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이식 활성화 제도는 준비되어 있나

발행날짜: 2022-12-02 05:30:00
  • 의약학술팀 이인복 기자

4만 1334명vs442명. 국내 장기 이식의 현 주소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장기 이식 대기자는 4만명이 넘는 반면 장기 기증자는 442명에 불과하다. 무려 100배 차이다.

문제는 장기 이식 대기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반면 기증자는 매년 줄고 있다는 점이다. 시각이 갈수록 그 괴리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고 이제는 손을 쑬 수 없을 만큼 벌어졌다.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나라의 이식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다. 기증자만 있으면 얼마든지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세계 의학계에서 국내 이식학자들은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고 아시아·태평양 국가들 중에서는 사실상 적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우수한 의료진과 시스템을 보유하고도 왜 날이 갈수록 문제는 악화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한다. 뿌리깊은 유교 사상에 의한 장기 기증에 대한 부정적 인식부터 까다로운 절차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모두가 한 목소리로 지적하는 것은 바로 제도다. 앞서 설명한 까다로운 절차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1999년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뒤 아직까지 제대로된 개정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20년이 넘는 동안 술기는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이에 대한 인식도 많이 개선됐지만 법과 제도가 따라오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법령에도 뇌사와 이를 넘어서는 사망 자체에 대한 법률적 정의가 없다. 미국과 유럽 모두 뇌사를 사망으로 명시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일이다.

쉽게 말해 뇌사자 판정이 난 뒤 장기 기증에 유족이 동의하면 사망자가 되지만 몇 시간만에 유족이 마음을 바꿔 기증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다시 사망자 판정이 뒤짚힌다. 역설적 상황이다.

순환정지, 즉 심장 등이 멈췄을때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심장이 멎으면 장기 기증을 시행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법률적 기반이 없다. 미국과 유럽에 비해 기증자 수가 턱없이 부족한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물론 이에 대한 몇 차례의 개정 노력이 없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들은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채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른바 국민정서법이라는 미묘한 기류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뿌리깊은 유교 사상으로 인한 부정적 인식의 대표적인 경우다. 감히 부모님의 몸에 손을 댈 수 없다는 인식이 아직까지 존재한다.

그렇기에 장기이식 활성화는 단순한 구호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법적, 제도적 문제부터 국민들에 대한 인식 개선을 동반하며 풀어야할 난제 중 하나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일이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꾸준히 국민들을 설득하며 20년이 넘은 구닥다리 법안에 대한 개정을 도모해야 한다. 국민정서법을 얘기하기에는 지금도 살 수 있었던 수많은 생명이 꺼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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