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제도운영위 운영규정 개정 예고…위원 범위 확대 논란
의료계 "심사는 전문적 영역...해당 문구 삽입 취지 떠올려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심사' 체계 전반을 논의하는 조직에 '비전문가'도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손질에 나섰다. 의료계는 심사 영역 자체가 전문적인 영역인 만큼 심평원의 움직임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심평원은 최근 심사제도운영위원회 구성 중 시민사회단체 위원 범위를 확대한다는 내용의 심사제도운영위 운영규정 개정을 예고했다.
심사제도운영위원회는 심평원의 고유 기능 중 하나인 심사업무 운영 및 발전 계획에 대해 심의하는 거버넌스다. 분석심사 도입 등으로 심사평가체계를 개편하는 작업을 하면서 보다 세밀한 제도 설계를 위해 심평원 차원에서 구성한 협의체인 셈이다.
실제 심사제도운영위는 분기마다 회의를 진행하며 분석심사 도입과 관련한 심사체계 개편, 심사 조직체계 재편 등 심평원 심사 기능의 굵직한 현안의 방향성을 집중 논의해왔다.
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의약업계를 대표하는 단체가 추천하는 사람 7명 ▲의료전문가로서 시민사회 단체장이 추천하는 사람 3명 ▲보건의료전문가로서 진료비 심사, 보건의료분야 등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원장이 지명하는 사람 3명 ▲보건복지부 담당 공무원 1명과 심평원 직원 4명 등 총 18명으로 구성된다.
심평원은 이 중 '의료전문가'로 제한했던 시민사회단체 위원의 범위를 확대하기로 한 것.
심평원은 시민사회단체 추천 범위를 확대해 일반 국민의 적극 참여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 위함을 개정 사유로 제시했다.
현재 심사제도운영위에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건강세상네트워크,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추천한 의료인이 참여하고 있다.
의료계는 '심사' 영역 자체가 일반 국민의 다양성까지 수렴해야 할 부분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전 임원은 "시민사회단체에서 참여를 하더라도 보건의료체계, 더 들어가서 심사 프로세스 정도는 아는 사람이 회의에 참여해야 한다"라며 "그래서 의료전문가라는 말을 더한 것으로 기억한다.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회의 진행 자체가 어렵고 논의도 산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사실 심사제도라는 게 전문적인 영역이다. 발전적인 논의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논의가 가능해야 한다"라며 "의료전문가라는 게 현 프로세스를 그나마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조건 의사가 참여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보건학자, 간호사라도 의료전문가"라고 설명했다.
의료 전문가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에서 범위를 확대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현재 심사제도운영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참석자는 "심사제도는 같은 의사라도 이해도가 필요할 정도로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어야 한다"라며 "시민사회단체 소속 의사가 없다고 의료전문가라는 말을 빼면 그냥 구색 맞추기로 시민사회단체가 들어간다는 말 밖에 더 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일반인으로까지 확대하기 보다는 전문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의 논의가 가능한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며 "시민사회 단체도 해당 위원회에서 역할을 하려고 한다면 자체적으로도 인력풀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