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 특별 좌담회] 윤석열 시대 개막! 새 정부에 바란다
대학병원·중소병원, 급여화 선택과 집중 필요 "수련병원 감축해야"
대학병원과 중소병원은 수가 정상화를 윤석열 정부 보건의료 정책의 최우선 개선과제로 들고 나왔다.
특히 합리적인 보장성 강화와 전공의 수련 국고 지원 그리고 대학병원 분원 억제 등이 전제되지 않은 한 의료생태계 상생과 공생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새정부에 바란다'를 주제로 개원가와 병원계, 젊은 의사 각각 특별 좌담회를 개최했다.
병원편에는 날개병원 이태연 병원장(서울시의사회 부회장)과 세브란스병원 외과 정은주 진료교수(외과계 입원전담의연구회장),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진료부원장) 등 3명이 참석했다.
우선, 병원 경영에 타격을 입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의 궤도 수정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태연 병원장은 "윤석열 정부도 문케어와 동일한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급여의 급여화를 의사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 "의료기관 재정 건전화가 담보돼야 한다. 문제는 낮은 의료수가로 수가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그는 "중소병원을 운영해보니 비급여가 50%를 넘지 않으면 병원 문을 닫아야 한다. 비급여 시술로 1000만원과 비교해 2시간 넘는 어깨수술 60만원으로 병원 경영이 되겠느냐"고 반문하고 "국민들에게 필요한 수술에 한정해 보장성을 강화하는 핀셋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보장성 강화 의료계 되레 악화 "핀셋 정책 필요"
정은주 외과 교수는 "병실 보장성 강화 이후 대학병원 2인실은 미어터지고 다인실은 비어있다. 환자들은 병실 급여화 이후 더 좋은 병실을 원한다. 과연 건강보험이 병실료를 충당하는 게 맞는지 생각해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환자들은 명절과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 퇴원서를 내도 집에 안가려고 한다. 의학적 치료가 끝났다고 판단해 퇴원을 요청하면 갑자기 아프다고 한다. 병실료가 너무 싸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엄중식 교수는 "보장성 강화라는 표현 자체가 한 쪽에만 적용한다. 가입자 뿐 아니라 의료 공급자도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 수가 보존이 안되는 보장성 강화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정 교수가 저적한대로 의사의 치료가 끝났다고 판단하면 보장성이 안 되는 방안을 제도화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대학병원은 입원 일주일이 넘으면 손해이다. 보장성 강황의 양적 확대를 한계에 다다랐다"고 단언했다.
참석자들은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한 목소리로 제언했다.
엄 교수는 "의료전달체계 재정립 논의를 빠르게 해야 한다. 논의 주도권은 일차의료기관에 있다. 일차의료기관에서 어느 까지 역할을 할 것인지 정해야 그 다음 논의가 가능하다"며 의원급 기능과 역할 중요성을 피력했다.
이 병원장은 "대학병원은 왜 분원을 늘리는지, 의료전달체계에서 합당한지 의문이 든다. 결국 모든 환자를 대학병원에서 다 보려는 것 아니냐"면서 "분원이 들어오면 중소병원과 의원급은 씨가 마른다"고 주장했다.
■대학병원 분원 설립 억제해야 "중소 의료기관 씨가 마른다"
엄 교수는 "신도시 주민들과 지자체장 그리고 대학병원 간 요구가 맞아 떨어져 나타나는 결과"라며 "주거와 공급은 되는데 입주민들은 대학병원이 들어오길 바란다, 그래서 분원이 계속 생기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중소병원과 대학병원 상생이 가능할까.
정 교수는 "현 의뢰 회송 수가를 최소한 10배 이상 강화해야 중소병원과 대학병원 상생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중소병원 입장에서 대학병원에서 수술과 치료를 다한 환자를 회송하는 것이 달갑지 않다. 병실료와 물리치료 밖에 할게 없는 게 현실"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전했다.
정 교수는 "대학병원에서 중소병원과 의원으로 내려보내기가 쉽지 않다. 환자 수술과 치료 등 급한 불은 다 껐는데 의뢰에 대한 환자들 동의가 안 되고, 힘들게 환자 동의를 받으면 보호자들이 안 된다고 한다"며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 독립 필요성에 공감했다. 하지만 심평원과 건보공단 통합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엄 교수는 "보건복지부에 보건 전문가는 소수히고 대부분 경제, 사회복지 전문가이다. 보건부를 독립하고 식약처와 질병청, 심평원, 건보공단을 함께 묶어야 한다"면서 "다만, 심평원과 건보공단 통합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는 것으로 심사평가와 건보재정은 분리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 병원장은 "복지와 보건의료는 분리해야 한다. 협업이 필요하면 하면 된다"고 말하고 "심평원과 건보공단 통합은 다른 얘기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이다. 의료 공급자에게 재정을 안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건보공단은 의사들을 보험 재정을 빼앗는 사람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부 독립부처 '찬성'…심평원-건보공단 통합 '반대'
정 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 문제로 복지부를 만나 설득해도 심평원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심평원과 건보공단 통합에 동의 여부를 떠나 여러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병원들의 또 다른 이슈는 전공의 수련 문제이다.
내과학회 수련이사는 역임한 엄중식 교수는 "20년, 30년 후 의사가 얼마나 필요한지 정확한 연구가 안 되어 있다. 진료과별 의사 수 예측이 안 되고 있기 때문에 전공의 수급 문제가 불투명하다"면서 "의료정책이 예측이 안되는데 무슨 전공의 정원을 관리할 수 있겠느냐. 무조건 의사 수만 늘린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태연 병원장은 "정부에서 의사 수가 적다고 하는데 연간 3천명이 배출된다. 의사인력 재배치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공공의대 신설을 통한 10년 의무 근무는 직업의 자유와 경제적 자유 등 헌법에 위배되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전공의법 시행 이후 부각되는 입원전담전문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엄 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2억 5천만원에서 3억원의 인건비를 줘야 하는데 현 수가는 절반에 그치고 있다"며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에 따른 의료공백을 위해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나왔다. 결국 수가와 급여의 싸움"이라고 전했다.
■입원전담의 필요성 공감 "의사 제역할 기본은 수가 정상화"
이 병원장은 "대학병원 보직교수를 만나보면 전공의가 없어 병원을 못 돌린다고 한다. 병상을 늘리고, 분원을 개원하는 양적 팽창에서 전공의 증원을 얘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했다.
정 교수는 "의사들이 자기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매력적인 선택지가 돼야 성공할 수 있다. 가장 기본은 결국 수가의 정상화"라고 강변했다.
양질의 수련병원 선별과 전공의 수련 국고 지원 필요성도 제기됐다.
엄 교수는 "과거 수련병원 실태조사를 가보면 병원별 수련과정에 너무 차이가 난다. 병원별 다른 수련을 하고 있는데 비용 보상을 똑같이 하기 힘들 수 있다. 빅5 병원이라고 전공의 수련이 좋은 병원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수련병원 간극을 좁히고 표준화된 수련병원만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전공의법 시행 이후 주 80시간 근무와 내과와 외과 3년제 전환 후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며 "교수들이 당직을 서고 있다. 피교육자인 전공의 인건비보다 교육비 보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국고 지원 정당성을 설명했다.
■의료계 적대시 한 정부 문제 발생 "현장 기반 보건정책 기대"
이들은 끝으로 의료계와 함께하는 보건 정책을 윤 정부에 촉구했다.
이 병원장은 "수술과 시술 등 의사 행위료 수가 정상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중소병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많은 환자를 봐야 하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의사 결정 과정이 정치적인 이유로 이뤄지지 않는 불통이 시정되길 기대한다. 의료진 입장을 반영해 제대로 된 의료정책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엄 교수는 "의사 직군을 적대시하거나 소원하게 해서 정부가 얻는 것은 없다. 코로나 사태 마지막 단계에서 결국 의료기관이 해결하고 있다. 의료 현안을 해결하지 않으면 집권세력에 문제가 발생하고 결국 의료계에 협조를 구하는 상황이 온다"며 현장을 반영한 의료정책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