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한의사 초음파 사용 의료법 위반 아니다"

발행날짜: 2022-12-22 16:41:31
  • 22일 전원합의체 판결, 10명이 원심 파기환송 의견
    8년전 대법원 판례 변경, 새로운 판단기준 제시
    "모든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 허용 아니다…급여도 별개의 문제"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인 초음파를 진단 보조의 목적으로 사용해도 괜찮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일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을 허용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일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한의사 P원장에 대해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P원장은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환자 최 모 씨에 대해 초음파로 68회에 걸쳐 신체 내부를 촬영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P원장이 초음파 화면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진단하는 방법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보고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이는 2014년 2월에 나온 대법원의 법리를 적용한 결과다. 당시 대법원은 초음파 검사는 영상을 판독하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서양의학적인 전문지식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 하는 의료행위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자체로 인한 위험성을 크지 않지만 진단 과정에서 환자 상태를 정확히 판독하지 못하면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상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대법원은 8년이 지난 현재, 대법관의 생각은 바뀌었다.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과거 판단기준을 새롭게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

12명의 대법관 중 10명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하며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의견을 냈다.

대법원은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게 되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한의사가 초음파를 사용하는 게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해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한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초음파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및 특수의료장비에 해당하지 않아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은 없다"라며 "한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는 것은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초음파 투입에 따라 인체 내에 어떠한 부작용이 보고된 바 없고, 임산부나 태아를 상대로도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며 "현대의 진단용 의료기기는 과학기술을 통해 발명・제작된 것이므로, 그 과학기술의 원리와 성과를 한의사 아닌 의사만이 독점적으로 의료행위에 사용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한의사가 진단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보조적 진단수단으로 현대 과학기술에서 유래한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한의학적 원리와 배치되거나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은 침습정도를 불문하고 모든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을 한의사에게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의료법 등 관련 법령이 한의사에게 명시적으로 사용을 금지하지 않은 것이면서 동시에 본질이 진단용인 의료기기에 한정하는 것"이라며 과거 한의사의 IPL 사용은 위법하다는 기조를 유지한다고 했다.

또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허용된다고 해서 곧바로 한의원의 초음파 검사비가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된다는 취지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자료사진. 대법관 12명 중 2명만이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은 유죄라고 봤다.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 유죄라고 판단한 소수의견은?

대법관 중 안철상, 이동원 등 2명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원심 그대로 '유죄'라고 봤다.

이들 대법관은 "의료법은 의사와 한의사를 구별해 각각 면허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한의사가 서양의학적 방법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다면 이원적 의료체계에 반하는 것으로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 허용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방향으로 제도적ㆍ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라며 "제도적·법률적 정비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규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결정을 놓고 의료계와 한의계는 다시 한 번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박수현 대변인은 유감을 표시하며 "초음파는 영상을 보는데 있어서도 검사를 하는 사람의 숙련도와 전문성에 따라 판독이 달라질 수 있다"라며 "의사도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영상의학과 등 별도 진료과가 있을 정도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배경지식이 전혀 다르고 교육과 경험이 부재한 이에게 허용하는 것은 무면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라며 "검사 자체의 위험도가 낮더라도 검사 결과가 중요한 것이다. 문제가 된 사건처럼 초음파 검사를 하고도 자궁내막암을 놓치고 치료가 늦으면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즉각 성명서를 통해 대법원 판결을 '정의롭다'라고 표현하며 환영했다.

한의협은 "한의한은 현대과학 발달에 발맞춰 현대화 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라며 "한의학의 과학화와 현대화에 필요한 도구인 현대 진단기기 대다수는 현대 문명 발달의 산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각자 진료에 활용해 환자 상태를 정확히 관찰하고 최상의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은 현대를 사는 의료인에게 마땅히 보장된 권리이자 의무"라며 "정의로운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교육과 연구, 학술에서부터 임상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초음파를 포함한 현대 진단기기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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