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치료와 연계된 확진자 관리…환자 증상 빠르게 호전
개원가 "정부, 위드코로나 속도 내려다 의료현장 잡음" 지적
정부가 전격 추진한 대면진료에 대한 환자 만족도는 긍정적이지만, 관련 정책을 일방적으로 수립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가산 수가를 대면진료로 옮기면서 검사 인원을 제한한 것이 부적절한 조치였다는 지적이 거세다.
6일 메디칼타임즈는 대면진료를 진행하고 있는 양천서울이비인후과를 방문했다. 이곳에선 점심시간 전 1시간과 진료마감 전 1시간, 하루에 총 2시간 동안 대면진료를 진행한다.
양천서울이비인후과를 운영하는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황찬호 회장은 지난 4일부터 대면진료를 시작했는데, 그동안 내원한 환자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 방문 당시, 대면진료 예약이 다 차있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한 외래진료 환자는 접수를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다만 진료 막바지였기 때문에 대기실에 환자는 없었다.
운영 방식은 기존에 진행하던 재택치료 상담·처방과 연계되는 식이다. 재택치료자에게서 전화가 오면 상담을 통해 처방을 해줄지, 아니면 내원해 치료를 받을지 선택지를 준다. 대면진료를 선택하는 경우 방문 일자와 시간을 안내한다. 기존에 진단했던 환자에게서 전화가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확진 여부 판단도 수월하다.
황 회장은 대면진료에 대한 환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전했다. 특히 코로나19 환자가 호소하는 주된 증상인 귀·목·코·입 통증을 빠르게 가라앉힐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이는 해당 부위에 궤양이 생겼기 때문인데 직접 소독하고 약품을 바를 수 있어 환자들의 경과가 좋다는 것.
그는 "청진을 해달라거나 목을 봐달라는 환자가 많고 귀 통증이나 먹먹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해당 부위를 진찰하면 입 안쪽이나 목에 궤양이 생긴 경우가 많다"며 "환자들이 기침을 많이 해 입을 벌리고 약을 발라주는 행위는 사실 많이 위험하다. 하지만 통증 해소에는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이 대면진료를 시작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았냐는 질문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양천서울이비인후과는 기존부터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를 진행하고 있었던 만큼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공포심이 덜한 덕분이다.
황 회장은 "직원들도 그렇고 일반 외래진료 환자들도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공포심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며 "RAT를 시작할 당시 직원들이 불안해 하는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다만 감염위험은 여전한 만큼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흉부 엑스레이의 부재는 아쉬움을 꼽았다. 기존에 일반 외래진료 환자의 흉부 엑스레이가 필요하면 인근 정형외과 병·의원에 협진을 요청했었는데, 코로나19 환자는 이 같은 조치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황 회장은 정형외과에서도 대면진료를 적극 참여해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RAT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수가가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든 만큼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대면진료를 시작하면서 감염예방관리료를 삭제해 기존 6만 원이던 수가를 3만 9000원으로 인하했다.
황 회장은 "RAT 수요는 여전한데 수가가 낮아지면서 검사를 포기하는 의료기관이 늘어나고 있다"며 "그동안 RAT로 의료기관 매출이 늘어났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개개인의 행위량을 계산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일방적으로 줄였기 때문에 아쉽다"고 말했다.
특히 검사 횟수에 제한을 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RAT와 대면진료 모두 의사 1인 당 1일 100인으로 제한을 걸었는데, 이 때문에 검사를 진행해도 청구를 하지 못하는 의원이 생기고 있다는 것.
더욱이 RAT 수요는 대면진료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데 제한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방 등 의료소외지역의 경우 RAT 참여기관이 적어 검사 희망자가 몰릴 수밖에 없고, 진료 시간이 길면 횟수 제한을 넘어가기 십상"이라며 "검사 횟수를 다 채웠다고 내원한 환자를 돌려보낼 수도 없어 검사 후 청구를 하지 못하는 곳이 더러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기준에 대한 근거도 명확하지 않고, 현장 의료진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통보만 이뤄져 안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정부가 위드코로나를 서두르면서 현장에 애로사항이 생기는 상황을 우려했다.
그는 "정부의 대면진료 방침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위드코로나로 체계를 전환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른 감이 있다"며 "일선 현장 의료진의 피로가 가중되고 있고 코로나19 감염병 등급도 여전한데 감염관리 비용에만 제한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