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별·진료과별 증가율 격차 심화…요양병원 마이너스
4일 기관장 상견례 예정…건보공단, 수가협상단 통보
전국 의료기관의 한해 살림살이를 책임질 내년도 수가협상을 앞두고 건강보험공단을 비롯해 각 의약단체가 협상단 구성을 마무리 짓는 모습이다.
더불어 오는 4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수가협상 막이 오르면서 의료기관의 살림살이를 따져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인 진료비 증가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진료비 증가율 회복세? 의료계 "허수 있다"
수가 인상률은 보통 지난해 각종 통계지표를 주로 반영하는데 지난해는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이 이어졌음에도 마이너스 성장세였던 진료비가 반짝 상승했다.
의료계는 단순히 통계로 드러난 진료비 증가율에는 허수가 존재한다며 협상 상대인 건보공단과 투입 재정을 결정짓는 재정운영위원회 설득 논리를 개발하는 모습이다.
최근 5년치 진료비 증가율을 봤더니 2017년부터 2019년까지는 진료비가 11~12%씩 상승하다가 코로나 대유행을 기점으로 증가율이 급감했다. 2020년 진료비는 86조9545억원으로 전년도보다 0.5% 늘어나는데 그쳤다. 모든 의료기관은 0%대 성장률을 보였으며 개원가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였다.
암울했던 분위기는 지난해 반전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진료비는 9조3501억원으로 7.5% 증가했다. 상급종합병원 진료비는 17조원으로 전년도 보다 11% 증가했다. 의원급 진료비 역시 18조7569억원을 10% 늘었다.
다만, 이들 증가율은 2020년 저성장을 기록했다는 것을 반영했을 때 의료기관 살림살이가 더 나아졌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병원급에서는 종별 격차가 눈에 띄게 컸다.
상급종병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나머지 병원급의 증가율은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가 하면 회복세로 보기에는 예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요양병원 진료비는 5조7384억원으로 전년도 6조1714억원 보다 7%나 감소했다. 종합병원 진료비는 16조원으로 전년보다 7% 늘었고, 병원 진료비는 8조2313억원으로 6% 증가했다. 종합병원과 병원 진료비 증가율은 각각 2018년 14%, 9%, 2019년 18%, 11%를 기록했다.
의료계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수치로만 의료기관의 현재를 파악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3년째 이어지면서 병원들 사이에서도 종별 격차, 의원급 사이에서도 진료과 격차가 심해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병원협회 임원은 "사실 수가 인상에 투입할 재정, 일명 밴드를 결정할 때 진료비 증가율 데이터를 직결하지는 않는다"라고 선을 긋고 "흐름이나 상황을 볼 수는 있는데 코로나 상황에서 나온 데이터를 일상 데이터라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별로 보면 어느 때보다도 세분화됐다"라며 "회복기에 있는 의료기관과 그렇지 않은 기관차가 특히 크다. 특수한 상황인 만큼 데이터를 전체적으로 보기보다는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원가 역시 코로나 특수 상황에서 격차가 크다는데 동의했다.
의원급 수가협상단 대표인 김동석 단장(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코로나 첫해는 환자가 의료기관을 찾지 않으면서 전반적으로 개원가 상황이 좋지 않았고, 특정 진료과는 특히나 더 좋지 않았다"라며 "지난해는 정부가 코로나 예방접종, 검사, 재택치료 등에 수가를 신설하면서 개원가에는 또 다른 격차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급여의 급여화가 계속 이뤄지고 있는 만큼 진료비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고, 의료기관은 그만큼 비급여가 줄어든 것"이라며 "법과 제도를 반영한 진료비를 비롯해 개원가 진료과별 진료비 변화 등 다양한 형태의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가협상단 구성 완료…수장 바뀐 병협은 아직
건보공단을 비롯해 각 공급자 단체는 오는 4일 단체장 상견례를 앞두고 협상단을 속속 구성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이상일 급여상임이사가 지난해에 이어 수가협상을 주도한다. 김남훈 급여보장실장, 박종헌 빅데이터운영실장, 김은영 수가계약부장이 함께한다. 건보공단은 수가협상단을 각 공급자 단체에 통보한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모처럼 3% 인상률을 받아든 협상단 멤버 그대로 꾸렸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이 단장을 맡고 좌훈정 대한일반과의사회장, 강창원 대한내과의사회 보험부회장, 조정호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가 참여한다.
대한병원협회는 이달부터 신임 회장이 본격 회무를 시작한다. 회장의 의중을 반영해야 하는 만큼 아직 수가협상단 자체가 베일에 싸인 상황. 다만 내부 실무진 차원에서 관련 자료 제작 등 협상 준비는 별개로 하고있다. 통상 병협 수가협상단은 상근부회장을 단장으로 하고 보험위원장, 중소병원과 대학병원 대표 등 총 4인으로 구성한다.
대한약사회도 올해 수장 교체를 맞고 즉각 수가협상단부터 꾸렸다. 지난 3월 마지막 주 열린 첫 번째 상임이사회에서 내년도 수가협상을 위한 약국 환산지수 연구(오동일 교수, 상명대 금융경영학과)를 발주하고 수가협상단을 구성했다. 박영달 부회장을 단장으로 하고 이영민 대외협력 본부장, 이광희 보험이사, 이용화 보험이사를 선임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이진호 부회장은 3년 연속 한의협 수가협상단을 이끈다. 이승언 보험국제이사, 김민규 보험의무이사, 한창연 보험이사가 참여한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수가협상에 정통한 마경화 보험담당 부회장이 역시 단장으로 나선다. 마 부회장은 수가협상이 유형별 협상으로 전환된 이래 계속해서 협상에 참여한 산증인이다. 마 부회장을 중심으로 협상 경험이 있는 김수진·김성훈 보험이사가 합을 맞출 예정이고 서울시치과의사회 노형길 총무이사가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