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의료연구소 김성원 고문, 한특위 워크숍서 문제점 지적
주기 아닌 누적으로 비교 주장…"잘못된 대조군으로 결과 왜곡"
한방난임사업의 임신성공률은 부풀려진 결과이며, 오히려 유산을 유발하는 한약재 처방이 이뤄지고 있어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개최된 대한의사협회·시도의사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워크숍에서 바른의료연구소 김성원 고문은 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 현황 및 문제점을 설명했다.
김 고문은 한의계가 지자체 한방난임사업 결과, 임신성공률이 25~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그 유효성·안전성을 입증됐다고 주장하는 상황을 조명했다. 실제 관련 보도자료는 "한방난임치료는 이 같은 성공률에도 양방난임치료 대비 절반 수준의 치료비만 들어간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실제 사업에서의 임신성공률은 12.5%로 이 같은 주장은 부풀려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의미한 성공률은 시술주기를 기준으로 산출해야 하는데 한의계는 이를 누적임신성공률로 계산해 오류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생식의학에서의 난임치료법 효과 평가는 주로 시술주기당 임신성공률을 사용한다. 또 누적임신성공률을 사용해 난임 환자가 보조생식술을 몇 회 시술해야 임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한의계는 누적임신율로 보조생식술의 시술주기당 임신율을 직접 비교하고 있는데, 이는 연필 다스의 수와 연필 자루의 수를 직접 비교하는 것처럼 대조군이 잘못됐다는 설명이다.
임신율이 매달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7.7개월 동안의 한방난임사업 누적임신율 12.5%를 1시술주기당 임신율로 환산하면 1.6%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2016년 난임부부 지원사업에서 인공수정과 체외수정의 1시술주기당 임신율은 각각 13.9%, 29.6%였다. 한방난임사업 임신율에 해당 기준에 대입하면 성공률은 인공수정의 9분의 1, 체외수정의 18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는 것.
김 고문은 "한의계는 한방난임사업의 7.7개월 간의 누적임신율을 난임시술의 1시술주기당 임신율과 직접 비교해 인공수정보다 효과적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며 "임신성공률 기준을 일치시켜 비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인불명 난임여성의 자연임신율은 24.6~28.7%로 한방난임사업 임신율은 난임여성의 자연임신율에도 못 미치거나 단순히 난임여성의 자연임신율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한의계는 그간 사실과 다른 내용에 근거해 한방난임사업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책 마련과 건강보험 급여화를 주장해왔다"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의 한방난임 임상연구도 문제로 지적했다. 해당 연구는 해외 저명 학자에게 논문 심사를 거부당했을 정도로 터무니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복지부는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생물통계센터 소속 생물통계학자인 잭 윌킨슨 박사에게 해당 연구에 대한 심사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후 잭 윌킨슨 박사는 본인의 트위터 및 국내 의료전문지와의 서면질의 등을 통해 해당 연구의 디자인은 비합리적이며 임상연구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고문은 "한방난임 임상연구에서 관련 치료의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복지부는 여전히 지자체의 한방난임사업 시행에 동의해주고 있다"며 "임상적 근거 확보를 위해선 의과·한의과 공동연구가 아닌, RCT를 통한 한방난임치료 자체의 유효성 입증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방난임치료의 위험성도 지적했다. 관련 사업에서 자연유산율이 30%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관련 처방에 사용하는 한약재 섭취량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방난임치료의 대표격 한약인 조경종옥탕 및 온경탕엔 한 첩당 3~4g의 목단피가 함유되는데 이 한약재는 유산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다. 이 때문에 식약처·세계보건기구 등도 임신 중 목단피 복용을 금기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복지부가 진행한 한방치료기술연구개발사업 '한약이 임신 중 태아에 미치는 영향' 최종보고서를 보면 상당수의 한약이 유전자 돌연변이, 세포독성, 염색체 이상 등의 문제를 유발했다.
또 임신한 생쥐에게 백출을 투여한 결과 태아의 유전적 이상이 발생했으며, 임신 초기 생쥐에게 한약을 투약하니 생식능력에 영향을 미쳐 분만 태아 수가 감소했다.
김 고문은 "이 보고서의 연구결과는 임신 중에 많이 처방하는 한약이 태아에 선천성 기형을 유발하고 초기 임신을 저해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난임한약 안정성을 책임지는 정부 부처가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실제 관련 민원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한약의 임산부·태아에 대한 안정성 관련 내용은 타부처 소관"이라고 답했다.식품의약안전처 역시 "한방의료기관의 난임 및 임신유지 치료의 안정성·유효성을 검토하거나 인정한 바 없으며, 지원을 위한 연구사업 등을 발주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침구치료·약침술도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지자체들이 한방난임 치료법의 효과 및 임신 성공요인에 대한 자체 분석을 진행한 결과, 해당 시술과 임신성공률 간의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산광역시의 경우 2015~2019년 고정처방군과 비고정처방군의 임신성공률을 비교하는 무작위 대조 비맹검 임상시험을 시행했는데 양군 간의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경기도는 주기별 처방과 비주기별 처방을 기준으로 조사했지만, 양군 간 차이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김 고문은 "이 결과는 침구 및 약침 시술이 난임치료에 유효성이 없음을 강하게 시사한다"며 "한약의 처방방식에 따른 임신성공률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은 한약 역시 난임치료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한방난임사업에서 지출된 비용은 총 88억8917만 원으로 추정돼 무의미한 치료에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이 입증됐다고 볼 객관적인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며 "유효성과 안정성이 미입증된 치료를 지자체 사업으로 시행하는 것은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 따라서 지자체들은 한방난임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