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제도 4년간 제자리 '인턴도 전공의다'

이지후 전공의
발행날짜: 2022-06-27 05:30:00 수정: 2022-07-01 12:11:07
  • 이지후 전공의(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2017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실태조사와 2018년 전공의 수련병원 평가(이하 병원평가)의 결과를 종합해 2019년 의학교육학술대회에서 인턴 수련에 대한 문제점을 조명한 바 있다. 약 4년 만인 2022년 5월 23일부터 6월 3일까지 대전협은 인턴에 대한 설문 조사(인턴 설문)를 통해 인턴 수련의 현황 변화를 확인했다. 약 4년, 인턴이 레지던트 상급연차가 되었거나 또는 전공의 과정을 마칠 기간 동안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까.

먼저 2018년 병원평가의 주요 응답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았다. 각 연차의 학습 과정이 적절하게 구성되어있는지에 대한 항목에 대해 '그렇다', '매우 그렇다'의 응답 비율은 각각 3%, 26% 이었다. 또한 각 연차의 학습 과정에서 적절한 지도 및 교육이 있었는지에 대한 항목에 대해서는 39% 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 외 주된 역량 수련 경로는 동료 전공의 또는 독학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0% 이상이었고 과반수가 지도전문의 제도 자체를 처음 듣는다고 답했다.

2022년 인턴 설문의 주요 응답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았다. 먼저, 인턴의 교과과정 및 핵심 획득 역량에 대해 안내받은 비율은 각각 77.3%, 50.4% 에 달했다. 수련 과정이 핵심 획득 역량을 다루고 있는지에 대한 항목에서 '그렇다', '매우 그렇다'의 응답 비율은 각각 20.2%, 29.8% 이었다. 지도전문의 또는 상급 전공의로부터 지도받은 경험에 대한 항목에서 '예'의 응답 비율은 57.6% 였으며 상급자로부터 교과과정과 관련 없는 업무를 지시받은 경험에 대한 항목에서 '예' 응답 비율은 50.8%였다.

2019년 대전협의 발표 내용과 2022년 인턴 설문 결과를 비교하면, 안타깝게도, 4년이라는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인턴의 수련 및 근로 환경이 큰 개선을 이루었는지 의문이다. 더욱 문제인 점은 이 결과가 결코 예상치 못했던 일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현행 인턴 수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를 담당하는 주체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먼저 인턴이 어느 전문 학회에도 속하지 않아 그 핵심역량과 교과과정을 개편하고자 하는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역시 의료계의 요구가 없는 한 수면 아래에 있는 인턴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일 이유가 없다. 개별 수련 병원 수준에서도 인턴 관리의 주체가 매우 다양하여 표준화된 수련을 위한 관리 감독이 쉽지 않다. 또한 인턴이 행정을 담당하는 교육수련부 소속인 경우가 많아 교육, 수련을 위한 학술적인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도 어렵다.
마지막으로 개별 교수 및 레지던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과도한 업무량과 인턴에 대한 바르지 못한 인식의 폐해로 지도자로서 역할을 다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오히려 교수 및 레지던트로부터 부당한 업무를 지시받는 일도 부지기수이다. 결국 인턴에 대한 학회, 정부, 현장 모두의 무관심이 수년째 이어지며 모든 전공의가 거치는 인턴 1년의 소중한 시간이 허비되고 있다.

2019년 대전협이 제안한 인턴 수련 개선의 핵심 내용은 수련교과과정개발, 수련환경의 변화, 그리고 인식개선 3가지였다. 문제가 같으니 제안도 같다. 인턴을 위한 수련교과과정을 개발하고, 수련환경에서 이를 관리, 감독하는 주체를 명확히 하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련의 주체인 인턴 및 레지던트를 비롯하여 교육자인 교수들이 인턴도 수련의 대상인 전공의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앞서 살펴본 학회, 정부, 현장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인턴도 전공의다. 의학이 나날이 발전함에 따라 의사의 역량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전공의 수련 기간 중 20~25%를 차지하는 인턴 수련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의료계 전체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전공의의 소중한 1년과 관계된 모두에게, 부디 합리적인 근거와 의사결정과정을 바탕으로 그 시간을 보다 빛나게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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