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원대 연구비 횡령부터 감사 의견 거절 등 악재
부실한 회계 운영 다시 도마 위…산업 육성책 악영향
의료기기 산업군에서 또 다시 회계 이슈들이 연이어 터져나오면서 이로 인한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실한 회계 운영이 계속해서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의료기기 산업군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산업육성책에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4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의료기기 산업군에서 지속적으로 횡령을 포함한 감사 의결 거절 등 회계 이슈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단 산업계에 가장 큰 충격을 주고 있는 사건은 20억원에 달하는 횡령과 배임, 유용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A기업 사건이다.
A사는 다양한 국가 과제와 지자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연구비 등의 예산을 목적 외 다른 수단으로 사용하다 적발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
더욱이 이 기업은 이를 은폐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회계 장부를 조작해 왔다는 점에서 조직적 은폐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중에 있는 상태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료기기 기업들은 지난 1월 오스템 임플란트 횡령 사건을 대입하며 산업군 전체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의료기기 분야에서 계속해서 횡령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직간접적으로 산업군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B의료기기 기업 임원은 "사실 업계 내부에서는 터질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 많기는 하다"며 "헬스케어 분야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스타트업 수준에서 기업 수준으로 한번에 점핑한 회사가 많다는 점에서 이러한 문제는 늘 내부에서 돌고 있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특히 최근 각종 정부 과제가 쏟아지다 보니 보고서 돌려막기 등을 통해 각 부처 예산을 쓸어다 놓고 인건비 등 운영 예산으로 충당하는 기업들도 부지기수"라며 "문제는 일부 이러한 기업들의 행태로 인해 건전하고 충실하게 기업을 키워가고 있는 회사들도 도매급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3월 감사 시즌에서 의료기기 기업들이 연이어 상장 폐지 수준까지 몰리고 있는 것도 악재 중 하나다.
횡령에 더해 감사 의견 거절 등의 상폐 사유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는 것은 곧 회계 투명성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시경 전문 기업인 인트로메딕은 감사 범위 제한으로 인한 의견 거절로 24일 현재 주권 매매가 정지된 상태다.
감사 의견 거절은 곧바로 시장에서 퇴출 될 수 있는 중대한 상폐 사유. 만약 인트로메딕이 이의신청 기간까지 제대로된 해명을 내놓지 못하면 곧바로 상장 폐지 절차가 진행된다.
체외진단기기 기업인 피에이치씨도 외부 감사에서 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 폐지 위기에 처했다. 이로 인해 23일 역시 주권 매매가 정지된 상태로 역시 15일 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다음달 초 상장 폐지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피에이치씨는 이례적으로 이정회계법인의 감사 의견 거절 사유를 모두 공개하며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여전히 시장의 반응은 냉랭한 상태다.
그나마 2000억원에 달하는 횡령으로 위기에 몰렸던 오스템임플란트는 많은 우려에도 이번 감사 보고에서 '적정'의견을 받아 구사일생 가능성을 높였다.
횡령 금액을 제무제표에 반영해 잘 녹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 자금이 튼튼한 만큼 충분히 희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부 회계 관리 제도 항목에 대해서는 '비적정' 의견이 나왔다는 점은 또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한국거래서가 거래재개를 판단하는데 결격을 삼을 근거가 되는 이유다.
이렇듯 횡령과 배임, 나아가 감사 의견 거절로 인한 상폐 위기에 빠진 의료기기 기업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산업계에서는 의료산업 분야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모습이다.
특히 4차 산업 혁명과 맞물려 정부의 모태 펀드는 물론 각 금융권의 자금이 의료기기 분야로 쏠리고 있다는 점에서 혹여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C의료기기 기업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산업군에서 큰 사건이 터져나오면 회계법인은 물론 거래소 등도 평판 등에 더욱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며 "새롭게 자금을 수혈해야 하는 기업이나 당장 IPO(기업공개) 등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