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단체, 복지부 자문단 회의에서 중증수술 포함 포괄적 범위 주장
설치비용 전액 지원 한 목소리…의협 "대학병원부터 단계적 시행해야"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에서 예외 대상인 중증수술과 응급수술, 전공의 수술 참여 등 세부방안 합의 도출을 놓고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의료단체는 CCTV 설치 전액 지원을 강하게 주장하는 가운데 정부의 예산 반영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관련 전문학회 등과 '수술실 CCTV 설치방안 및 의료법 시행규칙안 연구 자문단' 2차 회의를 개최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담은 의료법은 지난해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년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9월 전면 시행된다.
자문단은 비공개 회의에서 CCTV 촬영 거부 정당한 사유 등의 시행규칙 내용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수술과 위험도가 높은 수술, 수련병원 목적 달성에 저해하는 경우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는 모법 조항의 후속조치이다.
의료계는 응급수술과 중증수술 그리고 전공의가 참여하는 수술 등 포괄적 범위의 방안을 제시했다. CCTV 촬영에 따른 의료진과 전공의들의 심리적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합병원 병원장은 "위험도가 높은 중증수술은 언제든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응급수술도 마찬가지다. 수술 과정이 녹화되는 상황에서 집도의와 참여한 의료진 모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수련병원 경영진은 "집도의가 옆에 있다 해도 수술에 처음 참여하는 전공의들이 CCTV를 의식해 제대로 칼을 잡을 수 있겠느냐"면서 "외과계 전문의 양성을 위해 전공의들의 수술 참여 시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추가 회의를 통해 촬영 거부 정당한 사유에 대한 시행규칙 조항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수술실 CCTV 설치에 필요한 비용 문제도 자문단 회의에서 중요하게 다뤄졌다. 의료단체는 전액 정부 지원을 주장했으나 복지부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복지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이미 기재부로 넘겨져 심의 중인 상태이다. 수술실 CCTV 설치 비용 항목은 내년 하반기 시행을 의식해 복지부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협회 임원은 "복지부가 CCTV 설치 비용에 대해 명확하게 말을 하지 않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더라도 의지만 있다면 예비비와 건강보험 재정 등 다양한 활용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의사협회는 대학병원 우선 시행 이후 중소 의료기관으로 단계적 적용을 건의했다.
수술실 CCTV 히위법령 대응 TFT 박진규 위원장은 "국립대병원과 대학병원부터 시행한 후 중소 의료기관으로 단계적 시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정부의 설치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시행 중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내 하위법령 개정을 위한 입법 절차를 감안하면 오는 9~10월 중 CCTV 시행규칙안을 완료해야 한다.
박진규 위원장은 "CCTV 설치 하위법령 관련 남아 있는 논의 기간이 길지 않다. 환자와 의료인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고 의료기관 행정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