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대상 확대 기조에 개원가 반발…"정부 주도로 의료기관 서열화"
의사 전문직업성 평가절하 우려…"의사·환자 모두 이해할 용어 써야"
환자경험평가에 대한 의료계 규탄이 계속되고 있다. 의사와 환자의 신뢰를 깨트리고 전문직업성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환자경험평가 대상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개원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8일 발표된 '2021년(3차) 환자경험평가'에 추가된 문항도 불만을 키우고 있다.
심평원은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목적으로 지난 2017년부터 환자경험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문항이 주관적이고 의료기관 간의 경쟁을 부추긴다는 의료계 지적을 받아왔다.
더욱이 지난해 조사에서 "입원기간 동안 다른 환자와 비교했을 때, 공평한 대우를 받았습니까?"라거나 "담당 의사는 귀하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춰 대했습니까?" 등 '의사예의평가' 항목이 추가되면서 의료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심평원은 지난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환자경험평가대상을 기존 종합병원 입원경험에서 병·의원 및 외래경험평가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환자경험평가가 환자의 선호·필요·가치에 상응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았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라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환자경험평가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동안의 환자경험평가 문항은 객관성·신뢰도가 떨어졌으며, 지난해 근거를 제시할 수 없는 '존중과 예의' 등의 항목을 추가해 평가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심평원 입장과 관련해 관련 항목은 개인의 성향·판단기준에 달라질 수 있어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해도 결과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의협은 "본회는 환자경험평가가 의료기관들로 하여금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대신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만 신경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지적해 왔다"며 "질문이 지극히 주관적이고 환자가 치료과정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경우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환자경험평가로 환자권리보장 점수가 낮다고 설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의협은 환자경험평가 응답률이 14.6%에 그치는 등 특정 환자만 참여하고 있으며, 의료기관 내 평가결과 관리조직을 둘 여력이 있는 대형병원의 점수가 높을 수밖에 없어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이 우려스럽다고 짚었다.
의협은 "정부가 의료기관 서열화를 주도해 의료환경을 왜곡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환자경험평가를 전면 재검토해야한다"며 "개선방안 마련 없이 환자경험평가를 병‧의원급 외래진료로 확대하는 것은 오히려 진료행태의 변형으로 질 낮은 의료제공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윤리연구회 문지호 회장 역시 환자경험평가 문항이 의사의 전문직업성을 평가절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사가 환자를 존중하는 것은 신뢰를 주는 행위로 취약한 상황인 환자의 존엄성을 지키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자율성을 높여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사예의평가는 의사를 예의 바르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으로 오인하게 해, 환자 존중 및 의사·환자 간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다.
문 회장은 "환자 중심 의료문화를 만들기 위한 환자경험평가는 중요하다. 하지만 의사의 전문직업성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는 문항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심평원이 평가를 의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면 국민 뿐만 아니라 의사들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해야 좋은 의료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