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헬기 11년,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고 있을까

모채영 학생
발행날짜: 2022-04-04 09:10:00
  • 모채영 학생(가천의대 본과 4학년)

2011년 아덴만의 영웅이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이후 외상외과는 갑작스럽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응급의학과 신설과 때를 함께하여 설립된 외상외과는 커리큘럼의 부재와 예산 부족이라는 장애물 아래 파묻혀 있다가, 그야말로 극적으로 일반인에게 존재를 인식시키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를 얻은 것이다.

석해균 선장의 주치의였던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님의 몸을 불사르는 열정에 국민적인 공감대 또한 형성될 수 있었다. 아덴만 여명 작전으로부터 8개월 후, 가천대학교 길병원이 국내 최초로 닥터헬기를 도입했다. 이후 현재 목포한국병원, 안동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단국대병원, 원광대병원, 그리고 아주대병원의 순서로 7곳의 병원이 닥터헬기를 도입했다.

지역으로 보자면 인천광역시, 전라남도, 강원도, 경상북도, 충청남도, 전라북도, 그리고 경기도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로부터 11년 후, 우리나라의 외상외과와 닥터헬기 정책은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현재 닥터헬기는 육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주로 운용되며, 그 밖에도 교통체증으로 인해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높은 환자나 수직 이착륙이 필요한 곳, 혹은 자연재해에 대한 대처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에 따라 섬이 많은 전라남도 및 산간지역 거주 비율이 높은 강원도 등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중증외상, 심혈관계질환, 뇌혈관계질환의 3대 응급 질환 환자를 이송하는 데 주로 사용할 수 있다. 2020년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호흡곤란, 화상, 의식저하, 쇼크 등의 기타 응급질환 환자 이송 비율도 약 47.6%로 높게 나타나고 있었다. 그만큼 다양한 환자들을 빠르고 신속하게 이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닥터헬기는 외상외과의 운영에서 필수적인 장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 닥터헬기에 배정되어 있는 정부 예산은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일본식 닥터헬기 모델을 도입, 한국식으로 변형해 정착시켰다. 일본에서는 대지진 및 쓰나미와 같은 재해가 있는 경우를 대비해 닥터헬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해왔다. 그렇기에 전체적인 시스템은 대동소이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은 바로 닥터헬기 예산 배정에 있다.

일본은 닥터헬기에 배정되어 있는 예산의 약 10% 정도를 헬기를 운영하는 권역외상센터에 배정하지만, 우리나라는 예산의 전부를 헬기 운영 업체에 배정한다. 그렇기에 닥터헬기에 필요한 의약품, 근무 의료진의 당직비, 그리고 기타 발생될 수 있는 비용 전부는 권역외상센터가 속해있는 병원에서 부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수송 건수에 상관없이 같은 수입이 발생하기 때문에 헬기 운영 업체에서는 헬기의 이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최대한 닥터 헬기의 이용률을 높이고 싶은 정부와 이해관계가 상충하게 되는 것이다. 운영할수록 적자가 발생하는 권역외상센터의 입장에서도 반갑지만은 않다.

그렇다면 수송 건수에 따라 예산을 배정하는 것이 적절할까? 그렇지만도 않다. 권역외상센터의 담당 지역 경계는 명확하게 정해져있지 않다. 대표적으로 가천대 길병원의 닥터헬기는 충청남도의 환자를 이송해오기도 한다. 다른 권역외상센터들도 조금씩 영역이 겹치기 마련이다.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 특성상 겹치는 영역이 많이 발생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닥터헬기의 예산이 수송 건수에 비례하여 배정된다. 두 개 이상의 센터에서 담당 영역이 겹치는 장소에서 환자가 생기면, 적으면 두 대, 많으면 서너대의 닥터헬기가 경쟁적으로 환자를 수송하게 된다. 환자를 태운 한 대의 헬기는 예산을 가져가고 나머지 헬기는 그대로 허탕을 치는 셈이다. 너무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정책의 각 방향이 모두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닥터헬기 도입 기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절충안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대로 간다면 기관은 기관데로, 헬기 운영 업체는 업체데로, 정부는 정부데로 각자 원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의견의 골이 깊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예산의 일부를 닥터헬기 도입 기관에 배정해주는 방법이 있겠다. 또한 헬기 운영 업체 및 기관에 배정하는 예산을 기본금에 더해 수송 건수에 비례하게 하되, 한 환자에 몇 대의 헬기가 몰리는 현상이 없도록 중앙에서 해당 상황을 계속해서 모니터링하는 담당자의 존재가 필수적으로 존재해야 할 것이다. 해당 담당자는 외상외과 분야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 채용하고, 특정 병원에 쏠림이 없도록 잘 관리할 의무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닥터헬기는 외상외과의 발전에 필수적인 정책인 만큼 정부에서는 현장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주기를 바란다.

이 밖에도 외상외과 및 권역외상센터 관련 정책에는 수많은 허점이 존재하고 있다. 예산 운용의 방만함, 적자 누적으로 인한 병원의 피로감, 의료진들이 투입되는 시간 대비 적은 수당… 그럼에도 오늘도 전국 권역외상센터에서는 한 명의 환자를 더 살리기 위해 의료진은 열심히 뛰고 있다. 그들의 열정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한시빨리 정책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보다 나은 방향을 찾아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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