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중재원 "상맥락막출혈은 수술 중 발생 가능한 합병증"
수술동의서에 환자 본인 아닌 보호자 서명은 설명의무 위반
의료분쟁은 처음이지? -의료분쟁 조정중재 이야기- 의료현장에서 벌어지는 예기치 못하는 의료사고. 이에 따른 분쟁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도 모를 의료사고, 그리고 분쟁에 현명한 대응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도움을 받아 '의료분쟁 조정중재' 사례를 소개하는 창을 마련했다. |
30대에 백내장 수술 및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받은 남성 환자가 있다. 이 환자는 지금 50대다. 눈이 충혈되고 불편감이 있어 안과를 찾았고, 의료진은 '왼쪽 눈 인공수정체 탈구' 진단을 내렸다.
의료진은 왼쪽 눈 인공수정체 제거 및 인공수정체 공막고랑 삽입술을 했는데, 수술 바로 다음날 인공수정체가 탈구됐다. 결국 환자는 입원 후 재수술을 받아야 했다.
문제는 수술 과정에서 상맥락막 출혈이 발생한 것. 환자는 유리체절제술 및 유리체강내 실리콘삽입술을 받고 안과적 약물을 투약하며 적극적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1년 4개월 후 왼쪽 눈 각막내피층판이식술 및 인공수정체 공막고정술을 추가적으로 받았다. 현재까지도 약물 투약 등 치료를 계속 받고 있지만 환자의 왼쪽 시력은 '안전수동' 상태다. 안전수동은 물체를 감별할 정도의 시력은 아니지만 눈앞에서 손의 움직임은 식별할 수 있을 정도를 말한다.
환자는 의료사고를 주장하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문을 두드렸다. 인공수정체 교체 수술 중 인공수정체를 고정하지 않아서 출혈, 각막 및 망막 손상 등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환자는 손해배상금으로 2억원을 주장했다.
의료중재원은 수술 과정에서 부적절한 점은 찾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는 상맥락막출혈은 인공수정체 공막고정술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합병증이라는 것이다.
의료중재원은 "인공수정체 교환술 방법이 다양할 수 있지만 의료진 재량 범위에서 이뤄진 행위"라며 "교환술 진행 후 탈구로 재교정 했지만 불가항력적인 출혈로 환자가 실명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의료중재원은 두 가지 이유를 들어 합의금을 지급할 이유가 있다고 했다.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환자의 충격이 크다는 것이다.
의료중재원은 "왼쪽 눈 인공수정체 재탈구로 공막고정술 도중 심각한 상맥락막 출혈이 발생했다"라며 "이후 여러 차례 수술에도 환자는 왼쪽 눈 시력을 거의 상실해 큰 충격과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수술 동의서에 환자 본인이 아닌 보호자가 서명한 것도 의료진의 발목을 잡았다.
의료중재원은 "왼쪽 눈 실명은 진료행위와 관련 있기 때문에 설명의무의 대상"이라며 "인공수정체가 다시 탈구돼 재수술을 받을 때부터는 수술동의서 서명란에 보호자가 대리서명했다. 즉,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정보가 제공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