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이혁희 교수 등 국내 연구진, 혈압-심혈관 사건 분석
수축기 120mmHg 미만 등 엄격한 목표 설정 및 관리 필요
"낮으면 낮을 수록 좋다." 이상지질혈증에서 통용되던 말이 신장병 환자의 목표 혈압 설정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국제신장병가이드라인기구 KDIGO(Kidney Disease: Improving Global Outcomes)가 내놓은 강화된 혈압(BP) 목표치 가이드라인 개정판이 심혈관 사건 예방에 보다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새 지침은 130/80mmHg 목표 혈압을 120mmHg로 상향, 적극적인 치료를 한 결과 만성신장질환(CKD) 환자에서 낮은 심혈관 사건 발생과 같은 효용이 관찰됐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과 이혁희 교수 등이 참여한 만성신장질환 성인을 위한 2021년 KDIGO 혈압 지침의 심혈관계 영향 연구 결과가 미국심장학회지에 5월 게재될 예정이다.
2012년 KDIGO 지침은 알부민증 환자의 경우 목표 BP를 130/80mmHg, 알부민증이 없는 환자의 경우 140/90mmHg로 설정한 바 있다.
이후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주도한 SPRINT 임상에서 수축기 혈압을 120mmHg 미만으로 조절한 경우 140mmHg 미만으로 조절한 환자군 보다 더 낮은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관찰되면서 2017년 미국심장학회(ACC/AHA)는 BP 목표치를 130/80mmHg으로 설정했다.
2021년 KDIGO도 이를 반영한 개정 지침을 내놓으면서 과연 신장질환자에서도 엄격한 혈압 강하 노력이 실제 임상적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내 연구진이 주도한 이번 연구는 국민건강영양조사(KNHANES) 데이터를 기반으로 KDIGO 2021년 지침을 KDIGO 2012년 및 미국심장학회 지침과 비교해 치료 가능군 및 심혈관 사건 발생 경향이 어떻게 바뀌는지 조사했다.
먼저 지침 변화에 따라 치료 가능 환자군이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2011~2014년 KNHANES에서 확인된 1939명의 CKD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에 들어갔다.
그 결과 약 50%의 환자가 KDIGO 2021년 지침과 2012년 지침에서 설정한 목표치 보다 BP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6%는 2021년 지침 목표치 보다 높았으며, 4%는 2012년 목표치 보다 높았으며, 30%는 두 목표치 내에서 BP를 통제했다.
이어 국민건강보험공단(NHIS)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의 심혈관계 결과와 각 지침간 연관성을 평가하기 위해 2009~2010년 정기 건강 검진을 받은 41만 2167명의 CKD 환자를 대상으로 심혈관계 사건을 조사했다.
10년의 중간 추적 기간 동안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CVD로 인한 사망이 총 3만 7912건 발생했다.
분석 결과 혈압이 조절된 환자 대비 120mmHg 목표치(KDIGO 2021년판)를 벗어난 환자들에서의 위험은 28% 높아진 반면 2012년, 2021년 지침 목표치를 모두 벗어난 환자군에서의 위험은 52%로 높아졌다.
이같은 경향은 130/80mmHg로 목표치를 설정한 미국심장학회 지침과의 비교에서도 비슷하게 재현됐다.
혈압이 조절된 환자 대비 120mmHg 목표치를 벗어난 환자들의 CVD 사건 발생 위험은 18% 증가한 반면, KDIGO 2021년 지침 및 미국심장학회 지침 기준을 모두 벗어난 환자들의 위험은 41% 증가했다.
수축기 혈압 120mmHg을 목표치로 설정하면 약제 투여 가능 환자군이 늘어나지만 심혈관 사건 감소 효과가 확인된 만큼 만성신장질환자들에서 엄격한 혈압 목표치 설정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KDIGO 새 지침은 CKD 환자들의 잠재적인 혈압 치료 가능군의 비율을 보여준다"며 "또 이들이 (치료받지 않았을 때) 상당히 높은 CVD 위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