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차원 종합병원 용적률 당근책에 일선 개원의들 우려
"개원가 고사 위기"…수도권 병상확대 제한 필요성 강조
서울특별시가 공공의료시설을 확충한 종합병원에 120% 용적률을 제공하는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서울권 대형병원 병상 확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5일 개원가에 따르면 발표한 서울시 '종합의료시설 지구단위계획 수립·운영기준' 여파로 향후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기준은 종합병원에 120%의 용적률 완화를 제공하는 지원책이다. 늘어난 공간의 절반은 감염병관리 및 필수의료시설로 사용해야 한다는 제한이 붙었지만, 나머지 절반을 병원 자율에 맡겨 당근책으로 활용했다.
앞선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공공병원의 전담병원 전환으로 취약계층 의료공백이 커졌던 만큼, 민간을 통해 이를 해결한다는 취지다.
의료계에선 이 같은 취지를 일정 부분 공감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와 관련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은 "감염병관리시설과 필수의료시설이 늘어나는데 지자체가 지원하는 것이니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일부 병원의 열악한 시설 개선에도 긍정적일 것"이라며 "병원 자율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모두 병상으로 활용되지는 않을 것 같아 무조건 반대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 개원가에서는 우려가 앞서는 모습이다. 현재도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 심각한 상황인데 여기서 종합병원 병상이 늘어나면 문제가 심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의료계 한 관계자는 "앞선 대유행 때 공공병상 부족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고, 이를 늘리는 것은 공익적인 차원이어서 반대를 표명하는 것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하지만 종합병원에만 지원이 이뤄지고, 감염병관리시설이라고 해도 평상시에는 병상으로 활용될 수 있는데 결국 개원가가 위축되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번 지원책으로 종합병원이 확보할 수 있는 면적에 대한 서울시 추계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서울시 내 제도적용이 필요한 모든 병원에 용적률을 지원하면 총 19만6000㎡의 공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종합병원 4개와 비슷한 규모다.
이중 절반을 병원 자율로 활용할 수 있는 데다가 병실 확장·전환이 가능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적어도 무분별한 병상 확장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메디칼타임즈 취재 결과 지원 대상인 양지병원의 경우 환자 동선 분리를 위한 응급실 대기실을 확충하고, 여분의 공간으로 병상확보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공의료시설 확보 차원이라고 해도, 지원 대상이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이라면 병상이 늘어날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게 병원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한 개원의는 "공공병상 확보는 지자체 책임이기 때문에 이 같은 지원책이 나온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환자 쏠림현상을 막을 장치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종합병원은 연구와 중환자 중심이 돼야 한다. 이번 지원책으로 확보된 공간이 본래 종합병원의 목적대로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로비가 의심될 정도로 종합병원에 호의적인 지원책이다. 이번 정부 기조가 민간 주도로 공공의료를 확충하겠다는 것인데 서울시를 시작으로 이 같은 지원책을 마련하는 지자체가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원을 설립하는 대형병원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병상까지 늘어난다면 인근 개원가는 고사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종합병원이 병상을 늘릴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는 것은 의료전달체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증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몰려 국민건강보험료 재정 부담 커진다면, 모든 국민이 부담해야 할 비용 역시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대개협 김동석 회장은 "대형병원에서 진행하는 검사·치료 등은 다른 종별보다 대부분 비싸다.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국민 부담이 더욱 빠르게 가중된다는 뜻"이라며 "종합병원 위주 의료정책으로 의원급이 소외되고 결국 개원가의 몰락이 촉진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