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 무용론 등장에 화들짝...전문가 의견은?

발행날짜: 2022-11-22 05:30:00
  • [학회초대석]변정식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총무기획이사
    "장기 추적·실제 검진 여부 따라 결과 달라져"

최근 대장내시경이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는지 확인한 대규모 연구 결과가 학술적 논쟁에 불을 지폈다.

연구 결과 내시경 그룹에서 10년 후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0.28%, 통상 진료 그룹에서 0.31%로 유사한 결과값을 나타낸 것.

해당 연구팀은 대장암 발병 위험이 내시경 그룹에서 더 낮았다고 평가했지만 미국소화기학회(AGA)가 결론에 대한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 해석의 적정성을 두고 의견차를 보였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변정식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총무기획이사(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대장암센터)에게 연구 해석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대장내시경검사가 대장암 및 관련 사망위험에 미치는 영향 연구 결과는 지난달 27일 국제학술지 NEJM에 게재됐다(DOI: 10.1056/NEJMoa2208375).

노르웨이 연구위원회 소속 마이클 브레타우어 등 연구진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폴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및 네덜란드의 인구 데이터에 등록된 55세~64세 남녀를 내시경 그룹 2만 8220명(실제 검사 완료 1만 1843명), 5만 6365명이 통상 진료 그룹으로 나눠 10년간 대장암 사망률을 추적관찰했다.

10년 후 대장암 발현 위험은 내시경 그룹이 0.98%, 통상 진료 그룹이 1.20%였고, 실제 사망은 내시경 그룹에서 0.28%, 통상 진료 그룹에서 0.31%였다.

변정식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AGA는 "노르웨이 연구에서 상대적인 위험의 현저한 감소를 관찰했지만 대장암의 위험과 대장암과 관련된 사망의 절대적인 위험은 이전의 임상보다 낮았고 임상 계획시 예상했던 것보다도 낮았다"며 "위험의 감소는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나라에서 관찰된 대장암의 위험 감소와 더 나은 치료 방법 덕분에 대장암의 예후가 현저하게 개선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변정식 총무기획이사는 "해당 연구는 환자를 배정한대로 분석하는 ITT(intention to treat) 방법을 사용했다"며 "임상 프로토콜을 적절히 수행한 대상자만 추려서 분석하는 PP(per protocol)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해석에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ITT 분석은 임상 참여군에서 중도 탈락이 발생해도 이를 분석에 포함해서 통계를 낸다"며 "쉽게 말해 내시경 군으로 분류한 곳에서 내시경을 받지 않은 사람이 있어도 이를 모두 내시경 군으로 포함해 분석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ITT 분석은 내시경 대상자라고 해도 실제 모두가 내시경을 받지 않는 임상 환경을 잘 반영할 수 있다"며 "해당 연구에서 내시경 그룹에 2만 8220명이 배정됐지만 정작 내시경을 받은 사람은 42%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내시경 그룹과 통상 진료 그룹에서 유사한 사망률이 나타났지만 내시경 그룹에서 내시경을 받은 사람은 42%에 그치기 때문에 이를 모두 내시경 그룹 효과로 해석하기엔 무리라는 것.

변 이사는 "해당 연구에서도 프로토콜을 제대로 수행한 사람들만으로 비교했을 때 사망률에서 보다 유의미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오히려 내시경 대상자가 내시경을 적절히 완료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AGA 대장암 태스크포스(AGAF) 의장인 데이비드 라이버먼(Leiberman) 역시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성명을 통해 "이 연구는 대장내시경 검사가 제대로 완료된다면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연구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환자의 42%만이 검사를 완료했고 전암성 용종이 암으로 발현되기 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어 후속 조치가 길어질수록 두 그룹 간의 차이는 커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변 이사는 "대장내시경의 실제 효과를 살핀 대규모 임상은 사실상 이번 연구가 처음"이라며 "따라서 10년간 추적관찰을 한 부분도 내시경 유무에 따른 효과를 살피기엔 짧은 감이 없잖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장에서 용종이 생기고 그 용종이 조기 대장암, 심한 대장암으로 발전해 최종 사망에 이르기 과정은 15년에서 20년이 걸린다"며 "10년 결과로만 평가했기 때문에 추적관찰 기간을 더 늘리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내시경 시행 의료진의 숙련도가 용종을 찾아내는 확률과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며 "용종을 놓치거나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면 이런 부분이 추후 암으로 발전할 확률도 없지 않기 때문에 숙련도 역시 사망률에 미치는 요인으로 평가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론적으로 용종을 제거하면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대장내시경의 무용성을 입증하는 것이 아닌, 국가검진 예산을 쓰는 사업에서 효과를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 검진 대상자들이 검사를 최대한 받아야 함을 간접적으로 말하는 것"이라며 "최적 효과를 위해선 당연히 양질의 숙련된 의료진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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