닌 아이에게도 성조숙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성조숙증 환자에게 시행되는 성장호르몬 치료는 성선자극호르몬작용제(GnRH) 효능제 투여로 인해 성장호르몬 분비까지 저하되어 사춘기 전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환자에 대해 병행 치료를 고려한다. 또한, 성조숙증 치료시기를 놓쳐 아이의 최종 예상 신장이 작은 경우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예측 신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는 대부분의 환자가 소아 및 청소년이기 때문에 정확한 투약과 모니터링이 필수이다. 직접 자가주사를 통해 치료가 필요한 만큼, 부모와 환자가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전자식 투약 기기나 리유저블 펜, 프리필드 펜 등 환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한 디바이스가 많이 출시되어 투약 과정이 한결 수월해지고 있다.
또한 의료진과 부모, 환자가 같은 눈높이에서 치료와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상호 모니터링도 강화되고 있다. 디바이스와 연동된 시스템을 통해 환자들의 치료 순응도와 성장 곡선 등 투약 데이터가 디지털화되면서, 환자가 투약시마다 별도의 기록 없이도 자동으로 치료과정이 모바일 앱과 온라인 시스템상에 데이터화되어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향후 성장호르몬 치료는 순응도를 높이는 것과 동시에 치료 효과를 향상시키는 것에 초점을 두고 투약기기의 지속적인 발전과 디지털 솔루션의 확장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환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의 치료 및 성장에 대한 데이터의 효율적 관리와 모니터링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디지털 솔루션 생태계를 바탕으로 환자와 빠르게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통해 치료에 보다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